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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쿠팡 vs 물류협회 밥그릇 싸움

택배 아닌 무상서비스…국토부 유권해석에도 물류협회, 쿠팡 로켓배송캠프 25곳 고발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쿠팡 vs 물류협회 밥그릇 싸움

쿠팡 vs 물류협회 밥그릇 싸움

e커머스(전자상거래) 마켓 쿠팡이 지난해 3월 시작한 로켓배송 사업.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유통사업자가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운송사업을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소중한 상품이 봄 향기 가득 담아 봄바람 타고 날아갑니다!”

출산 50일을 넘긴 주부 김민희(33) 씨는 요즘 육아용품을 주로 ‘쿠팡’에서 구매한다. 기저귀나 분유 등 당장 급한 육아용품을 하루 만에 배송받을 수 있기 때문. 더불어 아파트 단지를 담당하는 쿠팡 전담 택배기사인 ‘쿠팡맨’이 매번 친절하게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직접 쓴 손편지를 건네는 등 기분 좋은 서비스는 덤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가격 차가 크게 나지 않는 한 쿠팡을 이용한다.

“사입 제품만 로켓배송, 위법성 없다”

쿠팡맨의 친절 서비스에 대해 김씨는 “3월 화이트데이에는 남편보다 먼저 쿠팡맨으로부터 사탕을 받았다. 막대사탕 하나였지만 육아로 지쳐 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실 생필품이나 육아용품은 물건에 하자가 없고 배송만 빠르면 바랄 것 없는데, 특별한 배송서비스까지 더해지니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마켓 쿠팡에서 지난해 3월 출범한 ‘로켓배송’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호의적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한국통합물류협회(물류협회)는 쿠팡의 ‘위법’을 주장하고 있다. 운송사업자가 아닌 쿠팡이 배송서비스를 하는 것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위반된다는 것. 이에 쿠팡 측은 법적 검토를 마쳤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갈등의 쟁점은 과연 무엇일까.



쿠팡은 현재 약 1000명에 달하는 택배기사를 채용해 서울과 6대 광역시, 경기 지역에서 생필품, 유아용품, 반려동물용품, 뷰티, 식품, 가구 등 쿠팡이 사입한 제품에 한해 로켓처럼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소유권은 제조 회사가 아닌 쿠팡에 있다. 따라서 쿠팡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로켓배송이 가능한 제품군을 모아 섹션을 따로 구분해놓고 있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 상품의 경우 오전 주문 건은 오후에 배송되며 늦어도 익일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현재 e커머스 업체 가운데 유일한 자체 배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미화 쿠팡 홍보실 대리는 사업 출범 배경에 대해 “세계적인 e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업체가 배송에 집중하는 추세다. 사실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 이를 넘어서려면 빠른 배송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쿠팡의 판단이다. 그 시발점을 로켓배송으로 삼아 차별화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쿠팡은 배송전담 직원인 쿠팡맨을 채용하고 배송차량 1000여 대를 마련하며 전국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로켓배송 사업에 4500억 원을 투자했다.

서비스 출범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매출은 눈에 띄게 향상했다. 5월 둘째 주 매출이 첫째 주 매출에 비해 300% 증가한 것. 김 대리는 매출 향상 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정성이 담긴 손편지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맨을 좋게 평가한 고객들이 한 번 더 쿠팡을 찾아줬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쿠팡 로켓배송의 특징인 쿠팡맨의 친절 서비스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서비스 교육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지정된 편지지를 쿠팡맨들에게 제공하는데, 편지 쓰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김 대리는 “소소한 서비스는 모두 쿠팡맨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채용된 쿠팡맨들은 6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한 뒤 평가를 진행한다. 성적이 좋을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전체 30%가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물류협회는 4월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쿠팡의 배송서비스가 ‘택배’의 개념이 아닌 회사가 구매한 제품을 ‘서비스’ 차원에서 배송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9800원 미만 제품에 배송비를 받는 것은 위법사항이 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쿠팡은 9800원 이상의 제품은 무료로 배송을, 그 이하 제품은 배송비 2500원을 받아왔다. 이후 5월 26일 쿠팡은 “국토부 의견을 존중해 9800원 이상인 제품에 대해서만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9800원 미만 상품은 배송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인데, 이는 쿠팡 전체 거래의 0.1%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사업자의 운송 행위는 불법

