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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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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정책을 펴야 하는 핵심 이유로 ‘국민 안전’을 든다.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문 대통령.[청와대사진기자단]

6월 27일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서 7월 대한민국에는 삼복더위보다 뜨거운 에너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대통령 3호 업무지시’로 노후화된 화력발전소를 일시 가동중지(셧다운)시키며 에너지정책 개편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본격적으로 원전에 칼을 뽑아 든 건 6월 중순. 19일 부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 출발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신고리원전 5·6호기 문제는 안전성과 공정률, 투입·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열흘이 채 지나기 전 잠정적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발표하면서 ‘탈(脫)원전’ 행보에 가속도를 붙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전기 생산량의 약 70%를 석탄(39.4%)과 원자력(32.3%)발전이 차지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 꼽혀온 원전 또한 줄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공백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정책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7월 5일 대학교수 417명이 모여 ‘대통령 결정만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각계 반발이 거세다. 이 과정에서 원전의 안정성, 경제성, 원전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세계적 흐름 등 다양한 주제에 서로 다른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원자력

건설 공정률 28.8%에서 공사가 중단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사진 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전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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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찬반론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안전성이다. 문 대통령은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지난 정부는)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경주 지진 등을 볼 때) 대한민국이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탈원전’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7월 5일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교수들) 명의로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원자력 학계 전문가들은 ‘원전은 안전하다’고 반박한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바란다’ 토론회에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상업원전이 가동된 지난 50년간 세계적으로 580여 기의 원전이 운영됐다. 누적 가동 연수 1만7100여 년 동안 세계 어디에서도 지진으로 원전 사고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완전히 다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 당시 원전은 지진을 이겨냈으나 이후 닥친 쓰나미에 침수됐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다. 한국에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게 ‘교수들’의 주장이다.



‘교수들’은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석탄화력발전이 야기하는 폐질환 사망자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7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성급한 탈원전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정용훈 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양자공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2012년 자료를 인용하며 “1조kWh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수를 보면 석탄 10만 명, 가스 4000명, 태양광 440명, 풍력 150명인 반면 원자력은 9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과거 원전 사고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어났고, 그 파급 효과는 직접 사망자 수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나 우크라이나(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모두 과거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방식의 재앙이었다. 이처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원전 자체의 안전성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원전의 운영 방식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6월 11일 경북 울진 한울원전에서 원자로의 열기를 식히는 원자로냉각재 펌프 4기 가운데 2기가 한꺼번에 멈춘 일이 한 사례라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이를 ‘단순 정지’로 보고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이 문제가 ‘미국국립표준원·미국원자력학회 기준으로 명백한 설계기준 2등급 사고’인데 축소 보고됐고, 규제 기관인 원안위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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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결정하자 인근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뉴스1]

원전은 저렴한가

‘탈원전’을 요구하는 이가 ‘안전성’ 이슈를 가장 많이 제기한다면,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서 주로 얘기하는 건 ‘경제성’이다. ‘교수들’ 또한 최근 성명에서 ‘(정부는) 값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산업을 말살시킬 탈원전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원전을 없앨 경우 국내 전기요금이 급격히 올라간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공약대로 탈원전정책을 추진할 경우 2030년 전기요금은 현재의 3.3배가 된다. 황 교수는 7월 12일 ‘성급한 탈원전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 독일과 덴마크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전기요금 인상 사례 분석을 통해 이런 예측치를 도출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연중 가동률이 16%(석탄 81%, 원전 83%)에 그치는 등 발전효율이 낮아 필요 전력의 6배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산지가 많은 곳에서는 발전소 용지 확보가 어려워 관련 비용이 더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황주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추가 원전 건설 등을 하지 않고 (에너지 부족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79% 상승할 것”이라 밝혔고,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2030년 가구당 연간 전기요금 추가분이 31만4000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에 반대하는 쪽은 정부가 이런 전망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일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원전 없는 미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전혀 다른 ‘팩트’를 들이댄다. 원전이 근본적으로 매우 비싼 발전 방식이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2년 펴낸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리마일 섬(1979), 옛 소련 체르노빌(1986), 일본 후쿠시마(2011) 원전 사고 피해 규모는 기당 약 58조 원에 달했다. 관리 위험성 등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녹색당이 7월 3일 공개한 ‘녹색당 대안전력 시나리오 2030’ 역시 ‘일반 국민의 위험 회피성향을 반영한 중대사고 피해비용’ 등 ‘외부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자력발전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도 6월 19일 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쪽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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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 14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즉각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뉴스1]

