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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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팬덤, 기후변화 대응도 ‘총공’

[미묘의 케이팝 내비] 스타에게 ‘선한 영향력’ 요청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12-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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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일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관련 행동 모임 ‘케이팝 포 플래닛’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케이팝 포 플래닛 홈페이지 캡처]

    3월 3일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관련 행동 모임 ‘케이팝 포 플래닛’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케이팝 포 플래닛 홈페이지 캡처]

    기후위기에 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케이팝 팬덤에서도 관련 논의가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는 ‘케이팝 포 플래닛(KPOP 4 Planet)’이라는 웹사이트도 생겼다. 기후변화에 맞서는 케이팝 팬을 위한 공간이다. 이 사이트는 팬에게 개인 차원의 친환경 습관 및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케이팝 스타들의 기후변화 관련 행동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스타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매우 조심스럽고 간접적인 방식인 점이 흥미롭다. 지금까지 사회적 이슈에 관해 케이팝 스타에게 발언을 요청할 때면 아티스트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반발이 잇따른 점을 의식한 듯하다.

    또한 이 사이트는 가상의 콘서트 티켓을 상징적으로 ‘예매’함으로써 특정 아티스트의 팬들이 이만큼이나 탄소중립 콘서트를 원한다는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어느 나라의 어느 팬덤이 가장 많이 참여했는지 그래프로 보여줘 은근히 경쟁심을 자극한다. 케이팝 팬덤의 이모저모를 아기자기하게 담아내면서 묵직한 주제도 전달하는 셈이다.

    비주류 문화의 특권

    대중음악계와 환경운동의 결합이 드물지는 않았다.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투어 차량을 바이오 연료로만 운행하거나,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도 항공 운항의 최소화, 소요 자원의 재활용, 친환경 에너지 사용 같은 원칙을 내걸고 저탄소 투어를 진행한다. 다만 개별 아티스트와 그 팬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좀 더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케이팝 팬 모두가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여러 아티스트의 팬덤이 함께 말한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다.

    케이팝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다. 유서 깊은 이벤트 ‘드림콘서트’의 시작이 ‘환경 콘서트’였고, 팬덤이 일찌감치 아티스트 이름으로 숲을 조성해와서일까. 첫 대답은 케이팝이 아직 ‘틈새시장’에 가까운 지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특한 댄스 음악’이라는 특수한 취향에 반응하는 상대적 소수의 사람이 뭉친 집단이 케이팝 팬덤이다. 흑인 민권 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의 사회운동에 케이팝 팬덤이 집단적으로 동참한 것도 어찌 보면 비주류 문화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이들이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동 양식 중 하나가 이른바 ‘총공’(아이돌 팬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하는 것으로, 총공격의 줄임말) 등 집단행동이라는 점도 짚을 만하다.

    그뿐 아니라 지금은 이른바 ‘기후 정의’가 중요한 논점으로 부각된 시기다. 기후변화가 야기된 데는 선진국 몫이 크지만, 그 피해는 약소국이나 열악한 지위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닥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케이팝이 소수자 문화로 주목받으면서 소수자 인권, 문화적 전유 등 ‘사회정의’ 이슈와 결부돼온 맥락과도 연관이 있다. 말하자면 기후위기에 관심을 적잖이 가질 만한 이들이 모인, 팬덤의 경계를 넘은 교류와 집단행동에 익숙한 집단이 케이팝 팬덤이라는 것이다.



    물론 회의적 시선도 가능하다. CD 생산으로 폐기물을 대량 양산하고 있지 않은가. 팬들은 늘 이 산업이 팬들의 목소리를 고압적으로 외면한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팬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게 케이팝이라는 사실이다. 그 팬덤이 지금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이 산업을 바꾸려 하고 있다. 누가 먼저 이에 응답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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