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장소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 동아미디어센터
전시 기간 2020년 12월 30일까지
[홍중식 기자]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뷔렌은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다. 1960년대 기존 미술의 권위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영미권에서 팝아트로 등장했다면, 프랑스에서는 뷔렌이 주도하는 개념미술 운동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술작품이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걸리고, 관객이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라는 당대 인식에 반기를 들었다. 미술관을 ‘부르주아 손에 들린 위험한 무기’라고 비판하며 추상화가 동료들과 ‘베엠페테(B.M.P.T)’라는 예술그룹을 결성, 반(反)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했다. 줄무늬 패널을 등에 짊어진 ‘샌드위치 맨’이 거리를 활보하는 1968년 퍼포먼스는 그의 예술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예술에는 현장이 있고, 현장에는 예술이 있다. ‘인 시튀(In Situ)’, 즉 장소특정적 예술 철학이다.
16개 층 979개 창문에 컬러필름 부착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뷔렌의 2019년 무대는 서울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은 내년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한 동아미디어센터를 대형 예술작품으로 변신시키기로 하고 그 파트너로 뷔렌을 택했다. 이에 뷔렌은 동아미디어센터 16개 층을 8가지 컬러 필름과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폭 8.7cm 띠로 뒤덮은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rtin Calme, travail in situ·2019)으로 화답했다.
3월 19일 다니엘 뷔렌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각 층을 돌며 자신의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을 둘러보고 있다. [홍중식 기자]
“올바른 미디어의 선구자 역할 하겠다”
1986년 프랑스 파리 팔레 루아얄 광장에 설치된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 [강지남 기자]
‘아이의 놀이처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 DB-ADAGP Paris, Image courtesy of 313 Art project]
‘빛의 관측소’,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 DB-ADAGP Paris, Image courtesy of 313 Art project]
뷔렌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색’도 시간, 날씨,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새벽 나절에는 색색의 호롱불 같고, 미세먼지 많은 날엔 도시가 끝내 놓아버릴 수 없는 봄의 속살 같다. 해가 진 뒤에는 어두운 서울 도심에서 홀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뽐내는 축제의 문 같기도 하다. 작가는 무엇을 의도했을까. 뷔렌은 “내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의 몫”이라며 미소 지었다. 팔레 루아얄의 줄무늬 기둥이 누군가에게는 옛 궁전을 모독하는 불경스러운 행위지만 다른 이에게는 놀이터, 식탁, 웨딩사진 촬영 명소이듯 ‘한국의 색’도 1만 가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리라. 동아미디어그룹 관계자는 “20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밝은 꿈을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 도심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동아미디어그룹은 이 작품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잘 담아내 올바른 미디어의 선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