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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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이명박’

청와대 청원 게시물 제목 키워드 31개 | 빅데이터 분석 … 일반 단어로는 금지, 폐지가 1, 2위 차지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입력2017-12-26 1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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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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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9일은 청와대에서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청원 게시판)을 운영한 지 넉 달이 되는 날이다. 이날까지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총 6만9975건이다. 이 중 청원인이 삭제한 글(2628건) 등을 제외하면 총 6만7347건이 남는다. 하루 평균 548건이 올라온 셈이다. 

    그동안 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주제는 ‘조두순 출소 반대’로 총 61만5354명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이 게시판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도 조두순일까. ‘주간동아’는 통계용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R’를 가지고 이 게시물을 수집해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 게시판 ‘제목’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조두순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제목에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게시물은 총 9403건으로 조두순(4419건)보다 2.1배 많았다. 이 9403건은 ‘이명박’ ‘이명박근혜’ ‘이명박쥐’ 등 ‘이명박’이라는 세 글자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때만 포함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숫자에 ‘맹바기’ ‘MB’ 같은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은 빠졌다. 만약 이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1만 건을 넘을 수 있다.

    ‘이명박’이 ‘조두순’ 보다 많아

    이 전 대통령에 관한 청원을 올린 이들의 게시물 내용은 ‘출국 금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명박’과 ‘출국’은 8383건, ‘이명박’과 ‘금지’는 8630건, ‘출국’과 ‘금지’는 8866건으로 모두 같은 게시물에 중복해 등장했다. 이런 게시물이 집중적으로 올라온 건 11월 11일(8184건·8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정부의 초청을 받아 출국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 전 대통령, 조두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올라온 이름은 ‘문재인’(802건)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호칭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대통령’이라는 낱말과 970번 연결된 반면, ‘대통령님’은 17번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님’이 258번으로 ‘대통령’(147번)보다 많았다. 온라인상에서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이렇게 데이터상에 자주 등장한 낱말과 그 낱말들 간 관련성을 알아보면 ‘텍스트’가 가진 특징 또한 알 수 있다. 청원 게시판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한 낱말은 ‘금지’(9969건)였다. 이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전 대통령의 ‘출국 금지’가 8866건(88.9%)을 차지한 것과 관련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낱말은 ‘폐지’(9890건)였다. 이 낱말 가운데 75%(7421건)가 ‘청소년 보호법’(‘청소년법’ ‘소년법’ 포함) 같은 게시물에 등장했다. 9월 3일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은 29만6330명이 참여해 ‘청원답변 1호’로 채택된 후 9월 25일 정부가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의 입을 통해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무엇을 ‘지원해달라’(2012건)거나 ‘강화해달라’(1130건)는 내용의 빈도수와 비교해보면 폐지 청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전체 ‘반대’(5280건) 가운데 ‘조두순’-‘반대’ 조합(3308건)을 빼더라도 나머지가 1972건으로, ‘찬성’이 197건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더 많았다. 청원 게시판의 성격상 무엇을 찬성하는 의견보다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예컨대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난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한 데 대해 반대한다’(77건)는 청원 의견이 올라오면 이에 찬성할 경우 동의 댓글을 달면 된다. 굳이 청원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따로 올릴 필요가 없다.

    게시물의 1.8%만 평균치 이상 지지


    하지만 ‘처벌’(1855건)이 ‘칭찬’(7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까지 감안하면 이 게시판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긍정’보다 ‘부정’에 가깝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역시 게시판 특징에서 기인한다. 

    지금까지 나온 숫자는 전부 ‘게시물’ 기준이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61만5354명이 ‘참여’했다고 할 때는 61만 명 넘는 사람이 직접 글을 올렸다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표했다는 뜻이다. 이 숫자를 따져봐도 ‘폐지’에 총 136만5112명이 동의해 1위이고, ‘반대’가 78만6184명으로 ‘청원’(83만278명)에 이어 3위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본적으로 관련 게시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평균을 따져보면 ‘비스듬히 기울어짐’이라는 뜻의 ‘경사(傾斜)’가 14만6068명이 동의해 1위였다. 사실 이 낱말은 ‘경사진 주차장 경고문구 의무화 및 자동차 보조제동장치 의무화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에 딱 한 번 등장할 뿐이다. 두 번 이상 등장한 낱말 중에서는 ‘자연유산’이 들어간 게시물(6건)에 평균 3만9236명이 청원해 1위를 차지했다.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청원에 23만5372명이 참여(4위에 해당)한 것이 컸다. 

    이 청원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낙태’가 들어간 게시물 345건에는 평균 792명이 청원 참여(동의)했다.
    이것은 청원 게시물 사이에 양극화가 심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에는 다른 사람이 한 달 동안 간단한 댓글을 달아 ‘동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미 청원 기간이 끝난 4만6010건의 평균 참여 인원은 97.5명이었는데, 참여 인원이 97명 이하인 게시물이 4만5201건(98.2%)이나 됐다. 결과적으로 게시물의 1.8%만이 평균 이상 지지를 받을 뿐, 청원 대부분이 다른 게시물에 ‘묻히고 마는’ 셈이다.

    트위터 로그인 청원 글에 가장 많이 동의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 관련 게시물이 많은 이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사진은 8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아주대병원 옥상 헬기장에서 이국종 교수와 함께 도착할 중증외상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는 모습. [홍중식 기자]

    권역외상센터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 관련 게시물이 많은 이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사진은 8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아주대병원 옥상 헬기장에서 이국종 교수와 함께 도착할 중증외상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는 모습. [홍중식 기자]

    이 밖에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청와대에서는 청원인이 게시물을 올릴 때 17개 분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이가 선택한 분류는 1만3742명(20.4%)이 클릭한 ‘정치개혁’이다. 이 정치개혁 게시물 가운데 60.4%(8305건)에 ‘이명박’이라는 낱말이 들어갔다. 

    청와대에서는 또 글을 쓰기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계정(ID)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로그인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트위터로 로그인한 청원(1154건)에 평균 212명이 참여해 1위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특정 SNS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게시물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간편하다는 뜻이 될 수 있는 등 해석의 여지가 많다. 

    44번 등장한 ‘유시민’도 재미있는 키워드다.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는 본인이 12월 12일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이라는 게시물을 직접 올려 6만 명 넘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그러자 44명이 ‘이름을 드러낸 청원은 반칙이다’ ‘유시민의 임명을 청원한다’ 등 관련 게시물을 뒤이어 올렸다. 유 작가가 직접 청원하기 전까지는 9월 12일 올라온 ‘유시민과 심상정을 기용하라’는 청원이 ‘유시민’을 포함한 유일한 게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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