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신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실제 정 명예회장의 개척자정신은 현대차가 최근 자체 론칭한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에도 깊게 투영돼 있다. 1966년 문을 연 현대차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 형태로 국산 자동차를 조립 생산했다. 국내에 경쟁자가 없었지만 정 명예회장은 합작 조립방식을 버리고 100% 국산차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우리 기술과 고유 브랜드만이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국내 기계공업 기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드와 결별하고 나온 첫 작품이 1976년 1월 생산된 최초 국산 고유모델 ‘포니’였다. 정 명예회장은 국산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했고 86년 출시된 포니엑셀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다른 자동차회사가 가진 1년간 최다 판매기록을 수출 4개월 만에 경신하는 신화를 이뤘다. 87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수입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기술 자립과 국산 고유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눈앞에 있는 쉬운 길보다 어렵게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진정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가라는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인수합병이나 합작 없이 11년간 준비 끝에 자체 론칭한 현대차의 우직함은 바로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제네시스 론칭 행사장에서 “제네시스의 성공을 많은 분이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도전정신이 있다. 산업화 시절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창업자들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자산과 기반을 가지고 있고 준비도 오랫동안 차근차근 해왔다. 도전을 해야 변할 수 있고 바뀌어야 가능성이 열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