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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꾸라진 주식시장 안갯속으로

켜켜이 쌓인 해외발(發) 악재에 대표 기업 실적 전망도 불투명

  • 윤재웅 선대인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 kuansuchan@gmail.com

고꾸라진 주식시장 안갯속으로

2015년 초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꿈꾸던 주식시장이 다시 약세장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잇따른 해외발(發) 악재와 장기화하는 내수침체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화장품, 제약, 헬스케어 부문에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내수경기마저 얼어붙자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위기감과 중국 증시 폭락 등 대외적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해왔던 원동력이 외국인투자자였다는 점에서, 하반기 주식시장은 대외 부문 리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지속해온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여부가 초미 관심사다. 미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소비가 확대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로선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만큼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그리스와 중국

미국의 금리인상은 그간 저금리로 정당화되던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valuation)에 대한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그동안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자본 흐름을 반전시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도 적잖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때마다 신흥국 시장은 강(强)달러에 따른 자금 이탈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다. 미국이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선다 해도 그 부정적 여파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진 유럽도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다. 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이는 문제의 끝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개혁안 이행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부터 그리스 경제의 고질적인 비효율, 유럽 통화공동체의 구조적 결함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리스 사태에 따른 충격이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주변 국가로 확산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유럽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럽 각국이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를 상당 부분 줄인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사태에 대비한 방화벽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리스 사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근 3주 만에 30% 넘게 폭락한 중국 증시 역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초까지 150%가량 상승한 중국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신용거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IPO(기업공개) 증가에 따른 수급 악화 등으로 강한 조정을 거쳤다. 다행히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주가 부양책에 따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보자면 하반기 중국 주식시장은 일정한 등락은 있겠지만, 정부의 직접금융 시장 육성과 국유기업 개혁 등 강력한 정책 의지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이 우리나라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자본시장보다 실물경제라는 점이다.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이 초기 단계인 데다 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미약한 탓이다. 중국은 투자 및 수출주도형 성장에서 내수 소비 주도형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투자 감소와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7% 미만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대표 기업들, 한계에 왔나

국내 사정도 여의치 않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악화는 대외 교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처지에선 수출 부진으로 직결돼 나타난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양국 간 기술 격차 축소도 대중(對中) 수출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엔화 가치 약세와 원화 가치 상승세가 지속되면 수출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1~5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저유가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부담과 메르스 여파로 지속되는 소비 부진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최근 정책당국이 금리인하와 함께 추경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으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주력 상품 판매 부진과 경쟁 격화로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요컨대 하반기 주식시장에선 지수 전체를 추종하기보다 대내외 변동성에 둔감한 업종 가운데 뚜렷한 실적 개선을 나타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15.07.20 997호 (p44~45)

윤재웅 선대인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 kuansu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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