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2015.06.01

중산층엔 빛 좋은 개살구 서민층엔 그림의 떡

국민은 월세 비싸 외면하고 건설사는 수익성 물음표…정부만 ‘주거혁신’ 홍보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6-01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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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엔 빛 좋은 개살구 서민층엔 그림의 떡

    도심형 뉴스테이가 들어서는 서울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대지(왼편). 오른편에는 왕십리 뉴타운 3구역이 개발 중이다.

    ‘뉴스테이(New Stay·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은 올해 초 정부가 주거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중산층 주거혁신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다. 뉴스테이는 보증금 급등 없이 최소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임대주택이다.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을 2015년 핵심 정책과제로 선정해,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 1만 호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뉴스테이를 통해 △분양주택과 비슷한 품질의 주택에서 차별화된 주거서비스 제공 △고액 전세에서 기업형 임대로 중산층을 유도해 서민층 전세 공급 확대 효과 △선진화된 임대차 문화 정착 유도 △내수시장 활성화 기여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산층 위한 8년 월세 주택?

    뉴스테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중산층 범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중산층 기준에 해당한다. OECD는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본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중위소득 집단에 해당하는 4인 가족 1가구당 월 가처분소득은 354만 원이다. 여기에 따르면 월 가처분소득 177만~531만 원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가 정부가 규정한 중산층이자 뉴스테이 정책의 타깃이다.

    뉴스테이 정책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공적자금인 국민주택기금을 최대 30%까지 투자하고, 나머지는 민간자금을 투입하는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방식이다. 국토부는 5월 13일 올해 안에 △서울 신당동 729가구 △서울 대림동 293가구 △인천 도화동 2107가구 △경기 수원 권선동 2400가구 등 4개 지역에 민간제안 임대 리츠를 통해 5529가구 규모의 뉴스테이를 착공, 2017년까지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4개 지구의 총사업비는 1조8000억 원. 이 중 3000억 원은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간 리츠가 사업비를 조달한다.

    국토부는 앞선 4월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에 3265호의 뉴스테이를 건설 및 운영할 사업자를 공모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향후 임대주택특별법이 제정되고 세법이 개정되면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이 올라가므로 더 많은 사업자가 참여하는 한편 임대료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서민이 아닌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도 이를 의식한 듯 뉴스테이 정책을 소개한 인터넷 블로그에 ‘주택기금을 서민에게 우선 지원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서민 대상 임대주택 사업도 여전히 실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월세 전환 등이 급격히 이루어져 전월세난이 급증하고 있고,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중산층도 주택청약 등 기금의 재원 조성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통해 보완적으로 지원하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나가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정책 추진 이유를 밝혔다.

    뉴스테이는 도심형(서울 신당동과 대림동)과 패밀리형(인천 도화동과 수원 권선동)으로 나뉜다. 도심형은 서울 도심, 지하철 역세권 등 직주근접이 가능해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가 선호하고, 소형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패밀리형은 기반시설 조성이 잘돼 있고 도심에 비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3~4인 이상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원과 서울 대림동은 주변 시세 수준이고, 인천과 서울 신당동은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다. 주변 시세를 감안해 임대료를 산정했고, 입주 시점인 2년 후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실질적 임대료는 더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겐 너무 먼 뉴스테이

    중산층엔 빛 좋은 개살구 서민층엔 그림의 떡

    서울 대림동 인근의 오피스텔과 원룸 시세.

