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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고용주는 관리업체 입주자들은 책임 없어

아파트 경비원의 지위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고용주는 관리업체 입주자들은 책임 없어

고용주는 관리업체 입주자들은 책임 없어
‘일 못한다’며 월급 안 준 아파트 입주자 대표 ‘무죄’…황당한 판결에 네티즌 ‘격분’.

얼마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의 ‘근로기준법 위반 등’ 사건 판결 결과에 대한 한 언론 기사 제목이다. 고용주가 월급을 주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죄로 처벌을 받게 돼 있다. 그런데 법원이 경비원에게 월급을 주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니 일반 누리꾼이 수긍하지 못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더구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갑’이고, 경비원은 약자의 처지이니 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법조인 대부분은 이번 판결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솔직히 필자가 판사여도 무죄를 선고했을 것이다. 경비원을 고용한 고용주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니라 그들이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임한 관리업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직원이 아니라 아파트 관리업체 직원이란 뜻이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를 대표하는 관리주체로 동대표 모임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두게 돼 있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직접 관리소장과 경비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보통은 관리용역비를 주고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관리업체에게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긴다. 그리고 관리소장과 경비원들은 바로 이 관리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자기 땅에 집을 지으려 할 때 건축회사에 공사를 맡긴다. 내가 직접 인부를 고용해 건물을 짓는 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집을 짓는 인부들은 건축주로부터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실제 공사 주체인 건축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들이 근자에 경제활동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형 건물 청소직원들이 그 건물주의 직원이 아니라 용역회사 직원인 경우는 흔한 일이다. 건물주는 근로기준법상 까다롭게 규정된 책임을 회피하고자 중간에 근로자들에 대한 책임주체로 용역회사를 끼어들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법적으로 노무도급, 사내하청이라 칭한다. 노무도급, 사내하청이란 근로자들이 원청업체 일을 하지만 하청업체 소속 직원으로 돼 있는 것이다. 능력 있는 원청업체의 이러한 책임회피 관행을 막고자 노무도급, 사내하청의 경우 이들 근로자가 실제 원청업체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었다면 이들의 업무상 불법행위에 대해 원청업체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약정한 용역비를 주지 않고 있고 일정 요건이 만족된다면 직접 원청업체 측에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분명히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가 강자에게 맞서 밀린 임금을 받아내려면 고난의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근로 현실은 강자가 최약자를 부리는 구조지만, 강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간에 약자를 끼워 최약자를 고용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렇듯 강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문제는 지금도 그 어느 곳에선 완벽하지 못한 법과 제도를 이용해 강자가 최약자를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빠른 시간 내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5.08.24 1002호 (p50~50)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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