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2

2015.06.15

미러냐 편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눈 건강을 책임질 최고의 선글라스는?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6-15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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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러냐 편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올해 선글라스 트렌드인 ‘복고’에 맞춰 프레임과 렌즈에 변화를 준 클래식한 디자인의 보잉 선글라스도 나오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선글라스는 이제 기능성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올해 봄여름 선글라스 트렌드는 ‘복고’. 1970년대 히피 감성의 영향으로 빈티지한 라운드 프레임, 눈꼬리에 힘을 준 캐츠아이 프레임, 화려한 컬러 프레임 등의 선글라스가 인기다. 특히 ‘연예인 선글라스’로 잘 알려진 미러 선글라스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글라스는 미러 선글라스”라며 “검정 안경테 일색에서 벗어나 투명한 프레임, 팝 컬러, 호피 무늬 등의 패턴이 들어간 개성 있는 안경테가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글라스에 대한 높은 관심 덕에 유니클로, H·M,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에서도 발 빠르게 저렴한 패션 선글라스를 생산해 이목을 끌고 있다. 기존 선글라스가 최소 10만~20만 원대라면, SPA 브랜드 선글라스는 1만~3만 원대로 저렴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5000원대 미러 선글라스를 만나볼 수 있다.

    미러 선글라스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면, 편광 선글라스는 중·장년층에게 꾸준한 인기다. 그간 기능성에 치중하다 보니 ‘나이 든 이미지’가 강했다. 이 때문에 최신 디자인을 가미해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편광 선글라스도 속속 시장에 등장했다.

    저가 아크릴 렌즈, 눈 건강 해칠 수 있어

    국내에서 소비되는 선글라스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안경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글라스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출의 70%가량이다. 지난해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선글라스 수입액은 전년 동기(1~5월) 대비 13.1% 증가한 1억950만 달러(약 1219억 원)였고, 수입량은 632만 개였다. 이탈리아산이 가장 많았고, 중국산이 그 뒤를 이었다. 한 안경업계 관계자는 “선글라스의 수출·수입량은 통계에 잡히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선글라스가 어느 정도 유통되는지 가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글라스가 범람하는 시대, 패션 못지않게 제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쓰는 것도 눈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현행 법규는 선글라스를 공산품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안경원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판매 가능하다. 회사원 김지영(29) 씨는 “미러 선글라스가 인기라고 해서 구매하려고 여러 매장을 둘러봤는데, 면세점에서 파는 고가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파는 제품의 차이를 모르겠다. 저렴한 선글라스를 써도 눈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글라스의 가격과 기능성은 큰 관계가 없다. 중저가이든 고가이든 렌즈 표면의 자외선 차단 코팅 여부를 잘 확인하면 괜찮다는 것. 추병선 대구가톨릭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선글라스에는 CR39,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로 만든 렌즈를 많이 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잘 깨지지 않고 투과율이 좋아 명품 선글라스에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일부 저가 아크릴 렌즈는 자외선 차단 코팅이 안 됐거나 투과율과 투명도가 떨어져 오래 착용하면 눈에 부작용이 온다”고 말했다.