    5월 26일 도심형 뉴스테이가 들어설 대림동과 신당동 대지를 찾아갔다. 7월 입주자를 모집하는 대림동 뉴스테이는 직장인을 주 수요층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모든 가구의 보증금은 1000만 원이다. 월 임대료는 △전용면적 29㎡ 70만 원 △35㎡ 100만 원 △37㎡ 106만 원 △44㎡ 110만 원. 이 대지는 서울메트로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인접해 있고 편의시설도 가까웠다. 대로를 사이에 두고는 차이나타운으로 알려진 특수 상권이 있었다. 국토부가 이 대지의 시세 비교 대상에 포함한 주상복합 신대림자이(오피스텔, 전용 55.68㎡)는 환산 시세에 따르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에 거래됐고,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주상복합, 전용 33㎡)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5만 원, 당산동 당산계룡리슈빌1단지(도시형생활주택, 전용 38.77㎡)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에 거래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전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판국에 그냥 월세인 뉴스테이가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다”며 “시세 비교대상이 여의도 주상복합과 당산동 도시형생활주택인데, 직장인이 같은 가격으로 월세를 산다면 여기보다 여의도나 당산동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심형 뉴스테이가 들어설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대지 맞은편으로는 왕십리 뉴타운 3구역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대지의 임대료는 △25㎡ 보증금 1000만 원, 월 65만 원 △31㎡ 보증금 4000만 원, 월 75만 원 △59㎡ 보증금 1억 원, 월 100만 원이다. 인근 용두동 롯데캐슬피렌체(주상복합, 전용 26.08㎡)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7만 원, 신당동 신당래미안하이베르(아파트, 전용 59.74㎡)는 보증금 1억 원에 월 110만 원 선에서 거래돼 뉴스테이 월세가 시세보다 2만~10만 원 저렴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교통, 편의시설 등 입지가 좋고 주변 상권도 발달해 뉴스테이가 들어오면 공실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인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세 가구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지난해 전국 전·월세 가구 가운데 55%가 월세)인 지금, 정부의 주거안정대책이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20~40대 직장인 20명에게 언론에 보도된 뉴스테이의 입지와 시세를 알려주고 입주 의사를 물었다. 90%가 “입주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뉴스테이 입주에 회의적인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회사원 윤모(32) 씨는 “월세로 나가는 돈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전세를 찾거나 반전세로 돌리는 건데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비싼 월세 주택을 공급한다고 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34) 씨는 “도심형보다 패밀리형 뉴스테이가 끌리는데, 서울 뉴스테이는 면적이 좁고 패밀리형은 인천과 수원에 있어서 서울에도 패밀리형 뉴스테이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뉴스테이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건 건설사와 고소득층이 될 것”이라며 “뉴스테이 정책은 중산층이 얼마나 싸게,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측면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8년이 지나면 경험상 분양으로 전환될 게 거의 확실한 상황이고, 뉴스테이 임대료는 행복주택과 비교해도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런 뉴스테이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그런 부분은 시장에 맡기면 될 영역이다. 소득 9분위 대부분이 자가(自家)나 전세로 사는데, 그들이 월세를 살고 싶어 할지도 의문이다. 초기 임대료까지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면 더더욱 공공재정을 투입할 근거가 없어진다. 서울 신당동 같은 경우 공공기관 터를 뉴스테이로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공적 자산을 민간 영리 기업에게 넘기면서 혜택까지 과도하게 주는 것은 부당하다. 지금의 정책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오히려 끌어올리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을 두고 “건설사 배 불리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테이 특별법으로 불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둘러싸고도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5월 11일 뉴스테이 특별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은 민간자본으로 중산층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예산으로 서민층 주거 안정에 집중하자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정부안대로 추진할 경우 민간사업자에게 지나친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음을 우려했다. 국토부는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한 정책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건설사들도 “수익성은 글쎄”

    중산층엔 빛 좋은 개살구 서민층엔 그림의 떡

    도심형 뉴스테이가 들어서는 서울 대림동 대지.

    기업 특혜 논란을 우려한 국토부가 최근 뉴스테이와 관련한 택지 및 용적률 인센티브 등 지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상당수 건설업체는 뉴스테이 사업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4월 2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두 달간(2월 24일~4월 20일)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67명 중 10.4%만이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참여 검토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가 49.3%였고 ‘참여 가능성이 낮다’(17.9%), ‘미정이다’(22.4%) 등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뉴스테이 시범지구 시공사 참여를 확정한 건 대림산업(인천 도화동)과 한화건설(수원 권선동), 반도건설(서울 신당동) 등이다. 이들이 참여를 결정한 데는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미래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월 내부적으로 주택임대사업팀을 꾸린 대림산업 관계자는 “당장 큰 사업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향후 정부 정책이나 건설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보면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테이를 통해 저가 이미지 일색이던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 다각화를 검토하던 차에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건설사가 토지를 구매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향후 뉴스테이 특별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사업 참가 여부를 결정하려는 모양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테이는 주택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에 검토해볼 만한 사업이다. 다만 토지 매매 비용부터 보증금까지 목돈이 8년간 기업 부채비율로 잡히는데, 이는 공공산업을 비롯한 다른 사업 입찰 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부채비율 문제가 해결된다면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도 활발해지고 임대료 인하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임대시장 자체가 대기업이 들어갈 만큼 사업 파이가 크지 않다”며 “대형 건설사들은 분양시장 물량이 많고 임대사업은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구태여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테이 사업이 잘 정착해 임대에 대한 사고 전환이 이뤄진다면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LH 대지 민간사업자 공모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위례신도시로 몰린 이유도 수요자들에게 가장 핫한 곳이 위례신도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도 뉴스테이 바람

    중산층엔 빛 좋은 개살구 서민층엔 그림의 떡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주택시장의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강화”라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나온 상품만 가지고 정책의 실효성을 논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뉴스테이 자체는 좋은 정책이다. 앞으로 다양한 상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내에서는 임대주택에 산다고 하면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뉴스테이로 이런 이미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좋은 품질의 새 주택에 8년간 안정적으로 살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8년이 짧은 감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거주권 보호도 비교적 강화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임대료 설정이 되지 않은 점, 개발 이익이 남았을 때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 정부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한지, 그동안 월세가 5% 이상 오른 적이 별로 없는데 일률적인 5% 이상의 인상 제한을 두는 게 맞는지 등 앞으로 발생할 문제들을 검토하고 정책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도 뉴스테이가 나온다. 국토부는 5월 27일 인천 부평구 청천2 재개발 사업을 통해 2017년(기업형 임대사업자 분양 기준)까지 뉴스테이 3197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조합과 한국토지신탁 간 매입 협의가 완료되고 한국토지신탁에서 임대료, 주거서비스 제공 수준 등이 담긴 구체적 임대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대로 민간 리츠 심사 절차에 따라 국민주택기금 출자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연내 비슷한 입지 조건을 갖춘 2~3개 정비구역에 대해 기업형 임대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이고, 이후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뉴스테이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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