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윤 기자]
그러다 21세기 들어 드론이 상용화하면서 속도와 비행거리는 떨어져도 도심에서 정확한 이착륙이 가능한 멀티콥터형 드론이 등장했다. 따라서 민수용 드론은 대부분 멀티콥터형이다. 그런데 올해 초 한국 드론시장에 드물게 고정익 형태의 제품이 출시됐다. 얼핏 보면 스텔스 전폭기를 닮은 밀버스(Milvus)다.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 밀버스
수직이착륙 고정익 드론 ‘밀버스’. [사진 제공 · 프리뉴]
멀티콥터형 드론은 보통 속도가 시속 50km를 넘지 못하고 비행시간도 30분 정도라 통제 반경 역시 15km 안팎에 머문다. 반면 밀버스는 비행시간이 최대 1시간인 데다 최대속도가 시속 100km나 돼 통제 반경이 30km에 이른다. 그래서 가격대 역시 4000만 원대로 고가다.
“밀버스 기술의 핵심은 틸트로터(tilt-rotor)입니다. 날개 앞에 2개, 꼬리에 1개 이렇게 3개 달린 프로펠러가 비행할 때는 고속 추진력과 제동 능력을 부여하지만 이착륙할 때는 수직으로 꺾여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작동하게 하는 장비입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정익 드론은 이륙할 때는 외부추진 장치로 띄우고 착륙할 때는 낙하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히 착지하지 못하는 데다, 배면착륙을 하다 보니 동체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틸트로터를 활용한 수직이착륙은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또 멀티콥터형의 경우 일반 비행을 위해 6개 이상 모터가 필요하다 보니 중량이 많이 나가고 배터리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는데, 밀버스는 3개의 모터만 필요한 고정익 드론이라 장거리·고속 비행이 가능합니다.”
밀버스를 개발한 이종경(50) 프리뉴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03년 창업한 정보기술(IT) 솔루션 전문업체 엑스퍼넷의 대표이기도 하다. 엑스퍼넷은 직원수 70여 명에 연매출 250억 원을 자랑하는 탄탄한 IT기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프리뉴를 창업하고 드론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엑스퍼넷(6층)과 프리뉴(4층)의 사무실은 모두 서울 구로구 E&C벤처드림타워에 위치하는데 이 대표와 만남은 10월 23일 프리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자는 결심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우리가 도전해볼 만한 4차 산업혁명 사업이 딱 2개로 좁혀지더군요. 로봇과 드론이었어요.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보니 로봇보다 드론이 돈과 시간을 덜 투입해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정식 창업은 지난해였지만 3년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거쳤습니다.”
힘 좋은 소형 엔진헬기, 루펠
‘메디컬 드론’으로 변신한 소형 엔진 헬기 ‘루펠’. [사진 제공 · 프리뉴]
국내 드론시장은 대부분 값싼 중국산이 점령한 상태. 후발주자인 프리뉴가 그런 레드오션에 뛰어들 때는 남다른 차별화 전략이 서 있었을 것이다.
“3가지 분야에서 차별성을 갖는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소프트웨어, 미적 감각, 특수성입니다. 밀버스를 포함한 우리 제품은 무선조종도 할 수 있지만 모두 GCS(Ground Control System)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출발지와 목표지를 설정하고 비행모드와 고도, 속도, 거리를 미리 입력하는 비행계획 아래서 자동비행이 가능합니다. 또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산이 쫓아올 수 없는 미적 감각을 갖추자는 목표 아래 밀버스의 프레임을 유리섬유(FRP)와 탄소섬유(카본)를 섞어 내구성과 탄성을 동시에 갖춘 콤퍼짓으로 만들었습니다. 특유의 입체감을 살리고자 최종 형태는 수작업으로 빚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성을 위해 중국산 드론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고정익 드론시장 개척에 나선 겁니다. 고정익 드론의 수요는 대규모 측량이 필요한 토목·건축 분야와 정찰 감시 기능이 필요한 경찰·소방·군사 분야에서 발생하는데, 드론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프리뉴의 소형 엔진헬기 루펠 역시 그런 차별화 전략의 산물이다. 루펠(Ruepel)은 지상에서 가장 높이 난다는 루펠 독수리(Ru‥ppell’s Vulture)의 이름을 살짝 변형한 제품명이다. 루펠은 배터리를 통해 프로펠러를 돌리는 여느 멀티콥터와 달리 자체 엔진이 달린 진짜 헬리콥터로 덩치가 작을 뿐이다. 그래서 높이(해발고도 1000m), 멀리(반경 20km) 비행할 수 있다. 사실 이는 밀버스(해발고도 3000m와 반경 30km)보다는 부족하다. 그 대신 힘이 훨씬 좋아 최대중량 15kg의 물품 수송이 가능하다.
“루펠은 멕시코처럼 국경지대가 넓고 범죄 발생률이 높은 국가에서 순찰용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혈액·소변 등 검사가 필요한 시료나 응급처치용 장비를 수송하는 ‘메디컬 드론’으로 먼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섬이 많은 전남도에서 관심이 많아 9월 5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목포를 오가는 시연회를 갖기도 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습니다.”
“명품 드론 완제품 생산 통한 기술혁신 꿈꾼다”
밀버스 홍보용 유튜브 동영상.
사실 프리뉴의 주력 드론 제품들은 아직 판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후발주자인 데다 밀버스와 루펠 같은 제품이 올해 5월 이후 출시됐으니 무리도 아니다.
국내에선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이라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밀버스는 베트남, 인도, 우크라이나, 브라질, 나이지리아에서 국경 감시 및 정찰용 드론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연말쯤이면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펠도 비슷한 나라들에서 군사·치안용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해발고도 3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선 산소 부족으로 엔진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보완책을 모색 중입니다. 내년까지 밀버스 100대, 루펠 20대 판매를 잠정목표로 잡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현재 드로닛 제품들은 컴퓨터 제어 및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출발지와 도착지 간 자동비행은 가능하지만 자율비행은 불가능하다. 비행 도중 돌출물체를 만났을 때 이를 피해 가거나 측면에서 부는 돌풍으로 뒤집혔을 경우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자율비행이라 부를 수 있다.
“어느 정도 판매시장이 개척되면 자율비행 능력까지 갖출 계획입니다. 드론에 장착된 자체 카메라로 초당 12장씩 찍는 사진을 통해 해당 지점의 지형지물을 3D로 모니터에 구현하는 기술은 갖췄지만, 정찰 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감지해 원격 컴퓨터로 바로 무선전송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 중입니다. 여기에 얼굴인식 시스템까지 갖추면 산간오지로 도주하는 범죄자 추적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드로닛 제품들은 계속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또 상당수 국내 드론업체들이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이지만, 프리뉴는 자체 완제품 생산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밀버스의 경우 모터, 배터리, 변속기는 아직 수입하고 있고, 루펠 역시 대만제 엔진을 장착하지만 핵심 부품은 자체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경기 화성시에 공장까지 마련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dhR7HNeIXUU
※www.youtube.com/watch?v=SNSwg700i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