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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피해자 측 “제대로 조사해달라”…시간 오래 지나 입증 어려울 듯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shutterstock]

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 때문에 4세 아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맥도날드 측은 햄버거가 발병 원인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인터넷 등에선 맥도날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 햄버거 패티와 분쇄육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햄버거 매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고, 학교 급식에서 분쇄육 반찬을 빼달라는 학부모의 요청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햄버거 패티가 주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도한 공포 조장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변형 대장균 등에 의한 희귀질환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7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발병 아동의 어머니인 최은주(가운데) 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7월 5일 HUS에 걸린 A(4)양의 가족은 맥도날드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측은 “맥도날드 햄버거 안에 들어 있던 패티가 덜 익은 바람에 A양이 HUS에 걸렸고 신장의 90%가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피해자 측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양은 경기 평택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불고기 버거’가 포함된 어린이 세트를 주문해 먹었다. 햄버거를 먹은 뒤 2~3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복통을 호소했다. 이후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사흘 만에 병원에 입원했고, HUS 진단을 받았다. 현재 A양은 신장 기능 손상으로 매일 복막 투석을 받고 있다. 

HUS는 대장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국립보건연구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의 질환정보에 따르면 HUS는 변형 대장균인 O-157:H7균(O-157균)에 감염된 환자의 5~15%에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질균, 캄필로박터균, 바이러스 감염자 중에서도 일부 발병 사례가 있다. HUS 발병 초기에는 발열, 구토, 설사 등 위장염 증상이 나타나고 3~10일 뒤에는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 급성신부전 증상을 보인다.



7월 11일 질병관리본부(질본) 발표에 따르면 2011~2016년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으로 보고된 환자 443명을 분석한 결과 합병증으로 HUS가 발생한 경우는 5.4%(24명)였다. 또 이 병은 아동에게서 발병률이 높아 발병자 24명 가운데 17명(70.8%)이 0~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이 병의 사망률은 5~10%였지만 최근에는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은 경우 5%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발병자의 5%가량은 영구적인 신장 기능 손상으로 계속해서 투석을 받아야 한다. 신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는 발병자의 절반에 불과하다. A양도 신장장애 2등급 판정을 받았다.

대장균에 의한 출혈성장염의 합병증이지만 이 병에는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2년 미국 미시건 주와 오리건 주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들이 집단으로 이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햄버거에 사용된 패티가 대장균에 오염돼 집단 발병한 것이다. 피해자 측은 이 사건을 근거로 A양이 HUS에 걸린 이유가 덜 익힌 햄버거 패티 속 대장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O-157균은 소 내장에서 주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쇠고기로 패티를 만들었다면 내장이 들어갈 수 있고, 설령 내장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분쇄기가 대장균에 오염됐을 확률이 높다는 것.
 
7월 6일 맥도날드는 해명 자료를 배포해 쇠고기 패티가 소 내장의 대장균에 오염됐다는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맥도날드는 “피해자가 먹은 ‘불고기 버거’의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국산 돈육으로 만들며 내장 등 부속물은 들어가지 않는다. 또 맥도날드의 패티는 정부가 인증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시설에서 생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리 없다는 맥도날드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지난해 9월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가 포함된 어린이 세트를 먹은 후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을 앓고 있는 피해 아동이 치료받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 · 법무법인 혜]

하지만 패티를 돼지고기로 만들었다고 HUS 유발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7월 11일 질본 발표에 따르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주로 쇠고기 가공식품에 의해 발생하지만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나 오염된 채소, 주스, 마요네즈, 소시지 등도 대장균에 감염됐다면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돼지나 가금류의 내장에서도 HUS 유발 대장균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쇠고기에 의한 감염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히려 하다 보니 해명자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측은 패티가 덜 익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조리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맥도날드는 패티를 ‘그릴’에 넣어 굽는다고 설명했다. 그릴은 패티를 위아래 판 사이에 놓고 동시에 굽는 장비다. 또 매일 점장 또는 매니저가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그릴과 조리된 패티의 온도를 측정, 기록한다. 사건 당일 해당 매장의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에 이상이 없었고, 당시 동일 제품이 300개가량 판매됐지만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피해자도 없었다. 피해자 측 민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관할 시청 위생과를 통해 같은 해 10월 18일과 올해 6월 20일 등 2차례에 걸쳐 매장 위생 점검을 실시했으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2월까지 맥도날드에서 약 3년간 근무한 김모(25) 씨는 “맥도날드 측 설명대로 패티를 기계에 넣으면 위아래가 동시에 구워진다. 사람이 하는 일은 냉동 패티를 기계에 넣는 것밖에 없다. 따라서 실수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적다. 물론 일이 바쁘면 패티를 그릴에 제대로 놓지 않아 패티 일부가 덜 익기도 하겠지만 이 경우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 손님에게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매뉴얼을 통해 패티가 덜 익을 경우 폐기하라는 내용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맥도날드에서 오래 근무했던 직원들로부터 아무리 기계로 굽는다 해도 패티가 덜 익는 등의 사고가 종종 있었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결국 확인은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덜 익은 패티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7월 12일에는 또 다른 아이가 맥도날드 맥모닝 세트를 먹고 출혈성장염 진단을 받았다며 맥도날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맥도날드에서 덜 익은 패티를 일부 먹었다는 한 제보자가 같은 날 HUS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덜 익은 패티 단면 사진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형사2부는 가습기살균제 수사를 했던 곳이다.

