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명절 설날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항상 연초가 되면 많은 이가 새로운 다짐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다. 그런데 ‘집사’의 몸을 거울에 비춰 보며 집 앞 헬스클럽 등록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주인님’ 고양이의 다이어트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의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를 반려하는 보호자 상당수는 자신의 고양이가 비만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진료하면서 신체검사 등을 통해 고양이의 비만 사실을 알려주면 깜짝 놀라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심지어 고도 비만인 고양이를 말랐다고 하는 보호자도 있다.
내 고양이가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반려묘를 키우는 행복 가운데 하나다. 반려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고양이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현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상체중의 10~20%를 초과하면 과체중, 30%를 초과하면 비만으로 본다. 고양이의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신체충실지수(Body Condition Scoring·BCS)다. BCS는 반려동물의 비만 정도를 숫자로 구분해 평가하는 것으로, 5단계 또는 9단계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비만도가 높다. 9단계로 구분하는 경우 1~3단계는 마른 상태, 4~5단계는 정상, 6단계는 과체중, 7~9단계는 비만으로 평가한다.
고양이의 갈비뼈가 쉽게 만져지면 1~3단계, 잘 만져지지 않으면 7~9단계로 구분한다. 과체중의 경우 육안으로 허리와 복부, 턱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가장 이상적인 5단계는 갈비뼈가 약간의 지방으로 덮여 있어 손으로 분명히 만져지며, 복부지방이 아주 적은 상태다.
고양이가 비만이 되는 원인은 현대인의 그것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사람의 경우 과거에 비해 칼로리 섭취가 증가했고 교통수단 발달로 일상의 운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려묘의 비만 위험성도 비슷한 환경에서 커진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반려묘는 음식을 확보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일정한 간격으로 음식을 넉넉히 제공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처럼 먹이를 찾으려 죽기 살기로 노력할 이유가 없다.
또 실내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움직임도 제한적이다. 안전한 환경을 얻은 대가지만 에너지를 소모할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성화된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살이 더 잘 찐다. 반려묘가 대부분 쉽게 통통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양이의 비만은 각종 퇴행성 질환, 호르몬성 질환, 종양성 질환, 골격계 질환, 비뇨기 질환 등 많은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당뇨병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고양이에게 주로 발병하는 당뇨병은 사람의 성인병성 당뇨(제2형 인슐린 저항성 당뇨)와 동일하다. 고양이 당뇨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 시점을 놓친 경우에는 평생 동안 날마다 주사를 맞고 살아야 한다. 매우 무서운 질환이라 비만 관리가 필수적이다.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식이 조절과 운동,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먼저 자유급식 대신 제한급식을 추천한다. 그리고 일반 사료보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기능성 처방식이 바람직하다. 가능하다면 건식 사료의 비중을 줄이고, 습식 사료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다이어트를 하는 고양이가 다른 질환을 갖고 있거나 다묘 가정에서 생활하는 경우 단순히 급여량을 제한하면 안 될 수도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여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고양이가 한번 비만 상태에 들어가면 과거보다 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장난감에 대한 반응도 살이 찌기 전보다 둔감해진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매일 일정 시간 동안 놀이자극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간단하게는 음식을 그릇이 아닌 복잡하고 재미있는 용기에 담아줌으로써 고양이가 먹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더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사람이나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급격한 다이어트가 지방간의 위험을 높인다. 체중 감량은 일주일에 2%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체중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도록 계획을 짤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목표 체중을 달성했을 때도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고양이에게도 요요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요현상을 막으려면 적정 몸무게 상태에서 급여량, 운동량을 유지하고 체중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하기 어려운 만큼 반려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즐겁게 산책하며 살을 빼기도 어렵다. 객관적 시선으로 반려묘를 바라보고, 주치의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은 질병이며, 통통한 모습이 내 눈에는 귀엽지만 고양이에게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상체중 30% 초과하면 비만
[shutterstock]
내 고양이가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반려묘를 키우는 행복 가운데 하나다. 반려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고양이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현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상체중의 10~20%를 초과하면 과체중, 30%를 초과하면 비만으로 본다. 고양이의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신체충실지수(Body Condition Scoring·BCS)다. BCS는 반려동물의 비만 정도를 숫자로 구분해 평가하는 것으로, 5단계 또는 9단계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비만도가 높다. 9단계로 구분하는 경우 1~3단계는 마른 상태, 4~5단계는 정상, 6단계는 과체중, 7~9단계는 비만으로 평가한다.
고양이의 갈비뼈가 쉽게 만져지면 1~3단계, 잘 만져지지 않으면 7~9단계로 구분한다. 과체중의 경우 육안으로 허리와 복부, 턱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단계가 나뉜다. 가장 이상적인 5단계는 갈비뼈가 약간의 지방으로 덮여 있어 손으로 분명히 만져지며, 복부지방이 아주 적은 상태다.
고양이가 비만이 되는 원인은 현대인의 그것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사람의 경우 과거에 비해 칼로리 섭취가 증가했고 교통수단 발달로 일상의 운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려묘의 비만 위험성도 비슷한 환경에서 커진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반려묘는 음식을 확보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일정한 간격으로 음식을 넉넉히 제공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처럼 먹이를 찾으려 죽기 살기로 노력할 이유가 없다.
또 실내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움직임도 제한적이다. 안전한 환경을 얻은 대가지만 에너지를 소모할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성화된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살이 더 잘 찐다. 반려묘가 대부분 쉽게 통통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양이의 비만은 각종 퇴행성 질환, 호르몬성 질환, 종양성 질환, 골격계 질환, 비뇨기 질환 등 많은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당뇨병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 고양이에게 주로 발병하는 당뇨병은 사람의 성인병성 당뇨(제2형 인슐린 저항성 당뇨)와 동일하다. 고양이 당뇨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 시점을 놓친 경우에는 평생 동안 날마다 주사를 맞고 살아야 한다. 매우 무서운 질환이라 비만 관리가 필수적이다.
일주일에 체중의 2% 이상 빼지 말아야
[shutterstock]
몸을 움직여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고양이가 한번 비만 상태에 들어가면 과거보다 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장난감에 대한 반응도 살이 찌기 전보다 둔감해진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매일 일정 시간 동안 놀이자극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간단하게는 음식을 그릇이 아닌 복잡하고 재미있는 용기에 담아줌으로써 고양이가 먹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더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사람이나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급격한 다이어트가 지방간의 위험을 높인다. 체중 감량은 일주일에 2%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체중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6개월 이상 걸리도록 계획을 짤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다이어트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목표 체중을 달성했을 때도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고양이에게도 요요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요현상을 막으려면 적정 몸무게 상태에서 급여량, 운동량을 유지하고 체중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하기 어려운 만큼 반려인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즐겁게 산책하며 살을 빼기도 어렵다. 객관적 시선으로 반려묘를 바라보고, 주치의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은 질병이며, 통통한 모습이 내 눈에는 귀엽지만 고양이에게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