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명가 ‘뤼통’의 운영자 피에르 뤼통. [사진 제공 · ㈜아영FBC]
“우리가 사는 세상에 미남, 미녀만 있는 것은 아니죠. 포도송이에도 못생긴 알맹이가 더러 섞여 있습니다. 그것들을 골라내고 만들면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와인이 진정한 매력을 드러내려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합니다.”
피에르 뤼통이 밝힌 자신의 와인 철학이다. 뤼통 가문은 샤토(chateau·와이너리)를 28개나 소유한 프랑스 보르도의 터줏대감이다. 슈발 블랑과 디켐도 뤼통 소유다.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가 이 샤토들을 1990년대 말 매입했지만 운영은 계속 피에르에게 맡기고 있다.
원래 의학도였던 피에르는 와인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공부를 중단하고 아버지와 삼촌 밑에서 와인을 배웠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포도밭은 그의 일부나 다름없었다. 그는 밭의 구석구석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고 있었다. 1991년 아버지로부터 샤토 마르조스(Marjosse)를 물려받자 그는 흙의 성질에 맞춰 포도나무를 다시 심었고, 석회질 토양에 잘 맞는 메를로(Merlot)를 대폭 늘렸다. 낡은 양조시설도 최신 설비로 바꿨다.
피에르 뤼통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사진 제공 · ㈜아영FBC]
화이트 와인은 사과, 복숭아 등 달콤한 과일향과 경쾌한 신맛이 조화롭고 질감도 크림처럼 부드럽다. 채소, 해산물, 가금류에 곁들이기 좋은 스타일이다. 레드 와인은 보르도 특유의 떫은 타닌이 없으며 질감이 실크처럼 매끄럽다. 각종 육류와 두루 잘 어울리고 살짝 매콤한 음식과 즐겨도 좋다. 자두, 라즈베리, 체리 등 신선한 과일향이 특히 매력적인데, 피에르는 이런 맛을 내고자 메를로가 알덴테(al dente·푹 익지 않은 것) 정도일 때 수확한다며 포도를 파스타에 빗대어 재치 있게 설명했다. 왜 고가의 명품 대신 중저가 와인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피에르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피에르 뤼통이 노멀 와인의 최강자가 되길 바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와인을 즐기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거장이 만드는 중저가 와인 피에르 뤼통은 전국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