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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바닥 칠 때 대통령은 국정원 방문 중

취임 후 첫 발걸음, ‘엄중보안’ 극비 행보…북한 상황 우려에 ‘친정체제 강화’ 해석도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지지율 바닥 칠 때 대통령은 국정원 방문 중

지지율 바닥 칠 때 대통령은 국정원 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국정원) 청사를 방문해 주요 간부들을 면담하고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임기 초 공개 일정으로 국정원을 찾았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박 대통령은 그간 공개·비공개를 막론하고 국정원 방문을 미뤄왔다. 이번 방문 역시 청와대와 국정원 직원들에게 엄중보안을 강조할 정도로 조용히 진행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날 격려사에서 박 대통령이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 연이은 대규모 처형과 망명 소식 등과 관련해 청와대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유비무환 수준 아니다”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의 방문은 이날 전군 주요 지휘관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주문한 직후 진행됐다. 당시 오찬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합동참모본부의장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어 국정원 청사로 이동해 진행된 업무보고 역시 이병호 국정원장을 비롯해 1·2·3차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고위직, 국·실장급을 포함해 수십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이날 주요 지휘관 오찬 사실을 공개했지만, 국정원 방문은 일절 알리지 않았고 청와대 내부일정표에도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간동아’의 공식질의에 청와대 대변인실 측은 “대외비 사안은 대변인실에서도 알 수 없고, 민감한 사안의 경우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임기 초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진행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세리머니였던 셈.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이 바뀐 1998년 5월 청사를 방문해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을 가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6월 청사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기념식수를 진행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방문은 2008년 5월. 모두 취임 후 수개월 내에 진행된 일정으로, 관련 사실은 예외 없이 사진 배포와 함께 언론에 공개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 임기 절반이 가까워오는 동안 한 차례도 국정원을 찾지 않았다. 공개 행사는 물론 비공개 업무보고 차원에서도 내곡동 청사를 방문한 적은 없다는 것. 이를 두고 그간 국정원 내부에서는 “국정원을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부터 “댓글 사건 등 초기부터 적잖은 구설에 휘말려 있던 국정원을 가까이한다는 이미지를 비치기가 꺼려졌을 것”이라는 관측, 심지어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 수장에 의해 시해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까지 거론하며 다양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번 방문이 공교로운 것은 그 시점이다. 국정원 방문 당시 박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북한의 최근 상황에 대해 강도 높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숙청에 따른 불안감으로 고위층 탈북이 이어지는 등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박 대통령은 6월 12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회견에서 “최근 북한 고위 간부가 망명해 (김정은의) 측근들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처형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탈출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5월 중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소식을 전하며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정은이 집권 후 3년 반 동안 약 90명의 간부를 처형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영철 처형에 대한 국회 브리핑 자체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병호 원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관련 첩보를 보고하자, 이를 전달받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 보고를 통해 ‘사실상 공개’를 지시했다는 것. 국정원 보고 이후에도 현영철이 진짜 처형된 게 맞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설익은 첩보사항을 섣불리 꺼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지지율 바닥 칠 때 대통령은 국정원 방문 중
“하필 수세 몰린 시점에…”

6월 30일 전군 주요 지휘관 오찬에서도 박 대통령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만에 하나 도발이 발생하면 초전에 강력하게 대응해 응징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이날 하루에 군과 정보당국 핵심을 모두 만나 북한의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경계를 강하게 주문했다는 것. 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최근 우려는 단순한 유비무환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에서 이병호 원장은 3월 취임 이후 준비해온 국정원 조직개편 등 주요 개혁 방안과 관련한 성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와 언론, 정부 부처 출입 등 국내 정치 관련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대북(對北) 정보 역량을 강화한다는 그간의 기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실제로 3월 이후 국정원이 이전에 비해 활동 폭을 크게 줄이는 등 ‘로키(Low Key)’ 자세를 지키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6월 30일은 대통령 임기 3년 차의 상반기 마지막 날. 이를테면 ‘꺾어지는 날’이다. 한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는 “취임 이후 바람 잘 날 없던 국정원 조직이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하에, 임기 후반을 맞이하며 심기일전하자는 취지에서 미뤄뒀던 청사 방문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이병기 전 원장이 취임 8개월 만에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간부급 인사가 지연되는 등 국정원 조직 차원에서 곤란을 겪었던 것 역시 ‘뒤늦은 배려’의 이유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6·25 발언’ 파문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박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6월 30일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문제가 정국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던 시점.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맴돌던 무렵에 기획된 국정원 방문을 두고 친정체제 강화 혹은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전직 청와대 당국자는 “밖에서 위기를 말할수록 오히려 권력의지를 다지는 대통령의 캐릭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10~11)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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