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2015.07.13

1인 창작자 뜨니 매니저도 뜬다

창작 지원 플랫폼 멀티채널네트워크, 미디어산업 대안으로 주목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5-07-13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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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창작자 뜨니 매니저도 뜬다
    바야흐로 개인방송 전성시대다. BJ(방송자키) 대도서관, 양띵, 김이브 등 개인방송 슈퍼스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는 물론이고, 1년에 수억 원 수입까지 올린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외식사업가 백종원, 마술사 이은결, 연예인 등을 내세워 개인방송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정도다.

    개인방송이 주목받으면서 시장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개인이 제각각 준비해 방송했다면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1인 창작자를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멀티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MCN)’ 사업이 그것이다. MCN은 1인 창작자를 위한 지원 플랫폼이자 미디어산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기업과 지상파까지 MCN 시장에 가세해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창작활동 지원하고 수익은 나눠

    MCN은 개인방송을 하는 1인 창작자의 창작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튜디오와 방송기자재 등 방송에 필요한 시설, 콘텐츠 기획, 편집, 체계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교육, 채널 홍보를 위한 마케팅 등 활동 전반을 돕는다. 1인 창작자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방송하고, 거기서 얻는 광고 수익을 MCN 사업자와 나눈다. 연예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연예인이 얻는 수익을 나누는 것과 유사하다. 스타급 연예인을 많이 보유할수록 기획사 수익이 늘어나는 것처럼 MCN 역시 인기 창작자를 많이 보유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MCN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글로벌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를 활용하면 빠르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베보(Vevo)’ ‘어섬니스TV(AwesomenessTV)’ 등이 대표적인 MCN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가능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 정도로 평가받던 MCN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제는 글로벌 자본들이 몰려드는 각축장이 됐다. 미국 영화 제작 및 배급사 드림웍스는 2013년 5월 미국의 배우 겸 영화감독 브라이언 로빈스가 설립한 어섬니스TV를 3300만 달러(약 375억 원)에 인수했고, 2014년엔 디즈니가 메이커스튜디오를 5억 달러(약 5683억 원)에 인수했다. 투자도 활발하다. 워너브라더스는 머시니마(machinima·기계(machine)+영화(cinema)+애니메이션(animation))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으며 스카이홀, 알로이디지털 등도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주목할 것은 MCN 인수나 투자를 유치하는 곳이 전통 미디어그룹이라는 점이다. 전통 미디어들은 MCN이 미래 미디어시장의 성장동력이 되리라고 보는 것이다.

    1인 창작자 뜨니 매니저도 뜬다
    MCN 전문기업부터 대기업, 지상파까지 가세

    국내에서도 MCN은 미디어시장의 핫이슈다. 2000년대 후반 MCN 사업자가 잇달아 나타난 미국보다는 늦었지만,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발전 양상은 해외와 유사하다. 초기에 중소 MCN 사업자가 이끌던 시장에 규모가 큰 기업들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대표주자는 CJ E·M이다. 5월 CJ E·M은 MCN 플랫폼 ‘다이아(DIA)TV’를 선보였다. 기존에 하던 MCN 사업을 확대 개편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년 전 신사업팀에서 MCN 사업을 시작한 CJ E·M은 387팀으로 출범한 창작자를 2017년까지 2000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도서관, 영국남자, 씬님 등 유명 창작자도 다수 확보했다. 유튜브만 활용하던 콘텐츠 유통채널은 중국 ‘유쿠’, 프랑스 ‘데일리모션’ 등 해외 주요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해외 MCN 사업자와 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이덕재 CJ E·M 방송콘텐츠부문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이아TV는 글로벌 시장 진출,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확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목표”라며 “2017년까지 MCN 창작자를 2000팀으로 늘리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창작자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들도 MCN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먼저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MBC다. 직접 MCN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방송 형태의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방송해 인기를 얻고 있다. 백종원, 이은결, 김구라 등의 스타를 기용해 인터넷으로 실제 개인방송을 하고, 이를 편집해 지상파로 방송한다.

    KBS는 직접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7월부터 ‘예티스튜디오’라는 MCN 서비스를 시작한다. 개그맨 오나미가 진행하는 ‘오나미의 뷰티채널’과 신인 아이돌 케이팝(K-pop) 채널을 비롯해, 자체 채널과 오디션으로 선발한 채널 등 12개 채널로 시작할 예정이다. 당장은 수익성보다 MCN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검증하고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에 대한 대비, 창작자 지원 등이 목표다. 참신한 창작자의 콘텐츠와 KBS의 제작 역량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CN 전문기업도 있다. CJ E·M 출신들이 1월 설립한 ‘트레져헌터’는 국내 최정상의 BJ 양띵과 김이브, 악어 등 톱스타를 대거 영입하며 급부상했다. 6월 기준으로 38개 채널에 유튜브 구독자 850만 명을 확보했다.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출발한 아프리카TV도 창작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MCN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MCN 사업이 국내에서 커지기 전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던 유명 BJ가 CJ E·M이나 트레져헌터로 빠져나가면서 인기 BJ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파트너 BJ’ 제도를 신설하고,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방송에 도움이 되는 각종 아이템, 콘텐츠 홍보 지원, 플랫폼 수수료 인하, 유튜브 MCN 지원, 동영상 광고 수익 배분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새로운 창작자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BJ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작과 장비 조작법, 홍보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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