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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긴 가뭄, 온난화로 동식물 대재앙

한반도 생태계 교란…해충 창궐, 생물종 절대 감소 우려

  •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wooyoo@donga.com

긴 가뭄, 온난화로 동식물 대재앙

긴 가뭄, 온난화로 동식물 대재앙
한강의 녹조 현상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는 7월 7일 한강 잠실수중보 하류 전 구간에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3일까지 행주대교~동작대교 구간에 한해 내렸던 경보를 확대한 것이다. 2000년 한강 조류 경보제도를 도입한 후 조류주의보는 여덟 차례 발령됐지만, 조류경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악의 가뭄이 원인으로 꼽힌다. 장지선 서울시청 물관리정책과 주무관은 “극심한 가뭄으로 한강 상류 방류량이 평소 초당 200~400t에서 현재 80t까지 줄었다”며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 현상이 나타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부지방을 강타한 이번 가뭄은 1974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수몰 지역이 4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낼 만큼 극심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5도 이상 높아지는 ‘슈퍼엘니뇨’가 18년 만에 발생하면서 장마전선이 평년보다 열흘 이상 늦게 북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로서는 7월 중 지나갈 태풍만이 녹조 현상을 없앨 유일한 희망이다.

폭염과 가뭄, 그리고 이에 따른 극심한 녹조 현상 등 국지적인 기상재해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일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5월 지구 전체 육지와 바다 표면의 평균온도가 20세기 평균보다 0.87도 높았다.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최고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3년 5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진행되면 2081~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1986~2005년에 비해 3.7도 오르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번째 대멸종 시기”

이런 급격한 기후변화에 생태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봄꽃 개화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한 사례다. 최근 몇 년간 기상청의 봄꽃 개화 시기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2월 기온과 3월 예상 기온으로 개화 시기를 추정하는데, 예보를 낸 다음 날부터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돼 꽃이 일찍 핀 것이다. 과거 30년(1951~80)에 비해 최근 30년(1981~2010) 동안 벚꽃 개화는 서울의 경우 4.8일, 인천은 7일, 전북 전주는 6.8일 정도 앞당겨졌다. 꽃눈은 겨우내 일정량 이상 추위를 겪어야 발아하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아예 꽃이 피지 않을 수도 있다. 꽃이 피지 않으면 열매와 씨앗도 맺을 수 없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고산지대에선 많은 수종이 이미 사라졌거나 분포지가 북쪽으로 이동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구상나무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1988년에서 2002년 사이 제주 한라산 내 분포 면적이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한라산의 평균기온은 0.9도 높아졌다. 구상나무가 고사한 지역은 초원이 됐다. 기후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대표식물인 후박나무는 지금까지 남부지방에서만 자랐는데 요즘은 충남 태안에서도 발견된다. 소나무는 2060년이 지나면 강원 이북에서만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동물도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다. 항온동물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곤충이나 양서류,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이 특히 취약하다. 가령 유럽 기온은 최근 100년간 약 0.8도 상승했는데, 유럽 원산의 나비 35종 가운데 63%가 북쪽으로 35km에서 240km까지 이동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선 아열대기후가 나타나면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757종의 딱정벌레, 나비, 벌 등이 새롭게 발견됐다. 곤충은 식물을 먹는 1차 소비자이자 새 같은 2차 소비자의 먹이로, 생태계의 중간고리 구실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곤충의 광범위한 이동은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

긴 가뭄, 온난화로 동식물 대재앙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급증했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대표적 사례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실처럼 생긴 선충의 일종인 소나무재선충에 소나무가 감염돼 말라 죽는 병이다. 여름철 낮 평균기온이 20도 이하인 북미나 아시아 지역에선 발생 기록이 없었다.

그런데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피해가 점점 늘어 지난해에는 218만 그루가 이 병에 감염됐다. 한혜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연구사는 “고온 건조한 환경은 재선충과 매개곤충 모두에게 좋은 조건”이라며 “최근 기후변화로 봄여름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줄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동식물이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유전적 조성을 바꿔 새로운 기후에 적응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동도, 적응도 하지 못하면 곧바로 멸종위기에 직면한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인 알락딱새는 봄철 기온이 오르면서 산란시기를 당겼지만, 이동시기는 당겨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IPCC 5차 보고서는 이런 추세라면 100년 뒤 지구의 생물다양성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19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는 동물 멸종 속도가 과거보다 100배 빨라지면서 지구가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실리기도 했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중위도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지형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은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화석연료다. 산업화 속도가 빠른 개발도상국이 중위도 지역에 몰려 있어 이 지역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영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형 기후생태 모니터링 필요

그러나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즉 ‘기후생태’는 최소 20년 이상 관찰해야 양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만한 자료가 축적돼 있지 않다. 각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생태계 연구 자료가 일부 있지만, 그나마 기후변화 관점에서 조사한 자료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 등이 100년 이상 장기적인 기초생태연구를 바탕으로 생물다양성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대비된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생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자료를 구축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몽골 등 5개국 6개 기관과 ‘동아시아 생물다양성 보전 네트워크(EABCN)’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국립생태원도 올해 초 ‘기후변화에 따른 육상생태계의 변화-국내외 연구 현황’ 자료집을 내고 기후생태 분야 연구의 초석을 다졌다. 홍승범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한반도 전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향후 한국형 기후생태 장기 모니터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68~69)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wooy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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