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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희롱 의혹 교수 대학의 이해못할 대처

피해 여교수, 학교 처사 부당하다며 가해 교수·학교 상대로 소송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성희롱 의혹 교수 대학의 이해못할 대처

동료 여교수와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성균관대 교수가 교원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성균관대는 6월 18일 오전 6차 징계위원회를 열고 동대학원 A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A교수의 성희롱 발언은 2월 23일 해당 대학원생 2명이 학내 성평등센터에 A교수의 성희롱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탄원서에는 A교수가 지난해 4월 동대학원 학생들과 함께한 엠티(MT)에서 ‘여교수 B씨와 C씨를 상대로 ‘B, C교수와 오늘 잘 거니까 방을 따로 마련하라’ ‘(B교수가) 내 살을 싫어한다’는 발언을 해 당황스러웠고 불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해 11월 MT에서는 A교수가 ‘‘소맥 자격증이 있다’는 여학생에게 ‘그 자격증은 술집 여자가 따는 자격증이다’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피해 교수 “가해자 3개월 정직은 부당”

대학 측은 예비조사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성희롱 의혹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B교수가 2011년 4월 강원 평창에서 ‘A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담은 경위서를 제출했으나 목격자 증언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해당 사안은 징계 사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B교수가 최근 “A교수에 대한 학교 측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A교수 측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6월 19일 B교수는 A교수를 강제추행 및 강요죄로 경찰에 형사고발을 하고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성균관대 측을 상대로는 사건 축소 및 은폐 시도를 하고 피해자인 자신을 학내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2차 피해를 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교수는 “성희롱 가해자가 3개월 만에 학교에 복귀한다면 피해자들이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겠는가. 왜 피해자들이 눈치를 보며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 후배와 제자 등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앞서 A교수는 6월 3일 종합편성채널 JTBC와 인터뷰에서 “뒤에서 안았다는 게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몰랐다. 그 얘기는 인정한다. 책임이 있고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한 바 있다. 2월 25일 A교수와 B교수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A교수가 B교수에게 “평창 그거는 사과하고, 그다음부터는 안 그랬다. 끌어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말하자 B교수가 “선생님! 그때 사과 안 했어요”라고 말한다. A교수가 “사과했다”고 말하자 B교수는 다시 “사과를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한다. 같은 날 다른 통화에서는 B교수가 A교수에게 “여자 교수 혼자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 뒤에서 끌어안고”라고 하자 A교수는 “그거는 내가 죽을죄를 졌고”라고 말한다. A교수는 조사가 진행 중인 3월 중순에는 B교수에게 “‘선생님이 뒤에서 절 껴안았잖아요’라는 말씀에 저는 그게 다인 줄 알고 장난이었겠지만 그래도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정말 맘 아팠습니다. (중략) 아무리 술을 엄청 마셨어도 제가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믿기지 않고 그랬다면 정말 엄청난 죄를 지었네요. 저는 그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진심입니다. (중략) 정말 힘드네요. 처벌은 받을 겁니다. 아마도 급한 술에 필름이 끊긴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든 걸 알고 싶습니다”라며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2013년 10월 성균관대는 그해 7월 술자리에서 학부생에게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교수에 대해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A교수는 원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으나 강의는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이사회 결정이 남아 있다. A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JTBC와도 인터뷰를 1시간 가까이 했으나 악의적으로 왜곡해 일부분만 내보냈다.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을 준비 중이다. 당분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가해자를 감쌌나?

성희롱 의혹 교수 대학의 이해못할 대처
B교수는 학교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로서 가장 부당하다고 느낀 건 학교 측 처사”라며 “가해자의 성희롱이 일회성이 아니라 상습적이고, 본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있음에도 증인이 없다며 피해 사건을 징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원생들이 A교수의 반복적, 지속적인 성추행, 성희롱에 대해 투서했다는 사실을 또 다른 피해자인 C교수로부터 전해 듣고 처음에는 학교의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로 알려지거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러워 조용히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 A교수가 앞에서는 사과하고 뒤에서는 ‘이 사건이 제 기획이다’라는 식의 말로 나를 음해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더는 A교수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취재 과정에서 성균관대의 사건 대처에 문제의 여지가 있음이 파악됐다. 학교 측은 투서 발생 당시 피해자로 지목된 여교수들을 사건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서가 있던 2월 23일 B교수와 C교수의 통화 녹취록에 나와 있다. C교수는 B교수에게 “인사위원회에서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애들 문제는 애들 문제로 해야지, 여기에 교수가 끼어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속일 수는 없다. 이거는 그때 MT 가서 애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 그런 것이다. 나도 기분이 엄청 안 좋았다’고 하자 D교원인사팀장이 ‘선생님들은 일단 빠져라’고 하더라”라고 말한다.

3월 3일 녹취록에 따르면 D팀장은 B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그에게 “어떻게 생각하면 ‘학생들을 이용하겠다’는 이야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제3자가 보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 A교수님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정한 절차를 잘 좀 받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익명으로 투서한 학생의 신원을 파악하고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5월 3일 B교수가 해당 대학원 소속 학생과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이 학생은 B교수에게 “학교 측에서 ‘투서한 학생 2명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낼 건데, 추적을 해야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무기명으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내용증명을 보낸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반발로 성사되지 않았으나 학교 측은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질질문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월 18일 “(예비조사위원회에서) 두 분의 진술이 첨예하게 다르니 대질질문도 괜찮은지 물어보라고 했다”는 교원인사팀 관계자에게 B교수가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피해자와 가해자 대질질문을 하실 생각을 하느냐”고 하자 그는 “워낙에 진술, 두 분이 극명하게 다르고 위원님들께서도 더 공명하게 정대하게 보자는 의미”라고 답한다.

성균관대 홍보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고 관계자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학교 측에 찾아가 묻자 홍보팀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학교 측에 좋지 않다는 판단하에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7월 6일 A교수 측 변호인은 법원에 ‘원고(B교수)가 주장한 강제추행 사실이 없고 원고의 무릎을 베고 눕거나 원고를 안고 따뜻하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 원고가 항의하자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자리에서 사과했다’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음으로 이를 기각해주길 바란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40~41)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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