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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시원한 개운함 vs 고소한 감칠맛

전남 장흥 된장물회와 한우삼합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시원한 개운함 vs 고소한 감칠맛

시원한 개운함 vs 고소한 감칠맛
8월 10일쯤 남도는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34도가 넘는 날씨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야외 작업 금지령을 내렸다. 지인 몇 명과 남도를 돌다 과음한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전남 장흥군 회진면을 찾았다. 회진면은 된장물회로 유명해졌다. 동해안 물회가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을 풀고 설탕을 넣어 매콤달콤한 맛으로 먹는다면, 장흥 물회는 구수한 된장 맛으로 먹는다. 1940년대 선원들이 선상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생선을 썰고 된장과 열무김치를 넣어 먹던 음식문화가 그 출발점이었다. 이름도 된장물회 또는 열무김치물회로 부른다.

선원들 음식으로 시작해 마을 사람들의 여름 별식이 된 된장물회는 1990년대 중반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외식으로 등장한다. 된장물회 원조집으로 알려진 ‘우리횟집’은 소박한 어촌 식당이다. 얼음 동동 떠 있는 차가운 물회로 해장을 하자는 제안에 일행 몇 명은 아침부터 찬 음식 먹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물회 맛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커다란 그릇에 5명분 물회가 나온다. 예전에는 망둥이, 조기, 전어 등 다양한 생선을 가리지 않고 넣었지만 요즘에는 외지인이 많아지면서 광어나 도다리, 우럭 같은 비린내 없는 생선을 주로 사용한다.

잘게 썬 회와 열무김치가 누르스름한 된장과 섞여 있고 그 위에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온다. 개운하고 구수하고 시원하다. 단맛이 나지 않아 먹기에도 편하다. 회를 친 뒤 20~30분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 얼기 직전 꺼낸다. 그 때문일까. 회에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된장과 열무, 고춧가루같이 투박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다.

회진면에서 차로 3분을 가면 나오는 삭금마을도 된장물회로 유명하다. 작은 생선인 쑤기미를 이용한 된장물회가 삭금마을표 된장물회다. ‘용궁횟집’ 등 4곳에서 된장물회를 팔고 있다.

장흥읍의 토요시장은 한우 판매로 유명한 곳이다. ‘명희네음식점’에서는 한우 우둔살을 넣은 한우물회를 판다. 장흥은 전남에서 소 사육이 가장 많은 곳이자 키조개, 표고버섯 재배 전국 1위를 달리는 식재료의 고장이다. 장흥 한우는 여러 사료를 섞은 배합사료보다 풀이나 짚을 먹이는 소의 비율이 타지역보다 높다. 곡물을 먹여 마블링이 많은 소와 달리 올레산이 많아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토요시장에는 한우삼합이라는 독특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다. 쇠고기와 그 고장에서 많이 나는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다. 이들 식재료는 모두 감칠맛이 나는 성분이 많다. 천연조미료들이 경연을 벌인 덕일까. 어느 식당을 가도 한우삼합 맛이 비슷하고 좋다.

장흥은 2008년부터 산을 치지 않는 무산(無酸) 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에 붙은 잡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던 산 대신 나흘에 한 번씩 김을 바닷속에서 건져 올려 태양빛을 쐬게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나절 태양빛을 받으면 김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거의 사라진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 방식 때문에 장흥 무산 김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참기름이나 소금,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은 날김은 그 자체로 맛있다.

남해안의 여름 별미인 갯장어 샤브샤브도 요즘 한창 제철이다. 겨울이면 남포마을 소등섬에선 자연산 굴구이와 굴떡국이 유명하다. 장흥은 자연이 준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주간동아 2015.08.24 1002호 (p76~76)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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