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2015.07.13

성숙미로 제2 전성기 꿈꾸다

다재다능한 샤르도네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7-13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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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미로 제2 전성기 꿈꾸다
    샤르도네(Chardonnay)는 다재다능한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다른 포도 품종처럼 기후나 토양, 양조방식에 제한받지 않고 재배환경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말 “Anything but Chardonnay(샤르도네만 아니면 다 괜찮다)”라고 말할 만큼 샤르도네는 한때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샤르도네는 프랑스 북동부 내륙에 위치한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이 고향이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이 곧 최고급 샤르도네 와인이라 여겨질 정도로 이곳은 샤르도네의 성지였다. 부르고뉴 최북단에 자리 잡은 샤블리(Chablis)의 샤르도네 와인은 서늘한 기후 덕에 풋사과 같은 신선한 과일향과 산뜻한 산미, 날카로운 미네랄향이 매력적이다.

    부르고뉴 중심부에 위치한 코트 드 본(Cotes de Beaune)은 샤블리보다 기후가 온화해 와인이 부드럽고 우아하다. 복숭아나 참외 같은 과일향에 오크 숙성으로 얻은 토스트향이 와인에 은은하게 배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이트 와인인 몽라셰(Montrachet)를 비롯해, 뫼르소(Meursault)와 코르통샤를마뉴(Corton-Charlmagne)가 모두 코트 드 본에서 만든 샤르도네 와인이다.

    그런데 1976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가 만든 샤르도네 와인이 파리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부르고뉴 와인을 제치고 우승을 한 것이다. 부르고뉴 밖에서도 고급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명된 셈이었다.

    9년 뒤인 1985년 호주 린데먼(Lindeman) 와이너리가 병당 1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Bin65라는 샤르도네 와인을 출시했다. 드넓은 산지에서 기계를 이용한 포도 재배로 가격을 크게 낮췄지만 Bin65가 가진 열대 과일향과 오크 숙성의 바닐라향, 매끈한 질감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그 결과 Bin65는 호주 와인 수출의 물꼬를 텄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호주 와인이 됐다.



    성숙미로 제2 전성기 꿈꾸다
    이렇게 샤르도네 인기가 높아지자 세계 각지에서 앞다퉈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그야말로 저가 샤르도네 와인의 전성시대로, 와인 애호가가 아니어도 레스토랑에서 “샤르도네 한 잔 주세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저급함이었다. 과숙한 포도가 주는 진한 과일향과 지나친 오크 숙성에서 나온 노골적인 바닐라향은 우아한 샤르도네 와인과 거리가 멀었다. 값싸고 마시기 편해 처음엔 인기 있었지만 소비자는 곧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샤르도네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샤르도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인간이 돈 벌 목적에 마구잡이로 심고 입맛을 현혹하는, 그야말로 ‘쉬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 것이 잘못일 뿐.

    다행히 최근에는 샤르도네가 조금씩 부활하고 있다. 산지마다 개성 있는 와인을 내놓는 모습이 마치 큰 아픔을 겪고 난 뒤 더욱 성숙해진 느낌이다.

    7월 중순 시원한 샤르도네 한 잔이 맛있을 때다. 제2 전성기를 꿈꾸는 샤르도네로 무더운 여름밤을 식혀보는 것은 어떨까. 하반기 도약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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