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MercoPress]
브라질에선 2003년 1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룰라) 전 대통령부터 2016년 8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좌파 정권이 집권했다. 두 대통령이 재임한 13년 동안 연금 등 각종 복지정책의 부작용과 경제난, 부정부패가 브라질 민심을 바꿔놓았다. 브라질 경제는 2015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고 헤알화 가치도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핑크 타이드의 퇴조
현재 공식 실업률은 12%로 인구 2억 명에 실업자가 1300만 명에 달한다. 국가신용도는 바닥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말까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88.4%를 기록하고 내년엔 90.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상태다. 후계자인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국가 회계조작 혐의로 탄핵돼 쫓겨났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하원의원 시절부터 여성 비하와 인종차별 발언 등을 일삼아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려왔다. 하지만 좌파 정권의 경제 실정과 부정부패로 브라질 국민은 보우소나루를 선택한 것.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포퓰리즘, 좌파 극단주의를 계속 기웃거릴 수는 없다”며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강력한 친기업·친시장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연금개혁을 내년에 마무리하고 공기업 민영화와 정부 소유 부동산 매각, 정치인·공무원 특권 축소, 공무원 감축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고 임기 4년 동안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 각국과 함께 ‘자유주의동맹’을 구축하겠다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구상이다. 남미 12개국의 정권은 좌파 6개, 우파 6개로 양분됐지만 ‘남미의 ABC’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에 모두 우파 정권이 들어선 만큼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이런 비전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남미 좌파 벨트를 이끌어온 브라질이 이제는 우파 벨트의 리더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남미의 ABC’ 외에도 올해 4월 열린 파라과이 대선에선 우파인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가 당선했다. 6월 콜롬비아 대선에선 역시 우파인 이반 두케 마르케스 후보가 중도 성향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을 꺾고 정권을 잡았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에 남미 국가 간 ‘자유주의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대통령 등 우파 정상들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해체 위기 놓인 남미 경제동맹
남미국가연합(우나수르) 회원국 정상들이 회의하고 있는 모습. [위키피디아]
우나수르는 2008년 당시 룰라 대통령과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주도해 창설됐다. 남미 10개국이 가입한 우나수르는 그동안 반미(反美)노선을 표방해왔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페루, 파라과이 등이 4월 탈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친미(親美)를 내세운 보우소나루 당선인으로선 남미국가연합이 달가울 리 없다.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후 탈퇴를 추진하면 남미국가연합은 사실상 와해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가장 먼저 전화통화를 해 우파 정권이 들어선 것을 환영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정부는 중남미지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브라질, 콜롬비아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남미에서 브라질을 진원지로 한 커다란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