    선글라스의 기본 기능인 자외선 차단과 관련해서는 편광과 미러의 구분은 의미 없다는 게 추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안경렌즈로 쓰는 CR39에 부가 기능을 위해 코팅을 추가하는데 기본적으로 하드코팅, 반사방지코팅, 발수코팅 등을 한다. 여기에 추가로 편광코팅을 하면 편광 선글라스가 되고, 미러코팅을 하면 미러 선글라스가 된다. 95% 이상의 자외선이 반사방지코팅에서 차단되므로 편광 혹은 미러코팅 자체가 자외선 차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광과 미러 선글라스의 차이는 기능적인 부분에 있다. 미러 선글라스는 렌즈 표면에 금속 코팅을 해 단방향 거울 같은 반사 효과를 구현한다. 편광 선글라스는 특정 방향으로 들어오는 자외선 또는 반사광을 차단해 눈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대비 감도를 증가시켜 물체를 뚜렷하게 보이게 한다. 전문가들은 활동 분야나 직업에 따라 선글라스를 구분해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대한안경사협회 관계자는 “일반 선글라스는 태양에서 나오는 편광과 비편광을 다 차단하기에 시야가 어두워 물속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편광 선글라스는 편광만 차단하기에 가시광선을 충분히 통과시키고 눈부심이 없어 물속을 들여다볼 정도의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수상 레저활동이나 낚시를 할 때는 편광 선글라스를 쓰는 게 좋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이나 빛이 차단된 곳에서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익희 아이앤유안과의원 원장은 “편광 선글라스는 빛의 산란과 번짐을 줄여주기 때문에 수상스포츠를 포함한 야외 운동 외에도 운전 시 착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눈이나 얼음에서 반사되는 빛은 막아주지 못하므로 겨울철 야외 운동을 할 때는 편광 선글라스보다 미러 선글라스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라섹수술 환자에게도 자외선 차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류 원장은 “시력교정술 후 평균 3~6개월은 야외활동 시 자외선 차단을 해야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기에 편광 선글라스 혹은 편광 안경 착용을 추천한다. 미러 선글라스라도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다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투과율 확인해야

    미러냐 편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서울 중구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 매장에서 한 고객이 선글라스를 고르고 있다.

    선글라스 제조업체들은 검정 렌즈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의 선글라스 렌즈를 내놓고 있다. 렌즈 색에 따른 기능을 알아두면 현명한 선택에 도움이 된다. 대한안경사협회에 따르면 △녹색 계열 렌즈는 자연색에 가까워 편안한 시야를 제공하고 안정피로를 감소시켜 도심, 해변 등에서 착용하면 좋다. △갈색 계열 렌즈는 청색광을 여과하는 기능이 뛰어나 야외활동이나 등산에 적합하다. △회색 계열 렌즈는 눈에 부담이 적어 장시간 야외활동을 할 때 적합하다. △주황색 계열 렌즈는 청색광을 차단해 빛 번짐을 줄여주고 대비 감도가 좋아 야간에 쓰는 게 좋고 망막질환, 황반변성 환자에게도 도움을 준다. 추 교수는 “매우 진한 황색 계열 렌즈를 착용하면 푸른 계열의 색을 인식하기 어려워 신호등 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햇빛이 강한 야외 환경에서는 강한 빛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색의 왜곡을 일으키지 않는 회색 계열 렌즈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좋은 선글라스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국내 규정에 따르면 선글라스에는 자외선과 가시광선 투과율을 표기해야 한다. 추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외선 차단율 95% 이상을 권장하며, 가시광선 투과율은 사용 환경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빛이 강하지 않은 곳이라면 가시광선 투과율이 높은 렌즈를 권장하고, 빛이 강한 환경에서 사용한다면 가시광선 투과율이 낮은 렌즈가 눈부심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대한안경사협회 관계자는 “좋은 선글라스는 고온에서도 렌즈의 변형이 없어야 하고 편안한 시야를 제공해야 한다. 렌즈 색의 농도는 60~80%가 적당하다. 너무 진하면 시야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자외선 차단 수치 확인이 어렵다면 안과나 안경원에서 자외선 차단 정도를 간단히 확인하고 착용하는 게 좋다”며 “장시간 자외선을 쬔 눈에서는 백내장, 황반변성 같은 안과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40대 이상 성인은 외출 시 자외선 차단으로 눈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 구매한 선글라스를 평생 쓰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렌즈 표면의 자외선 차단 코팅이 조금씩 벗겨지기 때문. 류 원장은 “6개월~1년마다 자외선 차단 정도를 확인하고, 차단율이 60~70% 이하로 내려갔다면 선글라스 교체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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