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카카오 이모티콘샵’에 출시된 오버액션토끼는 카카오에서 지난해 매출과 다운로드 건수 등을 고려해 집계한 결과 해외 캐릭터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전체 매출 순위로 치면 카카오프렌즈에 이어 2위. 오버액션토끼 외에도 ‘오버액션꼬마토끼’ ‘오버액션곰’ ‘오버액션고양이’ ‘오버액션강아지’ ‘오버액션프렌즈’ 등이 출시돼 있다.
앞서 라인 스티커로도 출시됐지만 지금만큼 인기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카카오톡에서 판매되며 큰 호응을 얻은 것. 온라인에서만 핫한 줄 알았던 오버액션토끼는 이제 오프라인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신촌에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현재까지 서울 잠실, 대구, 부산, 경기 부천과 수원의 주요 백화점에 팝업스토어가 오픈했고 그때마다 성황을 이뤘다. 캐릭터 인기의 척도라는 ‘짝퉁 인형’까지 등장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 토끼의 정신 사나운 몸짓과 귀여운 표정에 매료됐다. 최근 배스킨라빈스 31은 오버액션토끼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리아와 세븐일레븐 역시 오버액션토끼 굿즈 외에도 우유와 라테까지 내놓았다. 엔제리너스에서는 음료를 사고 추가금을 내면 오버액션토끼 문구 세트를 살 수 있다. 의류 브랜드 로엠도 오버액션토끼와 컬래버레이션한 파자마 세트와 담요 등을 출시했다. SPC삼립이 내놓은 오버액션토끼 캐릭터 빵은 ‘국찐이빵’이나 ‘포켓몬빵’처럼 빵을 사면 다양한 오버액션토끼 스티커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 잘나가는 캐릭터를 그린 사람의 정체가. 오버액션토끼의 한국 라이선스는 더웍스컴퍼니가 갖고 있다. 더웍스컴퍼니는 지난해 6월 일본 DK사와 오버액션토끼 마스터 라이선시를 맺었다. 이후 여러 기업과 라이선시를 진행했다. 올해 1월 초 더웍스컴퍼니에 원작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작가가 워낙 바쁘다.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연락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
오버액션토끼의 작가는 ‘네모타로(ねも太郎)’라는 필명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모티콘을 비롯해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DK사에는 네모타로 외에도 여러 명의 작가가 속해 있다. 인터뷰를 위해 DK사와 직접 접촉해보기로 했다. 일본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을 시도한 끝에 일본 오버액션토끼 공식 SNS 계정의 관리자와 연락이 닿았다. 1월 4일의 일이다. 담당자는 e메일로 질문지를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 가능하다”라는 답을 보낸 뒤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작 e메일 주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SNS에 접속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일본 담당자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얼른 질문지를 보내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이 정도 반향 예상 못 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에 출시될 때마다 인기를 끄는 ‘오버액션토끼’ 이모티콘.
한국에서 오버액션토끼가 매우 인기 있는데 실감하나요.
“당초 예상보다 많은 팬에게 반향을 얻고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모티콘에 적힌 한글을 직접 썼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편인가요. 한국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요.
“이모티콘에 쓰는 한글은 조사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글을 읽는 것도 상당히 고생해야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부해가려고 합니다.”
‘오버액션토끼’ 캐릭터를 활용한 기업들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
신촌에서 열린 오버액션토끼 팝업 스토어.
“솔직히 이 정도로 반향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정말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버액션토끼의 특징과 성격이 궁금합니다.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오버액션토끼는 당근을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것과 춤을 사랑해요. 운동신경이 대단해 뭐든지 즐겁게 잘해낸다는 설정입니다. 성별은 결정하지 않았어요. 심플하고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일본인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가는 토끼를 좋아하나요, 아니면 고양이를 좋아하나요(카카오톡 이모티콘 판매 순위에서는 오버액션토끼가 오버액션고양이를 압도하고 있다).
“동물은 고양이 쪽인데, 토끼도 털이 둥근 부분이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루니툰즈’나 ‘톰과 제리’ 같은 오래된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제 캐릭터 움직임의 원류는 아마도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다른 영화나 일상에서 본 움직임도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도 궁금합니다.
“고민이 많을 때는 일을 미뤄두고 다른 작업을 먼저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 될 때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힌트가 될 만한 것을 찾기도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음악을 들으면서 느긋하게 푸는 편입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낙서하기도 하죠.”
직접 그린 이모티콘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자주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어 ‘셔터를 내리는 아기 토끼’와 ‘말을 타는 고양이’ 이모티콘을 좋아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롤모델이 있나요.
“롤모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땡땡의 모험’의 저자)와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잉칼’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다수에 삽화를 그림), 러시아 삽화가 이반 빌리빈, 아일랜드 삽화가 해리 클라크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오버액션토끼 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DK 공식 채널(youtu.be/6dG_VJIP51c)과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에서 ‘Gothic Fairy Tales’ ‘Gothic & Steampunk’ 등의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버액션토끼처럼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후배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지금은 오버액션토끼가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지만, 오버액션토끼가 탄생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있었고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 채 묻혀버린 수많은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다보면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인정해주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가세요.”
오버액션프렌즈가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캐릭터를 활용한 스마트폰 게임도 출시됐습니다. 직접 해보니 어떤가요. 오버액션프렌즈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책을 낼 계획은 없나요.
“예,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매우 쉽고, 토끼와 동료들의 세계관도 즐길 수 있더라고요. 팬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책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요. ‘주간동아’ 독자와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한국에는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