하지만 맥도날드 햄버거가 HUS 발병의 직접적 원인임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7월 12일 질본 발표에 따르면 A양은 초기 진료 당시 HUS의 주요 원인인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질본은 “피해 어린이가 초기 진료를 받은 병원과 관할 보건소를 통해 사건 경위를 파악한 결과 당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균과 바이러스 등 감염병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와 질본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맥도날드가 HUS 발병 원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질본은 “균과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HUS를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나 바이러스, 이질균 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장 조사나 역학 조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 발병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검사나 진료 기록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조사받으려고 형사 고소”

일명 ‘햄버거병’ HUS의 진실

덜 익은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일부 먹었다는 한 피해자의 제보 사진.[사진 제공 · 법무법인 혜]

맥도날드와 피해자 측 공방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그간 피해자 측은 맥도날드로부터 진료비 보조 등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피해자 측은 7월 9일 “치료비는 전액 피해자 가족이 부담해왔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관계자도 “맥도날드가 HUS에 걸린 아동의 치료비를 부담한 적은 없다. 지난해 10월 7일 해당 고객에게 보험 처리를 위해 진단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올해 6월 받았지만 진단서로는 맥도날드와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보험을 통한 보상이 어렵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A양의 어머니 최은주(37) 씨는 “맥도날드에서 자사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요청했다. 의사들에게 이와 같은 내용의 진단서를 써줄 수 있느냐 물었지만 아무도 발급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는 맥도날드가 피해자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것이다. 진단서에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규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이 판매한 상품과 질병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일은 의사가 할 일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씨는 “맥도날드가 원하는 것은 그날 아이가 먹었던 햄버거에 있던 균, 아이가 감염된 균 등을 가지고 이 둘의 상관관계를 검증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 당일 아이가 먹었던 햄버거와 아이가 설사 증상을 보였을 때 변 등을 전부 채취해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간접적으로라도 맥도날드의 과실을 확인하고자 당시 매장 내 폐쇄회로(CC)TV 자료를 요청했다. 패티가 덜 구워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맥도날드로부터는 다른 손님들의 얼굴이 찍혀 있어 사생활 보호 등 이유로 자료 제출이 어렵고, 당일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잘못된 패티가 나가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맥도날드 혐의 입증 쉽지 않아

피해자 측은 식약처, 경찰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위생 점검 등 필요한 사실과는 동떨어진 조사만 계속 진행됐다. 결국 제대로 된 조사를 받고자 형사 소송에 나섰다는 게 피해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HUS와 맥도날드의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병 후 지금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경과했다. 일반적으로 검증 절차는 햄버거에서 균주를 뽑아낸 다음 환자가 감염된 균을 비교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시 유통됐던 햄버거가 남아 있을 리 만무하고 감염된 균이 보관돼 있을 확률도 낮아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균에 의한 감염이라면 장 질환이 나타나기까지 16~48시간가량 잠복기를 거친다. 하지만 피해자 측 증언에 따르면 햄버거를 먹은 뒤 2~3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하고 그날 저녁 설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햄버거 외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공산도 커 보인다. 또 HUS의 원인으로 꼽히는 대장균은 분쇄육 말고도 유제품, 유기농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증상 발생 사나흘 전부터 햄버거 외 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전부 조사해봐야 정확한 감염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공포는 접어라  ‘햄버거병’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햄버거 패티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의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분쇄육 전체로 공포가 퍼진 것.

HUS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학부모들이다. HUS 발병자의 대다수가 9세 이하 어린이였기 때문. 단체급식업체 관계자는 “HUS 때문인지 최근 고객사로부터 떡갈비, 미트볼, 함박스테이크 같은 분쇄육 메뉴를 빼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영양사는 “일선 학교에서도 분쇄육 메뉴를 대체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많아 분쇄육에 내장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고 잘 굽기만 하면 대장균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육회, 스테이크 등 덜 익힌 쇠고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고기가 대장균에 오염됐다면 충분히 익혀 먹어야 감염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 정육업계 관계자는 “해당 대장균이 주로 동물 내장에서 발견되는데, 고기 분쇄 과정에서 내장이 섞여 들어가거나 내장을 분쇄했던 기계로 고기를 분쇄하면 대장균에 오염될 수 있다. 하지만 육회나 스테이크용으로 유통되는 고기는 분쇄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충분히 익혀서 먹는 등 조리 과정만 제대로 거치면 대장균 감염 가능성이 낮음에도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요식·급식업체의 조리 과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HUS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식재료 관리 및 조리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7.07.19 1097호 (p54~57)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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