원전은 깨끗한가

지금은 석탄, 원자력발전에 비해 비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머잖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그래프 참조). 유엔환경계획(UNEP)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열에너지 생산가는 전년에 비해 평균 17% 하락했다. 육상풍력은 18%, 해상풍력은 28% 낮아졌다. 7월 12일 서울 이화여대를 찾아 강연한 제니퍼 리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통계를 인용하며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신재생에너지가 비싸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건 옳지 않다. 10년 전이라면 그 말이 맞았을 수 있지만, 이제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 관점에서 볼 때 탈원전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환경운동가 중 한 명인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 대표는 7월 5일 우리 정부에 ‘탈원전정책이 기후 및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내 화제를 모았다. “기후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산화탄소 방출과 대기질 향상을 위해서는 원자력에너지의 확대가 요구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자력발전을 줄일 경우 당분간 대체에너지원으로 유력한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이 메탄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LNG발전이 늘어나면 석탄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유해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kWh당 이산화탄소 생성량이 석탄 1000g, 가스 490g인 데 반해 원자력은 15g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미세먼지, 오존 문제 등을 푸는 데도 원자력발전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탈원전 반대론자들의 의견이다.

새 정부가 내세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 확대’를 추진할 경우 막대한 환경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관련 설비 규모를 2015년 기준 13.7GW에서 68GW로 4배 늘리려면 1300km2가 넘는 입지가 필요한데, 이만한 면적을 태양광발전을 위한 솔라 패널로 덮을 경우 열섬현상 등 각종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특성상 지역별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풍력발전 또한 소음과 전자파 등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일부 환경 피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오염 피해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세계 1위' 원전산업은 어찌하나

마지막으로 탈원전 논의에서 의견 충돌이 첨예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관련 산업 문제다. ‘교수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이 세계 1위 수준인 국내 원자력업계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원전 운영(24기)과 건설(4기)로 한 해 동안 약 36조2000억 원의 생산 유발과 연 9만2000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발생한다’며 ‘원전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기기 공급업체,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켜 원전 안전운영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최근 각광받고 있는 우리 기술의 해외 진출 길 또한 막힐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원전 마피아’의 주장”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펴낸 ‘원자력백서’를 보면 원전산업이 급속히 성장했음에도 원전 관련 인력은 2014년 기준 3만3497명으로 9년 동안 평균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학계와 한수원 등 일부 ‘철밥통’ 기업 관계자가 ‘원전 성장’의 과실을 먹었을 뿐, 경제계나 고용 전반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정답이 없고, 매우 정치적인 이슈로 바뀌어서, 환경연합/녹색당과 한수원/원자력공학과 출신이 서로 인용하는 수치가 아예 단위가 다르고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근 지역의 갑상샘암 등 암 발생에 대해 2000명 수준에서 43만 명 수준까지 수치가 다양하지요!) 과학적 근거도 달라 매우 당혹스럽지요.’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7월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정 교수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해 언급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자력 전공 교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다른 분야의 경우 아무리 격렬한 토론이 벌어져도 찬반양론의 바탕이 되는 ‘팩트’만큼은 공유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분야에는 아예 그런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원자력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30명 안팎으로 본다. 추후 방사선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해도 500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 반대론자들은 이 사고로 2만5000~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서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팩트에서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니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가벼이 볼 수 없는 건, 현재 원전 24기를 운용 중인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원전대국이기 때문이다. 미국(99기), 프랑스(58기), 일본(42기), 중국(36기), 러시아(35기)보다 원전 수는 적지만 밀집도로 보면 세계 1위 수준이다.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원전에 빚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탈원전 여부는 개인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만간 탈원전 문제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 뒤 에너지정책 개편의 사회적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팩트’조차 동의하지 못하는 찬반 세력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탈원전정책의 향배가 초기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사안으로 떠오른 분위기”라며 “정부가 관련 정책의 논거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뒤 전문가들로 하여금 치열하게 논쟁하게 함으로써 ‘국민 에너지 컨센서스’가 구축되도록 해야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주간동아 2017.07.19 1097호 (p18~21)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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