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효과, 면역력 증진, 항노화, 이 콩 하나면 끝. 신이 내린 선물.’
요즘 인기 식품인 ‘렌틸콩(lentils)’에 대한 홍보 문구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요리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렌틸콩의 효능에 대한 주제가 쏟아져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인에게 낯설었던 이 콩의 정체는 무엇일까.
렌틸콩은 인도, 유럽, 캐나다 등 건조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식물로 한국의 검정콩보다 약간 작으며 주황, 연두, 검정 등의 색을 띤다. 인도에서는 수프와 카레에 활용되는 등 일상적인 주식이다. 유럽에서는 스튜나 샐러드 등에 곁들여 먹는다. 볼록렌즈 같은 모양 때문에 ‘렌즈콩’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등록된 정식 수입품목 명칭도 렌즈콩이다.
한국에서 렌틸콩은 20년 전만 해도 먹는 사람이 드물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렌틸콩은 우리나라에 1995년 1만5000달러(약 1700만 원) 규모로 처음 수입됐다. 이후 2013년까지 수입액은 연간 10만~20만 달러대였다. 그러던 렌틸콩이 갑자기 지난해부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2014년 렌틸콩 수입액은 1159만2000달러(약 131억 원)로 전년도 27만5000달러의 42배로 뛰었다.
렌틸콩이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5월 말 가수 이효리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발단이 됐다. 렌틸콩 볶음과 방울토마토 몇 개를 올린 아침식사 사진이었다. 이 블로그를 본 누리꾼들이 렌틸콩의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렌틸콩의 영양학적 정보가 알려졌다.
렌틸콩은 식이섬유와 엽산, 단백질과 칼륨이 풍부하다. 날렌틸콩 100g은 바나나보다 12배 높은 식이섬유, 시금치의 2.4배 높은 엽산을 함유하고 있고 단백질 함량은 쇠고기 130g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삶은 렌틸콩 100g은 칼륨 369mg를 함유해 노란콩(325mg), 검정콩(355mg)보다 높은 반면, 지질은 0.38g으로 매우 낮다. 렌틸콩은 혈당지수(glycemic index·GI)도 29로 낮은 편이다.
이런 영양학적 요소 때문에 미국 건강정보 잡지 ‘헬스(Health)’는 2008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한국 김치, 일본 낫토와 함께 인도 렌틸콩을 꼽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렌틸콩 수입 및 소비는 지난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4년 5월 2만8000달러에 불과하던 월별 수입액은 6월 11만5000달러, 7월 83만4000달러, 8월 155만6000달러, 9월 319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에서도 소비 트렌드에 맞춰 렌틸콩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렌틸콩을 팔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7~12월에 비해 올해 1~6월 렌틸콩 매출이 123.1% 늘었다고 밝혔다.
렌틸콩 인기가 높아지면서 렌틸콩의 효능을 설명하는 인터넷 쇼핑 광고도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개중에는 렌틸콩이 만병통치약인 듯 설명하는 광고도 적잖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렌틸콩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지방 대사 촉진·노화 방지·갱년기 우울증 완화·항암 효과가 모두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여기에 렌틸콩 판매업체와 일부 언론이 렌틸콩을 ‘슈퍼푸드’라고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관심도 증가했다.
