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4

2005.12.13

열네 살 연상 이혼녀를 사랑한다고?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12-07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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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살 연상 이혼녀를 사랑한다고?
    벤 영거의 ‘프라임 러브’는 근사하게 캐스팅된 배우들과 생산성 높은 설정들, 흥미로운 주제를 갖춘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이것들만 가지고 훌륭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프라임 러브’에는 진짜로 훌륭한 영화가 갖추어야 할 그 ‘무언가’가 빠져 있다. 이건 정말 아쉽기 짝이 없는데,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료가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프라임 러브’는 라피 가르데라는 37세의 이혼녀가 데이비드라는 새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시작된다. 문제는 데이비드가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23세의 젊은이라는 것.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나이 차이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남자가 연상일 경우, 15살의 나이 차는 별것 아닌 것으로 양해되지만, 그 반대는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두 사람이 이를 통과하는 동안 나이 이슈를 둘러싼 많은 문제점들과 자잘한 드라마들이 제시된다.

    이것만으로도 영화 하나를 꽉 채울 수 있을 정도인데, ‘프라임 러브’에서는 그만큼이나 생산성 높은 설정을 하나 더 준비해놓고 있다. 라피는 리사 메츠거라는 심리치료사를 만나고 있는데, 알고 봤더니 리사는 데이비드의 엄마다! 아들보다 15살이 더 많은 환자의 입을 통해 아들의 성생활에 대해 알게 된 엄마의 처지를 상상해보라. 무궁무진한 코미디 소재들이 솟아오른다.

    영화는 이런 드라마를 살리기 위한 좋은 배우들도 갖추고 있다. 일단 리사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을 보라. ‘프라임 러브’는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진 메릴 스트립이 짓는 일련의 난처한 표정들만 가지고도 가치 있는 영화다. 우마 서먼은 37세의 이혼녀를 연기하기엔 아직 젊지만 역에는 완벽하게 맞으며 여신과 같은 위엄과 깨지기 쉬운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풍긴다. 데이비드 역의 브라이언 그린버그는 두 여배우만한 스타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성실하며 귀엽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갖추지 못한 그 무언가는 무엇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게중심을 잘못 놓았다는 데 있다. 벤 영거는 영화의 중심에 데이비드를 놓았는데, 그 간단한 선택만으로도 영화는 매력의 반을 잃어버린다. 데이비드는 나쁘지 않은 친구지만 라피의 드라마도, 리사의 코미디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가 쓸데없이 이야기를 채우는 동안 진짜 알맹이를 움켜쥔 우마 서먼과 메릴 스트립은 입구 근처에서 방치된다. 그러나 그의 비중을 줄였다고 해서 이야기가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도 않으니, 벤 영거의 대사 감각이나 통찰력은 그가 모델로 삼았을 우디 앨런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라피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샌드라 불록이었다. 불록은 감독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촬영 2주 전에 영화를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불록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적어도 불록은 자신의 관객들을 이해하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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