쿠팡 vs 물류협회 밥그릇 싸움

e커머스 마켓(전자상거래) 쿠팡의 로켓배송은 일반 택배와 달리 배송기사들이 손편지를 쓰고 문자알림과 배송완료 사진을 보내 고객 만족도가 높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에도 물류협회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물류협회는 5월 22일 전국 21개 시·군·구청에 쿠팡 로켓배송캠프 25곳을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쿠팡의 로켓배송이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단속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물류협회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대응 상황을 지켜본 뒤 법률 검토를 거쳐 올해 안에 소송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은 화물자동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을 말하며, 자가용을 화물운송용으로 유상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택배 등 물류사업을 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노란색’ 번호판을 단 운송사업용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허가받은 운송업체들은 영업소 설치 및 증차, 운전자 교육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규제받게 된다.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번호판은 일반 자가용 차량과 같은 ‘하얀색’이다. 쿠팡이 국토부의 허가를 받은 운송사업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운송업체들이 받는 규제도 쿠팡은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류협회는 “유통사업자인 쿠팡의 로켓배송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합법적으로 사업하는 운송업체들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쿠팡은 “현행법상 운송사업은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로켓배송은 ‘무료’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사업 출범 당시 법률자문을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제품 배송이 무료 서비스라는 쿠팡 측 주장에 대해 배명승 물류협회 국장은 “쿠팡이 아닌 다른 유통업체들도 ‘일정 금액 이상 무료 배송’을 전략으로 삼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모두 무료가 아니다.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전략일 뿐 ‘무료 배송’이라는 표현 이면에는 상품가액에 포함된 배송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물류협회는 유통업체가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운송서비스라 할지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1년 유명 백화점들이 문화센터 수강생을 실어 나른다는 명목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했는데, 재래시장과 영세 상인들의 반발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운행이 금지된 바 있다. 당시 백화점들은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는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배명승 국장은 이를 언급하며 “판례가 있기 때문에 소송에서 이기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운송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계속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반드시 소송까지 가서 결론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유통사업자들이 서비스 명목으로 쿠팡처럼 자체 운송 시스템을 마련해 돈을 받지 않고 배송한다면 이 나라의 운송사업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테고, 운수사업법의 존재 자체가 의미 없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 vs 물류협회 밥그릇 싸움

현행 운수사업법상 택배차량과 택시, 버스 같은 운송차량은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고 노란색 번호판을 달아야 영업할 수 있다.

국토부, 무상 운송에 대한 관할권 없어

한편 국토부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말한다. 박현근 국토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쿠팡의 무료배송은 자가 운송 행위다. 국토부는 운송사업자에 대해서만 관할권이 있다. 운송사업자가 아닌 업자가 유상으로 배송할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이 내려지는데 이는 경찰조사나 수사가 이뤄져야 가려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수사권이 없는 국토부가 쿠팡의 유상 배송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쿠팡은 무료로 배송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박 사무관은 “현행 제도상 위법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운송사업은 말 그대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돈을 받고 사업을 하는 것이다. 운송업체들은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돈을 받고 물건을 옮겨주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쿠팡처럼 무상으로 하는 경우는 엄밀히 따지면 운수사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물류협회는 고발장을 접수한 지자체가 경찰에 재고발을 한 뒤 경찰과 합동 단속을 시작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가용 운송 행위에 대한 처벌 효과만 있을 뿐 물류협회가 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배명승 국장은 “5월 초 쿠팡, 국토부 관계자와 함께 간담회를 가져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이 나오지 않았다. 물류협회는 소송까지 가서 결론을 짓겠다는 의사 표명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쿠팡은 현재 7월까지 배송기사 800명을 더 채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언론 홍보를 하고 있다. 소송이 끝나고 사업에 불법성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물류사업 투자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막무가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쿠팡은 물류협회의 이 같은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쿠팡 홍보실은 “택배사업과 엄연히 다른 공짜 서비스인 데다 일부 상품만 로켓배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외 제품은 제휴 택배회사를 통해 배송하고 있어 물류협회가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또한 4500억 원이나 투자하는 신사업에 법적 검토도 없이 뛰어든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불법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물류협회가 지속적으로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주간동아 2015.06.01 990호 (p46~48)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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