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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퇴출! 남자아이의 끈적한 눈길

시대 뒤떨어진 만 5세 여탕 출입 제한…일본에선 원천적 금지

  • 김혜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khr9391@naver.com

퇴출! 남자아이의 끈적한 눈길

퇴출! 남자아이의 끈적한 눈길
얼마 전 집 근처인 경기 남양주시 S사우나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서서 샤워를 하던 중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다섯 살 정도 된 남자아이가 양손으로 내 몸을 만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 이를 제지하자 아이는 말없이 다른 데로 갔다. 어머니를 따라온 아이는 혼자 목욕탕 안을 활개치고 다녔다. 얼마 뒤 그 아이는 다른 여성의 몸을 만지다 또 꾸중을 들었고 어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만 경험한 황당한 일일까.

항공사 직원 장모(25·여) 씨도 서울 영등포의 한 사우나에서 언짢은 일을 겪었다. 목욕 후 탈의실 옷장을 열었으나 브래지어가 없어져 난감했다. 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옷장 사이로 삐져나온 장씨의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꺼내갔던 것이다. 브래지어를 빙빙 돌리며 탈의실을 돌아다니던 아이를 발견해 속옷을 되찾았지만 아이는 이내 함께 온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가버렸다.

“아가씨가 애를 낳아보지 않아서…”

여탕에 온 남아 때문에 민망했던 경험을 토로하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관련 법규가 현실과 맞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 공중위생관리법은 ‘목욕실 및 탈의실에 만 5세 이상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아니 된다’(4조 7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1961년 처음 해당 법률이 제정될 때 혼욕 금지 마지노선은 만 7세였으나 2003년 만 5세로 연령이 낮아졌다. 이후 이 법률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수정됐으나 출입 허용 나이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발육 상태가 좋아 네 살만 돼도 어린이 수준이다. 아예 남자 출입을 막는 게 낫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 관습적으로 ‘만

5세’는 ‘생일이 지나지 않은 7세’까지 포함된다. 대중목욕탕에서 아이의 생년월일이 적힌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여탕을 출입하는 남아의 실제 나이는 아이의 보호자만 알 수 있다. 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남양주에서 대중사우나를 운영하는 신모(60) 씨는 “6~7세 남아의 출입이 문제라고 하나 5세 미만 남아라도 여성 손님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손님들의 항의가 있어도 법과 관행 탓에 출입 자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신씨의 설명이다.

“우리가 어렸을 땐 엄마와 함께 여탕에 온 남아는 부끄러움을 타 엄마 뒤로 몸을 숨기곤 했다. 지금은 다르다. 요즘엔 네 살짜리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다 봐서 세상물정에 훨씬 밝아졌고 성적으로도 조숙하다. 옛날 아이들에 비해 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간다.”

경기 구리시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정모(38) 씨도 “요즘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는 나이만 되면 컴퓨터, TV, 스마트폰을 통해 그야말로 스펀지처럼 어른들의 행위를 빨아들인다. 보고 듣는 게 정말 많아졌다. 여기엔 성적인 것도 포함된다. 최근 여섯 살 남아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며 아이들의 발육 상태와 성적 조숙함을 설명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신모(23·여) 씨는 남아 때문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수년째 공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신씨는 5년 전 여탕 입구에서 다섯 살 남짓한 남아가 쪼그려 앉아 들어오는 여성의 몸을 일일이 관찰하는 것을 목격했다. 신씨도 이 눈길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아무도 이 아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신씨는 “아이를 나무라고 싶었지만 나를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까 봐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 사건 이후 남아와 마주치는 게 싫어 아예 공중목욕탕에 발길을 끊었다.

서울 신림동 한 여성사우나에서 만난 대학생 배모(23) 씨 역시 탕에서 나오는 여성의 알몸을 훑는 남아의 시선에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 배씨는 남아의 보호자인 할머니에게 항의했는데 “아이를 맡을 사람이 나뿐이라 목욕탕에 데려올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만 들었다.

남아를 여탕에 데려오는 보호자들은 이 할머니와 비슷한 사정을 호소한다. 남양주 S사우나에서 남아를 데려온 워킹맘 윤모(35) 씨를 만났다. 윤씨는 “아이를 혼자 남탕에 보낼 수도 없고 아무도 없는 집에 남겨둘 수도 없어 데려왔다”며 “직장 여성이 자주 겪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나 주인 신모 씨는 “비용을 지불하고 남아를 남탕 목욕관리사에게 맡기기도 하지만 아직 보편화하진 않았다”고 했다.

퇴출! 남자아이의 끈적한 눈길
대만, 다른 손님 배려 문화 정착

일부 여성은 5세를 넘긴 남아를 여탕에 데려와 망신을 사기도 한다. 최근 한 중년 여성이 남아를 업고 신씨가 운영하는 사우나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여성의 등 밖으로 나온 아이의 다리가 만 5세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길었다. 사우나 직원이 이를 미심쩍게 여겨 아이에게 “몇 살?”이라고 묻자 아이는 서슴없이 “여섯 살”이라고 답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던 다른 여성 손님들이 항의해 해당 중년 여성은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반면 남탕에 여아가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역 주변 공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55·여) 씨는 “예전엔 아빠들이 어린 딸을 남탕에 데려오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아 성폭행·성희롱 사건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남탕에 여아를 데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인 대만과 일본은 어떨까. 대만 공중목욕탕의 경우 남아도 여탕에 들어갈 수 있다. 출입 가능한 남아의 나이를 따로 명시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느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관습적으로 다른 손님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해 있다. 대만 출신인 황쯔팅 씨는 “여탕에 남아를 데려온 엄마들은 아이가 다른 여성 손님 쪽으로 가지 않도록 신경 쓰며 매우 조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오랜 공중목욕탕 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은 남아의 여탕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일본인 나나세 씨는 “특별히 지정된 혼탕에만 엄마와 남아가 함께 입장할 수 있다. 그 밖에 남자의 여탕 출입은 불법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공중목욕탕은 알몸을 드러내는 매우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목욕탕을 운영한 박모(52) 씨는 “이런 곳에선 서로 배려해야 한다. 특히 남아를 데려오는 경우 더 그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아의 공중목욕탕 출입. 무조건 제한할 것인가, 관습적인 방법으로 규제할 것인가. 여전히 남은 숙제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수강생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46~47)

김혜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khr93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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