일부 영양소는 노란콩·검정콩이 더 우수
과연 렌틸콩은 만병통치약일까. 손유나 연세손유나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광고만 보면 렌틸콩이 ‘완벽한 식품’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렌틸콩은 어디까지나 식품이지 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첫째로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오해다. 100g 기준으로 쌀밥 열량은 127kcal, 삶은 렌틸콩은 116kcal이다. 열량 수치만 놓고 보면 쌀밥과 렌틸콩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지 렌틸콩은 포만감이 높기 때문에 양을 적게 섭취할 수 있지만, 같은 양만큼 먹을 경우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지수가 낮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는 일부 당뇨 환자에게만 해당한다. 신장이 약한 경우 렌틸콩에 든 칼륨이 신장 기능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유나 원장은 “칼륨을 다량 섭취하면 고칼륨혈증(피 속 칼륨 농도가 높은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는 신장 기능을 떨어뜨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당뇨 환자가 혈당 저하 목적으로 렌틸콩을 섭취하려면 신장이 크게 나쁘지 않을 경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노화·항우울 효과’라는 광고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우울증이나 노화는 여러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렌틸콩의 일부 영양소를 섭취한다고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손 원장은 “특히 우울증은 약물로도 치료가 어려워 특정 식품만 먹는다고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렌틸콩은 ‘완벽한 건강식’이 아니며, 일부 콩은 렌틸콩보다 영양적으로 우수하기도 하다.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USDA) 자료에 따르면 렌틸콩, 노란콩, 검정콩(삶은 것 100g 기준)을 비교했을 때 식이섬유는 각각 7.9g, 10.4g, 8.7g으로 노란콩과 검정콩이 우수하고 칼슘은 각각 19mg, 62mg, 27mg으로 노란콩이 렌틸콩의 3배가 넘는다(표 참조). 마그네슘도 각각 36mg, 74mg, 70mg으로 노란콩이 렌틸콩의 2배 이상이다. 혈당지수는 렌틸콩이 29로 낮은 편이지만 강낭콩(24), 대두(16)는 더욱 낮다. 김혜진 서울대병원 영양사는 “영양 효과는 꼭 렌틸콩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예로부터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온 서리태나 백태(설태)도 렌틸콩만큼 훌륭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식품 전문가는 렌틸콩을 비롯한 ‘슈퍼푸드’에 대해 ‘신화화된 믿음’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시경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 교수는 “일부 소비자는 슈퍼푸드라는 용어만 보고 특정 식품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슈퍼푸드는 학계에서 정의된 용어가 아니며 그 범주도 명확지 않다”면서 “렌틸콩 등 슈퍼푸드의 다양한 효능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소비자는 광고만 믿고 한 식품만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인기 식품인 ‘렌틸콩(lentils)’에 대한 홍보 문구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요리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렌틸콩의 효능에 대한 주제가 쏟아져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인에게 낯설었던 이 콩의 정체는 무엇일까.
렌틸콩은 인도, 유럽, 캐나다 등 건조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식물로 한국의 검정콩보다 약간 작으며 주황, 연두, 검정 등의 색을 띤다. 인도에서는 수프와 카레에 활용되는 등 일상적인 주식이다. 유럽에서는 스튜나 샐러드 등에 곁들여 먹는다. 볼록렌즈 같은 모양 때문에 ‘렌즈콩’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등록된 정식 수입품목 명칭도 렌즈콩이다.
한국에서 렌틸콩은 20년 전만 해도 먹는 사람이 드물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렌틸콩은 우리나라에 1995년 1만5000달러(약 1700만 원) 규모로 처음 수입됐다. 이후 2013년까지 수입액은 연간 10만~20만 달러대였다. 그러던 렌틸콩이 갑자기 지난해부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2014년 렌틸콩 수입액은 1159만2000달러(약 131억 원)로 전년도 27만5000달러의 42배로 뛰었다.
렌틸콩이 급부상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5월 말 가수 이효리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발단이 됐다. 렌틸콩 볶음과 방울토마토 몇 개를 올린 아침식사 사진이었다. 이 블로그를 본 누리꾼들이 렌틸콩의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렌틸콩의 영양학적 정보가 알려졌다.
렌틸콩은 식이섬유와 엽산, 단백질과 칼륨이 풍부하다. 날렌틸콩 100g은 바나나보다 12배 높은 식이섬유, 시금치의 2.4배 높은 엽산을 함유하고 있고 단백질 함량은 쇠고기 130g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삶은 렌틸콩 100g은 칼륨 369mg를 함유해 노란콩(325mg), 검정콩(355mg)보다 높은 반면, 지질은 0.38g으로 매우 낮다. 렌틸콩은 혈당지수(glycemic index·GI)도 29로 낮은 편이다.
