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2013.12.09

이유 없이 호흡곤란…암보다 무섭다

폐동맥 고혈압

  • 서창희 아주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입력2013-12-09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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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없이 호흡곤란…암보다 무섭다

    폐동맥 고혈압 초기 증상이 의심되면 조속히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50세 여성 환자가 한겨울 추위에 손끝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변하고,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며,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차다면서 병원을 찾았다. 전신성 경화증(경피증)으로 판단돼 흉부방사선 검사를 한 결과, 폐 섬유화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전신성 경화증에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으로 최종 진단을 내렸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혈관이 수축돼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높은 혈압으로 우심장에 무리를 줘 숨이 차는 증세를 보이다 결국 심부전 등으로 사망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2년 생존율이 50%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국내엔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2000명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여성의 경우 폐동맥 고혈압 증상인 숨 가쁨, 운동 시 피로감을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폐동맥 고혈압은 병이 진행될수록 호흡곤란과 피로 증상이 빈번해지고, 결국 옷을 갈아입거나 2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등 사소한 일상생활마저 힘들어진다.

    이처럼 초기 증상이 가볍고 다른 증상과 혼동되기 쉬워 폐동맥 고혈압의 조기 진단은 쉽지 않다. 보통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후 확진을 받곤 한다. 질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의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폐동맥 고혈압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명확지 않아 예방법도 없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피로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등 폐동맥 고혈압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전신성 경화증, 루푸스, 류머티즘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이들에게서 추운 겨울에 손끝이 하얗게 변하거나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날 경우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과거엔 치료제가 딱히 없어 환자 대부분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불치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엔 폐동맥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는 칼슘길항제(CCB), 엔도텔린길항제(ERA), 포스포디에스테라제 억제제 등이 사용되며, 이 중 엔도텔린길항제로는 암브리센탄과 보센탄이 있다. 흡입제로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 등이 사용된다.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에 발견하면 일반 고혈압처럼 꾸준한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유 없이 호흡곤란…암보다 무섭다
    서창희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류마티스내과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와 템플의대 류마티스내과에서 연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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