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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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 극단적 표현 거부감보다는 새로움”

영화 ‘뫼비우스’ 주연 조재현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09-09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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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성애 극단적 표현 거부감보다는 새로움”
    김기덕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뫼비우스’는 개봉 전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명적 몸부림을 그린 이 영화를 두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조치라고 반발하던 김 감독은 결국 3분 분량의 문제 영상을 도려내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 감독이 “상처 입은 불구영화”라고 표현한 ‘뫼비우스’ 일부 영상 삭제본이 8월 30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는 외도하는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여자(이은우 분)와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조재현 분),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만신창이가 된 아들(서영주 분)에 대한 이야기다.

    11년 만에 김기덕 감독과 호흡 맞춰

    감독은 이들의 삶을 통해 욕정, 부성애, 질투 같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거세, 스킨 마스터베이션(피부를 자극해 성적 쾌감을 느끼는 일종의 자위행위), 근친상간 같은 극단적 설정이 공포물보다 더한 공포와 충격을 안기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대사가 전혀 없는데도 몸짓과 표정, 흐느낌 등으로 보는 이를 몰입하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다. 그중에서도 아버지 역을 맡은 조재현(48)의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 초반부에선 욕정에 충실한 이기적인 남편, 중반부에선 진한 부성애를 보이는 애틋한 아버지, 후반부에선 질투에 휩싸인 남자를 그린다. 김 감독은 “조재현 씨가 참여한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의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다”고 흡족해했다.



    조재현과 김 감독의 만남은 ‘나쁜 남자’ 이후 11년 만이다. 조재현은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섬’ ‘수취인불명’ 등 김 감독의 작품에 가장 많이 출연했다. ‘뫼비우스’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여섯 번째 영화다. 시사회가 끝나고 10여 분 뒤 나타난 조재현은 허름한 옷차림에 백발이 성성했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MBC TV 주말드라마 ‘스캔들 :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하명근 전 형사였다. 그는 “드라마를 찍다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분장을 지울 새도 없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 원수의 아들을 유괴해 제 자식인 양 키우는 하명근처럼 영화 속 아버지도 남다른 부정을 보여주더라. 캐릭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자신이 저지른 외도로 희생양이 된 아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버지다. 스킨 마스터베이션을 배워 아들에게 방법을 일러주는 것도 진한 부성애의 한 면이라 생각한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기밀문서처럼 은밀하게 전해줬다. 처음엔 감독님도 걱정했던 점, 이를테면 흔히 다루지 않는 소재와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저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 때문에 감독님은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고자 고민해왔다.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알기에 별다른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 영화 초·중·후반부에서 각기 한 남자의 욕정과 부성애, 질투심을 녹여냈는데 어느 부분이 가장 힘들던가.

    “그다지 힘든 부분은 없었다. 다만 돌로 발등을 문질러 스킨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장면에서는돌로 정말 내 발등을 피가 나도록 문질렀는데 영화에서처럼 성적 쾌감은 느낄 수 없었다. 그걸 느끼려면 살갗이 더 까지게 문질러야 한다고 하더라(웃음).”

    그는 자식을 위해 자기 성기까지 떼어주는 아비의 부성애도, 성기 이식수술을 받은 아들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아내를 미워하다 못해 둘 사이를 질투하는 남자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내용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다정한 모자 사이를 질투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 역시 평소 아내가 아들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 질투심을 느끼곤 한다.”

    ▼ 대사가 없어서 힘들진 않던가.

    “감정을 표현하면서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출연하기로 마음먹었고, 감독님이 연출 방향을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

    영화 완성본 보고 깜짝 놀라

    “부성애 극단적 표현 거부감보다는 새로움”

    영화 ‘뫼비우스’의 한 장면.

    ▼ 영화를 보고 만족스러웠나.

    “오늘 시사회는 못 봤고, 그전에 감독님 집에 놀러가서 처음 봤다. 감독님은 태양열을 모아 쓰는 집에서 사는데, 영화를 보여주다가 에너지가 모자라 밥을 못 해줄까 봐 걱정했다. 영화를 보다가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영화가 중간에 꺼졌다. 다행히 발전기가 있어 그걸로 영화를 마저 보고 밥도 해먹고 그랬다. 술도 한 잔씩 하고(웃음). 감독님이 영화를 하도 빨리 찍어서 어떻게 나올지 몹시 궁금했다. 정신없이 촬영해 영화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완성본을 보고 놀랐다. 감독님이 하고 싶어 하던 이야기가 굉장히 밀도 있게 잘 그려졌더라. 내 머리론 상상이 안 됐는데 감독님 머릿속엔 다 있었던 거다.”

    ▼ 김 감독과 11년 만에 호흡을 맞춘 소감은.

    “현장에서 스태프나 배우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좀 부드러워졌더라. 그래도 영화에 대한 열정이나 오기는 여전했다. 사람은 환경이나 위치가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변하게 마련인데, 좋은 쪽으로 바뀐 것 같아 흐뭇했다.”

    ▼ 감독님과 한 작품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1996년 개봉한 감독님의 데뷔작 ‘악어’가 가장 애착이 간다. 당시에는 감독님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는데, 영화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접근 방식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악어’를 촬영하면서 어디에서도 분출하지 못했던 연기 갈증을 풀 수 있어 좋았다.”

    ‘뫼비우스’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그 덕에 김 감독뿐 아니라 주연배우들도 이들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을 기회를 얻었다. 조재현도 당연히 함께 가겠거니 했는데 드라마 촬영이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아쉽기도 하지만 내가 안 가는 게 더 나을 거다. 티켓이 여러 장 나오는 게 아니니까(웃음). ‘뫼비우스’도 ‘피에타’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믿는다. ‘뫼비우스’ 무삭제본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만 공개된다. 국제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호평이 쏟아지는데 관객은 어떻게 평가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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