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빈야드의 레드 룸. 와인을 마시며 특별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위) 레이몬드 빈야드의 배럴 룸. 배럴에 담긴 와인이 숙성되는 곳이다. [사진 제공 · ㈜국순당]
레이몬드 빈야드 창립자 로이 레이몬드(표기법은 레이먼드)가 나파 밸리로 이주한 것은 1933년이었다. 그는 베린저(Beringer)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했다. 베린저는 1876년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나파 밸리 터줏대감이다. 베린저 설립자의 손녀와 결혼한 로이는 두 아들과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었다. 1970년 베린저가 네슬레에 매각되자 레이몬드 가족은 독립해 레이몬드 빈야드를 설립했고, 74년 첫 와인을 출시했다. 2009년 레이몬드 빈야드가 프랑스 와인그룹 부아세(Boisset)에 인수될 때까지 레이몬드 가족은 5대에 걸쳐 나파 밸리 와인 발전에 기여했다.
부아세는 레이몬드 가족의 와인철학을 계승하고 친환경 기술을 더해 레이몬드 빈야드를 나파 밸리의 최고급 와이너리로 성장시켰다. 전기는 모두 태양광에서 얻고, 포도밭은 바이오다이내믹으로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다이내믹은 유기농에서 더 나아가 포도밭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경작하는 방식이다. 화학물질은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비료는 허브나 가축 분뇨 등 천연 재료로만 만든다.
살아 숨 쉬는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레이몬드 와인은 강한 향으로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 맛과 향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마신 뒤에는 여운이 끝없이 이어진다. 건강한 자연이 우리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다.
레이몬드 빈야드 리저브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레이몬드 빈야드 리저브 셀렉션 메를로, 레이본드 빈야드 리저브 셀렉션 샤르도네. (왼쪽부터) [사진 제공 · ㈜국순당]
리저브 셀렉션 메를로(Merlot)와 샤르도네(Chardonnay)도 주목할 만하다. 나파 밸리 메를로 와인은 대체로 묵직한 편이지만, 레이몬드의 메를로는 경쾌하다. 신선한 베리향과 향긋한 허브향의 조화가 아름답고, 매끄러운 타닌은 와인에 세련미를 더한다. 샤르도네도 나파 밸리의 가장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 맛이 산뜻하다. 돼지고기나 중국식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면 와인의 감미로운 과일향이 음식의 풍미와 맛깔스럽게 어울리고, 상큼한 여운이 기름진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레이몬드 와인은 나파 밸리 특유의 강건함이 아닌 순수하고 섬세한 맛을 보여준다. 40년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약과 차별화다. 이들이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이 나파 밸리 와인의 다양화를 이끌고 있다.
리저브 셀렉션 카베르네 소비뇽은 20만 원대, 메를로와 샤르도네는 10만 원대이며,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