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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다. 몇 달 전 공공기관 입사 전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수백 통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적이 있다. 평소에도 하루 10여 통씩 입사지원서를 검토하는데, 필자는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90% 이상 당락이 결정된다고 본다. 당락 기준은 성의(誠意)다. 몸치장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걸린 입사지원서 작성에는 성의를 다하지 않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다.
“취업에 대한 애절함을 담아라”
먼저 입사지원서를 통해서는 ‘내가 이 직장에 반드시 입사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입사지원서를 보고 서류전형 합격 혹은 불합격 판단을 내리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취업에 대한 애절함이 묻어난 입사지원서인지 아닌지는 그 절대적 기준이다. 수많은 입사지원서 속에서 평이하게 작성한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인사담당자가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은 ‘지원 동기’다. 명확한 지원 동기, 합격 후 자신과 회사의 발전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필수다. 입사지원서는 수많은 지원자 가운데 1차 전형 대상자를 찾는 기초 자료인 만큼 인사담당자 눈에 띌 수 있는,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기소개서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는 읽는 순간 지원자의 장점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자기광고’가 필요하다. 또한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므로 서류전형만 염두에 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입사지원자가 ‘은근히’ 받고 싶은 질문을 곳곳에 배치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둘째, 자신의 경력을 돌이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회사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평생직장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약해졌고,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 내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내 몸값 챙기기’에 나섰다. 그런데 직장인이라면 현재 직장에서 받는 대우가 아닌,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이직을 염두에 두고 헤드헌터와 상담하는 경력자 중에는 본인의 몸값이 기대만큼 높지 않거나, 이직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적잖게 당황하는 이가 많다. 반대로 헤드헌터로부터 좋은 조건에 이직 권유를 받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건 ‘경력관리’(Career Development Program·CDP)의 차이라 말하고 싶다. 경력은 현재 직무를 더욱 확대, 심화해 해당 분야의 균형 잡힌 전문가로 성장하려는 자기 노력에 대한 기록이다. 따라서 경력관리는 현재보다 높은 지위에서 더 나은 보상을 받고자 계획하는 하나의 노하우다. 경력관리는 취업과 동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단시일에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 관리하지 않은 경력을 고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직장인 몸값)를 높이려면 결국 경력관리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같은 연차의 경력자라도 시장에서는 경력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연봉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직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연말연초마다 자신의 이력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은 빈칸에 적을 내용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양도 충분치 않고, 방향성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이제 부터라도 경력관리를 시작하려면 먼저 자신의 장래 인생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뚜렷한 직업 목표를 세워보자. 같은 방향으로 자신의 경력을 다시 설계한 후 자기계발과 직무 확대에 매진하자. 필요에 따라서는 근무 부서 이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 된다. 만약 경력관리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면 지금부터라도 3년가량 기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를 권한다.
‘경력단절’ 됐다면 눈높이 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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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이나 휴직 등 이유로 경력이 단절됐다면 눈높이를 낮춰 도전할 필요가 있다. 유명 의류회사에서 디자인 팀장(부장)을 지낸 K씨는 2012년 말 승진에서 누락되자 창업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매출이 저조했다. 2015년 재취업을 결심했지만, 3년간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한계를 느낀 K씨는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왜 재취업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그의 말에서 필자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3년간 ‘공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현 위치를 망각한 채 예전 직장 규모와 맞먹는 회사 및 연봉 수준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이런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자 K씨는 뒤늦게 수긍했고, 몇 차례 심도 있는 인터뷰를 거쳐 연봉 5000만 원의 차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비록 3년 전 받은 연봉(6400만 원)보다 적었지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우선시한 게 재취업에 성공한 이유였다. K씨는 며칠 전 연봉 7200만 원을 받는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예전 직장에서 받던 수준 이상의 조건으로 재취업을 고집했다면 아마 지금도 재취업 활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 전화를 걸어왔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직장은 옮기지 않는 게 가장 좋다. 기업 처지에서는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은 또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이직이나 재취업 같은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반드시 주변에 있는 ‘멘토’와 충분히 상의하라. 기분으로 회사를 ‘때려치운다’면 당장은 속이 편하겠지만 옮겨간 회사에서도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