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2015.07.13

스포츠계 최고 블루칩 탄생

미국 새 영웅 조던 스피스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5-07-13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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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계 최고 블루칩 탄생
    현대 스포츠에서 미국인은 항상 영웅을 갈구해왔다. 농구에선 (지금 최고 선수는 르브론 제임스지만) 마이클 조던, 메이저리그에선 LA 다저스 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스포츠 종목에서 ‘누가 최고 영웅이냐’는 수입과 연봉에서 잘 드러난다. 그게 현대 스포츠의 상품성이다.

    골프에선 지난해까지 타이거 우즈가 12년 연속 최고 수입을 올렸다. 우즈는 부상과 재활로 대회를 거의 뛰지 못해 필드에서 상금은 61만 달러(약 7억 원)였지만, 코스 설계나 용품사 계약금 등이 5450만 달러(약 620억 원)나 됐다. 우즈에 이어 수입 2위는 필 미컬슨, 3위는 로리 매킬로이였다.

    하지만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알리는 팡파르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있다. 올해 22세인 조던 스피스가 그 주인공이다. 4월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저타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데 이어 6월 최대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도 연달아 우승하면서 그의 상품성은 급등했다. 미국 모든 언론은 스피스가 메이저 2연승을 올리자 ‘역대 투어 사상 최연소 메이저 2연승’이라며 대서특필했다. 1922년 진 사라센 이후 최연소라는 사실과, 한 시즌에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잇따라 우승한 선수도 역대 5명에 불과하다는 기록까지 인용됐다. ‘그 나이에 이룬 성과면 타이거 우즈의 기록도 깰 수 있다’는 다소 성급한 전망까지 내놨다. 골프를 커버 기사로 올리지 않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도 스피스를 표지에 냈다.

    미국이 스피스에 열광하는 건 그가 현대적인 영웅의 면모(단지 머리숱만 적을 뿐)를 거의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스피스가 우즈를 대신할 ‘영웅의 상품성’을 갖췄다고 본다. 우즈는 1997년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데뷔 후 79승에 메이저 14승을 거두면서 골프계의 압도적 존재로 부상했다. 그의 사생활은 일체 비밀에 부쳐졌다. 소유한 보트에 ‘프라이버시’를 새길 정도였다. 언론과는 멀찌감치 거리를 뒀다. 하지만 2009년 섹스 스캔들 이후 끊임없는 추문과 유언비어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기를 바라지만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우즈는 잦은 부상과 코치 교체로 그마저도 녹록지 않고 랭킹은 계속 하락 중이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매킬로이가 우즈를 대신할 영웅으로 자리 잡나 싶었다. 매킬로이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세계 1위를 다시 꿰찬 골프 신동이다. 하지만 그는 이어지는 대회에서 종종 예선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확실한 투어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매니지먼트사와 계약 건으로 법정에 서는가 하면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와 헤어진 이후 PGA투어 여직원, 모델 등과 염문설로 가십 잡지에도 오르내린다. 무엇보다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 PGA투어를 뛰니 상품성이 떨어진다.



    반면, 스피스는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나고 자란 본토박이 미국 백인이다. 자폐증 환자인 여동생 엘리를 극진히 챙기는 인간미를 갖췄고, 2년 전 조던 스피스 패밀리재단을 세워 자선사업에도 열심이다. 미디어나 대중, 심지어 선수들과도 거리를 두던 우즈와 달리 선수들에게 항상 겸손하면서 깍듯하고, 언론과 팬들에게도 친절한 점이 그를 더 돋보이게 한다.

    스포츠 마케팅 조사업체 마케팅암은 스피스를 미국 스포츠계 최고 블루칩으로 평가한다. 스피스와 계약한 언더아머의 주가도 올 들어 30% 이상 급상승했다. 스포츠와 연예인, 정치인 명사 등을 포함해 스피스의 호감도는 1500위에서 129위로 급상승했고 ‘되고 싶은 인물’ 항목에서는 톰 행크스, 빌 게이츠, 케이트 미들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되고 싶은 인물은 달리 표현하면 이상형이고, 그건 아마도 ‘영웅’이라는 상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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