주간동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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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문제아 북한의 테러 장사

“신뢰할 만한 동업자 확보가 최근 북한의 핵심 수단”

인터뷰 | 안드레아 버거 RUSI 선임연구원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입력2016-01-05 13: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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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타깃 시장’ 보고서를 작성한 안드레아 버거 선임연구원(사진)은 영국과 캐나다에서 수학하고 다양한 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한 뒤 현재는 RUSI의 확산 및 핵 정책 분야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소장파 북한 전문가 중 한 사람. 보고서로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풀기 위해 e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는가.
    “북한에서 생산된 소형화기나 탄약 상당수가 IS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북한이 직접 IS를 고객으로 삼았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먼저 발견된 북한제 소형화기 중 상당수는 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IS가 세력을 형성하기 전 만들어진 물건이다. 이들 무기는 아마도 리비아에서 밀수 네트워크를 통해 IS로 넘어갔거나, 시리아 정부군에 판매됐다 IS에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카다피 정부 시절 북한이 리비아에 엄청난 규모의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리비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이후 이들 무기가 통제되지 않았고, 상당량이 밀수시장을 통해 유통됐다. 수년 전에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소말리아에서 북한제 무기를 발견한 일도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자신의 우호세력과 척을 진 이들에게는 무기를 팔지 않는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북한의 오랜 관계를 생각하면 IS에 직접 무기를 판매하는 일은 개연성이 낮다.”
    보고서 내용 중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북한의 낙후한 군사적 현실이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옛 소련이나 중국에서 개발됐지만 이제는 오직 북한만이 사용하는 무기체계가 있다. 관련 정보 대부분이 비공개로 제한돼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예컨대 1950년대 개발된 전차나 장갑차가 가장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례다. 러시아나 중국에서는 부품이나 정비시설이 사라진 골동품에 해당하는 물건으로, 제3국이 이를 수입한다 해도 엄청난 유지비가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장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부속품이나 정비기술 등을 싼값에 제공할 수 있다.”
    살펴본 북한의 해외 무기 수출 사례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한 사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우간다나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들 때문에 이번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서방이나 메이저 군수기업의 도움을 받아 군사력을 건설했지만 여전히 북한과 거래를 유지하는 나라들이다. 이는 북한의 고객이 오로지 외부세계와 단절된 불량국가로만 한정돼 있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 우간다의 경우 다른 대안이 있었음에도 북한으로부터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에티오피아는 미국과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오고 있지만 역시 북한과 거래한다. 다만 이들은 냉전시기부터 북한과 교류해왔고, 소모품이나 부속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중시할 따름이다. 북한 무기에 대한 수요가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북한이 외국인 중개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북한 무기 수출 네트워크의 특징 중 하나다. 신뢰할 만한 동업자들(trusted partners)을 조직해 국제사회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다. 이들이 새로운 고객을 찾고, 유령회사를 만들어 추적을 따돌리며, 운송장을 조작한다. 상당수 브로커는 제재 이전부터 평양과 거래해왔고, 합법 교역과 불법 교역을 모두 진행한다. (버거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보고서의 한 대목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싱가포르 중소기업 대표 탄쳉호의 경우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1970년부터 북한과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는 원래 운수업자였지만, 북한이 해외 금융기관에서 계좌를 개설하기 어려워지자 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탄쳉호는 자신의 계좌를 북한 측에 열어줬고, 2007년 이후 600건 이상 거래를 대신 처리했다. 그중 일부가 2013년 파나마 운하에서 적발된 청천강호의 쿠바행(行) 무기 거래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2015년 12월 싱가포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직접 무기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관련 금융 거래에 조력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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