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7

2015.07.20

나폴레옹, 처칠이 사랑한 스파클링 와인

역사 속 샴페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7-20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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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 처칠이 사랑한 스파클링 와인
    무더운 여름.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 맛있을 때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것은 역시 샴페인이다. 샴페인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기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된다. 샹파뉴를 영어식으로 읽은 샴페인이 곧 술 이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샹파뉴에서 본격적으로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다. 이전에는 와인에 설탕을 넣고 또 한 번 발효시켜 기포를 만드는 샴페인 제조법을 몰랐을 뿐 아니라, 압력이 타이어의 3배나 되는 샴페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두꺼운 유리병도 17세기에 와서야 생산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잘한 기포가 춤을 추듯 올라오는 샴페인은 상류층만 즐기는 특수한 와인의 대명사였고, 유럽 왕실과 귀족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그래서일까.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샴페인에는 역사 속 인물과 얽힌 에피소드가 많다.

    샴페인 병목을 칼로 내리쳐 승전을 자축했던 나폴레옹. 그가 사랑했던 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인 모엣&샹동(Moet&Chandon)이다. 모엣&샹동의 소유주 장레미 모엣(Jean-Remy Moet)과 막역한 사이였던 나폴레옹은 모엣&샹동에 자주 들러 샴페인을 즐겼고 모엣에게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기도 했다. 모엣&샹동 레이블에 적힌 임페리얼(Imperial)은 나폴레옹을 뜻하는 말로, 모엣&샹동은 1860년부터 지금까지 그 제품명을 사용하며 나폴레옹과의 인연을 기리고 있다.

    병 색깔이 에피소드를 말해주는 샴페인도 있다. 샴페인은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어두운 병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루이 뢰데러(Louis Roederer)의 크리스탈(Cristal)은 특이하게도 투명한 병에 담겨 있다. 암살 공포에 시달리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누군가 샴페인에 독을 넣더라도 변색을 알아볼 수 있도록 투명한 병을 사용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황제의 두려움으로 탄생한 크리스탈은 지금도 루이 뢰데러의 명품 샴페인이자 가장 화려한 샴페인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나폴레옹, 처칠이 사랑한 스파클링 와인
    처칠의 샴페인 사랑도 유명하다. 처칠은 폴 로저(Paul Roger)라는 샴페인을 특히 좋아해 자신의 경주마를 폴 로저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다. 폴 로저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처칠의 생일마다 샴페인 한 케이스(12병)를 선물로 보냈고, 1965년 처칠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샴페인 레이블에 검은 띠를 둘러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폴 로저는 포도 품질이 탁월한 해에만 생산하는 최고급 빈티지 샴페인에 ‘Sir Winston Churchill’이란 이름을 붙여 지금도 처칠을 기념하고 있다.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 재도약을 위해 잠시 몸을 추스르는 여름휴가철이다. “승리하면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배하면 샴페인이 필요해진다(In success you deserve it and in defeat you need it).” 처칠이 남긴 말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이라면 결과와 상관없이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지 않을까.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가는 자신을 위해 역사 속 인물들이 사랑했던 샴페인으로 격려의 축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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