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또 되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정국이 들끓던 4월 중순. 회사원 박모 씨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로 주식투자에서 큰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박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에 동참했다. 박씨는 평소 사용하던 네이버 아이디로 접속해 ‘동의’했다. 그런데 박씨의 지인이 페이스북으로 접속하면 한 번 더 ‘동의’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박씨는 설마 될까 싶었지만 페이스북 계정을 활용해 같은 청원에 ‘동의’하니 놀랍게도 또 한 번 되더라는 것.
회사원 허모 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허씨는 ‘미세먼지’ 관련 청원에 참여했다.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매캐한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청원 동참’을 권유했다. 그런데 한 동료가 “빨리 20만 명을 채우고 싶으면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접속해 동의 수를 올릴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고 한다. 그 결과 허씨는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두 세 번에 걸쳐 ‘동의’를 할 수 있었다고. 허씨는 “내가 요구하는 청원이 빨리 20만 명을 넘겨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똑같은 청원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찜찜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드루킹 댓글 사건이다 뭐다 해서 여론조작 문제가 사회문제화됐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 가능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복 동의’ 문제로 카카오톡 사용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동아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가 선보인 대국민 직접 소통창구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8월 17일 처음 문을 연 이후 9개월도 안 돼 18만 건 넘는 청원이 쏟아졌다. 국민 관심이 높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여론 왜곡 시비를 차단하려면 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하지 않도록 좀 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소통실 담당자는 “국민 누구나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청와대 청원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하나의 계정으로 중복 참여하는 것은 막고 있지만, 개인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같은 사람이 다른 계정으로 참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걸러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