이런 영양학적 요소 때문에 미국 건강정보 잡지 ‘헬스(Health)’는 2008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한국 김치, 일본 낫토와 함께 인도 렌틸콩을 꼽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렌틸콩 수입 및 소비는 지난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4년 5월 2만8000달러에 불과하던 월별 수입액은 6월 11만5000달러, 7월 83만4000달러, 8월 155만6000달러, 9월 319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에서도 소비 트렌드에 맞춰 렌틸콩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7월부터 렌틸콩을 팔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7~12월에 비해 올해 1~6월 렌틸콩 매출이 123.1% 늘었다고 밝혔다.
렌틸콩 인기가 높아지면서 렌틸콩의 효능을 설명하는 인터넷 쇼핑 광고도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개중에는 렌틸콩이 만병통치약인 듯 설명하는 광고도 적잖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렌틸콩에는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지방 대사 촉진·노화 방지·갱년기 우울증 완화·항암 효과가 모두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여기에 렌틸콩 판매업체와 일부 언론이 렌틸콩을 ‘슈퍼푸드’라고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관심도 증가했다.
일부 영양소는 노란콩·검정콩이 더 우수
과연 렌틸콩은 만병통치약일까. 손유나 연세손유나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광고만 보면 렌틸콩이 ‘완벽한 식품’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렌틸콩은 어디까지나 식품이지 약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첫째로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오해다. 100g 기준으로 쌀밥 열량은 127kcal, 삶은 렌틸콩은 116kcal이다. 열량 수치만 놓고 보면 쌀밥과 렌틸콩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지 렌틸콩은 포만감이 높기 때문에 양을 적게 섭취할 수 있지만, 같은 양만큼 먹을 경우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지수가 낮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는 일부 당뇨 환자에게만 해당한다. 신장이 약한 경우 렌틸콩에 든 칼륨이 신장 기능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유나 원장은 “칼륨을 다량 섭취하면 고칼륨혈증(피 속 칼륨 농도가 높은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는 신장 기능을 떨어뜨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당뇨 환자가 혈당 저하 목적으로 렌틸콩을 섭취하려면 신장이 크게 나쁘지 않을 경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노화·항우울 효과’라는 광고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우울증이나 노화는 여러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렌틸콩의 일부 영양소를 섭취한다고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손 원장은 “특히 우울증은 약물로도 치료가 어려워 특정 식품만 먹는다고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렌틸콩은 ‘완벽한 건강식’이 아니며, 일부 콩은 렌틸콩보다 영양적으로 우수하기도 하다.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USDA) 자료에 따르면 렌틸콩, 노란콩, 검정콩(삶은 것 100g 기준)을 비교했을 때 식이섬유는 각각 7.9g, 10.4g, 8.7g으로 노란콩과 검정콩이 우수하고 칼슘은 각각 19mg, 62mg, 27mg으로 노란콩이 렌틸콩의 3배가 넘는다(표 참조). 마그네슘도 각각 36mg, 74mg, 70mg으로 노란콩이 렌틸콩의 2배 이상이다. 혈당지수는 렌틸콩이 29로 낮은 편이지만 강낭콩(24), 대두(16)는 더욱 낮다. 김혜진 서울대병원 영양사는 “영양 효과는 꼭 렌틸콩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예로부터 한국인의 밥상에 올라온 서리태나 백태(설태)도 렌틸콩만큼 훌륭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식품 전문가는 렌틸콩을 비롯한 ‘슈퍼푸드’에 대해 ‘신화화된 믿음’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시경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 교수는 “일부 소비자는 슈퍼푸드라는 용어만 보고 특정 식품이 무조건 우수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슈퍼푸드는 학계에서 정의된 용어가 아니며 그 범주도 명확지 않다”면서 “렌틸콩 등 슈퍼푸드의 다양한 효능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소비자는 광고만 믿고 한 식품만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