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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대 총선 D-1년 04

與野 필승전략 “중원을 장악하라”

수도권·충청 지리적 개념 넘어 중도·중산·중년층 공략에 초점

  •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 torch@hk.co.kr

與野 필승전략 “중원을 장악하라”

與野 필승전략 “중원을 장악하라”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4060세대 유권자의 비중이 커졌다.

20대 총선거(총선)에서 정치권의 화두는 ‘중원 공략’이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만으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여야 공히 지지세력 확장의 타깃을 중간층으로 잡은 것.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중원’ 개념이 기존의 지리적 측면에 머물지 않고 이념과 계층, 연령 등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방을 특정 지역에 묶어놓고 포위하는 단선적인 ‘정략’만으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현실을 정치권이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여야는 얼마 전 약속이나 한 듯 중원 공략을 공식화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은 ‘판단의 오류 : 세대’라는 비공개 보고서를 냈고,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민정연)은 보고서 제목을 아예 ‘중원 장악 보고서’로 명명했다. 두 보고서 모두 시점상 내년 20대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선거(대선)를 겨냥한 것이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 및 행보에 대한 지침인 셈이다.

여야 ‘중원 공략’ 한목소리

여야 싱크탱크의 지향은 사실상 동일하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과 함께 중도·중간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민심에 주목하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이념적으로는 중도층을 겨냥하고 계층으로는 중산층, 연령대별로는 4060세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거의 비슷하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4060세대 유권자의 비중이 커진 상황, 이들이 사회·경제 활동의 중추라는 점,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란에 대한 염증 등을 모두 감안한 전략이다. 성장과 복지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안정과 개혁, 변화 가능성도 적절히 절충해야 한다. 전통적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연 보고서는 5060세대 표심의 변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금의 50, 60대는 전쟁과 가난 같은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세대와 다르며, 민주화·정보화를 경험한 균형적 사고를 지녔다. (중략) 50대 초반이 20, 30, 40대와 비슷한 투표 양상을 띠는 ‘세대 동맹’ 가능성도 적잖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더는 이념적·정치적 접근만으로는 젊어진 50, 60대를 끌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정연도 당의 주축 세력인 386세대와 유신세대에 대해 ‘386세대는 선거 맥락과 후보 신뢰성에 따라 전략적 선택 가능성이 농후하고, 유신세대는 저항적 정치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과거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우호적인 투표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수차례 빗나갔던 이전 총선과 대선을 반면교사 삼아 이들을 중심으로 4060세대 지지층의 외연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물론 방법론에서는 적잖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새누리당은 경제·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좌클릭’을 해야 중원 공략이 가능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논의를 선점하고, 사실상 보편적 복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논의 재점화와 성장 및 복지 논쟁 주도 움직임이 단적인 예다.

반면 중도개혁을 지향해온 새정연은 이념 및 안보 분야에서 일정한 ‘우클릭’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대표가 취임 직후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 3월 25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단언한 것 등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與野 필승전략 “중원을 장악하라”
여야의 총선 전략이 구체화하는 지점은 역시나 세부정책 경쟁, 특히 성장과 복지 분야가 주요 축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연은 ‘생활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의 고용과 30, 40대의 보육 및 교육, 50, 60대의 복지 등 세대별 맞춤형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민정연도 ‘중원을 장악하기 위해선 포용적 성장과 유연한 복지 등의 이슈를 구체화해 이를 유연하게 구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발맞춰 새누리당에서는 제2의 경제민주화 및 보편복지 실험이 시작됐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중도개혁 색채가 강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의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직접 대표발의했다. 김세연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의 지지부진함을 떨쳐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식언 논란·내홍 가능성은 딜레마

새정연에서는 유력 대권주자이기도 한 문재인 대표가 선두에 섰다. 이념 및 안보 분야에서 파격적인 행보에 그치지 않고 ‘유능한 경제정당’을 기치로 내건 가운데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경제 분야 학자는 물론, 실물경제 전문가와의 만남도 확대하면서 최근 연말정산 ‘세금폭탄’ 파동을 겪은 유권자들에게 ‘경제=새정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같은 여야 움직임에 대해 여론 분석기관 ‘오피니언 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중도층은 선험적으로 특정 정당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 각 당의 구체적인 정책과 이를 실현하는 활동을 지켜보면서 지지 정당을 선택해왔다”며 “이 점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건 전국단위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언제든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자칫 ‘양치기 소년’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나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를 공약했던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에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는 평가가 많다는 점에서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우리가 아무리 진심을 갖고 얘기해도 유권자들이 ‘또 표 달라고 그러느냐’고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마음 같아선 청와대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답답해했다.

이는 내년 총선 전략이 친박(친박근혜) 주류와 비주류 간 힘겨루기보다 ‘의원들의 살아남기’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선 긋기로 진행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한 친박계 의원조차 “총선에서 이겨야 그나마 대선 승리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올해 서민경제가 완전히 살아난다면 모를까 나부터도 총선 때는 청와대나 정부에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연은 내부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표의 잇따른 파격 행보에 대해 정청래 최고위원이 “느닷없이 한쪽 날개를 접고 오른쪽 날개로만 날려는 급격한 우회전을 경계한다”고 비난하는 등 파열음이 나고 있다. 게다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다툼이 감정 차원으로까지 번져 있는 상태다. 문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념만 앞세운 무능한 좌파라는 비판에 귀를 막은 세력이 목소리만 크다”며 정 최고위원을 공박한 뒤 “진짜 심각한 건 실체도 불분명한 친노-비노 논란인데, 이는 문 대표가 포용과 화합의 정치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4.13 983호 (p16~17)

양정대 한국일보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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