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최초로 선불식 충전카드를 선보인 스타벅스는 2015년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2014년 연말 출시한 스페셜 에디션 스타벅스 실버카드. 동아DB
커피업체들, 이벤트 경쟁하며 모객
커피전문점들의 충전식 선불카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충전식 선불카드를 선보인 스타벅스는 2015년 연말 사용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14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으면서 충전식 선불카드를 모바일 앱에 등록하면 실물카드 없이도 바코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는데, 1년 만에 사용자 수가 2배가량 증가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은 “정확한 적립액수는 영업비밀인 관계로 밝힐 수 없지만 가입자 인당 1만 원씩 적립해 사용한다고 치면 추산 적립액은 총 200억 원을 넘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이렇게 되자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 탐앤탐스 등 국내외 대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업체들도 1~2년 사이 충전식 선불카드와 함께 앱을 출시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탐앤탐스는 2015년 8월 충전식 선불카드와 앱을 출시하면서 한 달 동안 3만 원 이상 충전 시 아메리카노를, 7만 원 이상 충전 시 텀블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선불식 충전카드를 출시한 업체들도 추가 이벤트를 벌이며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2015년 10월 1만 원 이상 충전 시 프로모션 커피 2잔 무료쿠폰을, 커피빈은 12월 한 달간 5만 원 이상 충전 시 다이어리 혹은 텀블러를, 할리스는 3만 원 이상 충전 시 2016년 탁상달력을 증정했다.
업체들이 충전식 선불카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대동소이하다. 카드로 결제 시 600원 상당의 엑스트라 샷이나 휘핑크림, 시럽을 무료로 추가할 수 있고 사용 횟수를 적립해준다. 또 기념일이나 이벤트 기간에 따라, 혹은 일정액이나 횟수에 따라 무료음료쿠폰을 제공한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사용자 레벨을 이용 횟수에 따라 웰컴, 그린, 골드 3단계로 나눠 레벨별로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들은 크진 않지만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얼마 전 스타벅스 골드 레벨을 획득한 직장인 정지혜(34) 씨는 “충전식 선불카드로 결제하면 잔당 별 1개를 주는데 골드 레벨까지 총 17개를 모아야 한다. 그걸 꼭 받겠다고 애쓴 건 아니지만 점심시간 동료와 커피 한 잔 할 때면 다른 브랜드보다 스타벅스를 선택해왔다. 막상 골드 레벨을 받고 보니 왠지 뿌듯하고 더 자주 이용해 레벨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은 선불식 충전카드에 대해 “기업과 고객이 쌍방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애초 스타벅스는 커피빈의 핑크카드(도장 12개 적립 시 무료커피 제공) 같은 혜택도 전혀 없었다. 그 와중에 미국 본사에서 선불식 충전카드를 출시했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정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할인이나 무료커피보다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쪽을 택했다.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혜택이 없었던 때보다 낫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발 묶여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
최근 1~2년 사이 대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앞다퉈 선불식 충전카드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이벤트를 선보이면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커피빈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카드에 충전된 사용자의 돈을 순순히 현금화해주는 커피전문점은 없다. 선불식 충전카드는 백화점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과 같이 일종의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현금 교환이 불가능하다. 일단 충전하면 전자상품권을 구매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측은 “고객들이 흔히 선불식 충전카드를 입출금 통장에 딸린 체크카드와 동일하다고 착각하는데 이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사실 충전카드의 시초인 티머니카드도 충전 이후 환불이 어려운데, 이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충전 이후 4일 이내 전액취소가 가능하고, 잔액이 충전금액의 40% 미만으로 남았을 때는 환불해 준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한 번 충전하면 돈을 다 쓸 때까지 해당 업체에 발이 묶이는 셈이다. 반면 기업 처지에서는 고객의 지갑을 미리 열어 소비를 유도하고, 잠재 고객으로 확보해두는 것이기에 결과적으로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이에 대해 이영민 네모컨설팅 상무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매출 불확실성에서 탈피하는 것에 주력하는데 선불식 충전카드는 매출인식이나 자금인식 측면에서 기업에 매우 유리한 수단이다. 고객이 충전하는 순간 묶어두는 ‘록인(lock in)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고객의 경우 충성도를 더욱 높이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비스가 모든 업종에서 효과를 발하는 것일까. 이 상무는 “선불식 충전카드는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지만 일종의 정액권 개념이기 때문에 미래에 이용할 것이 예상되지 않으면 고객 처지에서는 미리 구매할 이유가 없다. 커피의 경우 한국인은 하루 한 잔 이상 마시고, 한 달 뒤에도 마실 것이 예상되는 품목이기에 지갑을 연다. 일반 식음료업종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전략”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키즈 플레이짐을 이용할 때 선불카드를 구매하기도 한다. 조사 결과 키즈 플레이짐의 전체 매출 가운데 선불카드 매출 비중은 약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의 한 달 예산에서 매달 일정액을 차지하는 고정지출 항목 업종이라면 매출 상승 전략으로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