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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때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가족 내 갈등과 가정의 붕괴 과정을 인식하며 불행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이 30대 부부가 일부러 어린이날을 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대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부부는 ‘우리처럼 돈 때문에 자식을 키우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 아닌데…
이번 어린이날 어린 두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이가 안타까워 했다(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 [shutterstock]
유아기 아이는 아직 죽음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부모에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죽음의 길로 끌어들인 부모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야속하다. 내가 키우지 않으면 아이가 잘못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손에서 내 아이가 커가는 게 싫다 등 어떤 생각을 했든 이 부부의 선택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뉴스가 혹시 다른 부부들에게 하나의 참조로 작용할까 심히 두렵다. 가정의 달을 맞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가정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가정은 ‘정해진’ 관계의 결합체다. 가정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사는 것이다. 이는 아이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아빠 입장에선 ‘나, 아내, 그리고 아이’이고, 엄마 입장에선 ‘나, 남편, 그리고 아이’다. 자녀가 여러 명이면 형제, 자매, 남매, 그리고 첫째아이, 둘째아이 등 관계가 확장된다. 나아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이모, 이모부, 고모부, 숙모, 사촌형제 등 확장된 가족과 가정으로 서로가 연결된다.
혈연관계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다. 혼인, 입양 등 사회적 계약관계도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혼인이나 출산, 입양 외에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선택에 의해 나는 가족 내에서 ‘누군가의 무엇’이 된다. 또한 함께 사는 가정 외에 조부모, 친척 등과 교류하며 그들을 나의 확장된 가정이나 가족으로 간주한다.
가정의 합이 곧 사회
가족관계를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사회적 관계의 기초를 배운다. 또한 가정 밖의 사회적 관계를 경험한 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거치며 살아간다.둘째, 가정은 친밀감으로 연결돼 있다. 가정이 우리에게 마음의 안식과 신체의 휴식을 제공하는 이유다. 가족은 자연스럽게 서로 사랑하며 위한다. 특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헌신은 본능에 가깝다. 자녀가 커갈수록 후천적인 양육 노력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녀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정(情)과 책임의식으로 무장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며 더 효도하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 무척 바람직한 일이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며 자아 존중감을 형성하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신뢰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발전시켜나간다.
가정 밖에서 만나는 친구, 선후배, 지인, 연인에 대한 사랑과 친밀감은 부모, 형제자매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가정 밖 타인에 대한 사랑과 친밀감은 대개 유효기간이 있는 반면, 가정 내의 그것은 거의 영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가정은 공통의 경험을 공유한다. 적은 구성원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공통된 경험이 무척 많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에 대한 반응을 공유한다. 특히 어릴 적 부모와 함께 했던 수많은 경험은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똑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형제자매의 반응이 다르다면 개성의 차이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가정 내 구성원은 상당수 비슷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공유한다. 자식이 부모를 닮고, 형제자매가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전적 인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여러 사건과 경험을 공유하며 얻어진 결과다.
넷째, 가족은 상호 영향을 끼친다. 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나머지 구성원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회사나 학교 같은 사회집단에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 정도나 파급력이 가정 내에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무실 동료가 큰병에 걸리면 사무실 분위기가 가라앉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평상시로 돌아간다. 병세가 악화돼 회사를 그만둬도 다른 사람이 대신 일하면 그만이다. 반면 아내나 남편, 자녀가 아프다면? 가정의 생활패턴이 급변한다. 분위기의 변화가 매우 길고 강렬하게 지속된다. 신경 쓰지 않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더는 가정의 소멸을 알리는 슬픈 뉴스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건강과 안녕을 위해 각 가정이 화목해야 함은 당연하다. 가정의 합이 곧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