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3

2015.04.13

당락 가를 4대 변수 공략법

① 선거구 재획정 ② 4·29 재보선 이후 야권 재편 ③ 공천 혁신 ④ 정책 이슈 선점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5-04-13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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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락 가를 4대 변수 공략법

    선거구 재획정 결과는 20대 총선에 영향을 끼칠 최대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사진은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개특위 위원들의 모습.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 ‘여의도 정치를 1년 경험하면 조선왕조 600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 지형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고 정치인들의 부침 또한 극심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만큼 한국 정치는 역동적이다. 2016년 4월 13일에 치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까지 꼭 1년이 남았다. 20대 총선까지 앞으로 1년 동안 한국 정치에 조선왕조 600년 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변화가 압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총선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내년 총선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로는 무엇이 있을지 하나씩 짚어본다.

    역대 총선과 비교해 내년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첫 번째 변수는 바로 선거구 재획정 결과다. 4월 임시국회부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가장 시급하면서도 뜨거운 쟁점은 선거구 재획정 문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낮추라며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고, 국회는 12월 말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방안을 내놓았는데, 그 방향은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자못 위협적이다. 지역구 의원 수를 246명에서 200명으로 크게 줄여야 하기 때문. 더욱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대한 거센 독립 요구를 정개특위가 수용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만약 선관위 방안대로 선거구 재획정이 이뤄진다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46명은 치열한 공천경쟁에서 걸러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경쟁률도 당연히 높아진다. 시도별 국회의원 정수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웃는 시도가 있는 반면, 우는 시도도 생길 것이다. 인구가 늘어난 충청은 웃고 줄어든 호남은 울 공산이 크다.

    국회의원 정수 400명으로 증원?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에 따른 희비도 정당별로 갈릴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선관위 방안에 담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2012년 총선 결과에 적용한 결과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은 영남에서 10석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1석을 추가로 얻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여소야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당별 전체 의석수도 새누리당은 13석, 새정연은 10석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리란 전망이다. 반면 소수 정당은 26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은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수를 선관위 방안보다 늘리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전체 의석수를 400석으로 늘리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물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주장이라 수용될 여지는 적다.

    둘째, 야권의 정계개편 결과다. 4·29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새정연이 승리할 경우 추가적인 야권 분열 없이 제1야당으로서 지위를 더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에도 제동이 걸릴 개연성이 높다. 새정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계에 힘이 실리면서 다시 한 번 친노계가 2016년 총선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여전하겠지만, 비노(비노무현)계의 탈당 명분도 사라진 만큼 그들의 당내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야권 분열에 속도가 붙을 테고 새정연 내 비노계의 탈당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창당에 돌입한 국민모임에 더해 추가적인 신당 창당 움직임도 나올 것이다. 국민모임이 중도 좌파를 지향하기로 한 만큼, 또 다른 신당은 새정연이 나아가고자 하는 중도 우파 지형에서 정면 승부를 하자고 덤빌 공산이 크다.

    이번에 비노계가 탈당을 시도한다면 규모가 클 개연성이 높다. 친노계만 남는다고 전제하면 양분 상황으로 갈지도 모른다. 제1야당과 제2야당이 비슷한 규모, 곧 60여 석 규모로 재편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6년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서 치러진다.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반사 이득을 보기에 딱 좋은 구도다.

    여야의 고민, 친박과 친노

    이때 야권은 다시 야권연대 카드를 빼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함께 정당을 못 하겠다고 탈당까지 한 마당에 야권연대를 한다면 누구도 신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총선은 각자도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물론 기회가 없진 않다. 야당 간 경쟁이 치열한 속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급락하면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 더해진다면, 아예 새누리당을 관심 밖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 여기에 대형 악재까지 불거지면 새누리당은 제3당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또한 너무 극적이라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셋째, 공천 혁신이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를, 새정연은 친노계를 얼마나 정리할 수 있을까. 그것이 관건이다. 이들을 정리한 공간을 어떤 인재로 채울지도 관심사다. 당연히 새 피 수혈에 성공하는 정당이 유리하다. 2012년 총선 당시 국민은 새 정치를 열망했다. 새 정치는 기득권 정치의 종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새정연은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결국 패배했다. 이미 구세대라 할 수 있는 친노계 국회의원들이 부활하면서 오히려 그들 중심의 기득권 구조만 강화됐다.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새누리당은 공천 혁신에 주력했고 당내 주력군이던 친이(친이명박)계를 대거 정리하면서 상대적이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4년이 지난 2016년에는 어느 당이 이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새누리당이 좀 더 유리해 보인다. 당 지도부를 비박(비박근혜)계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비박계 지도부, 특히 김무성 대표는 공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배제함으로써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지역일꾼 발굴에 성공했고 선거 결과도 좋았다. 4·29 재보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역일꾼 발굴에 주력했는데, 이번에도 결과가 좋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일꾼 발굴이 공천 혁신이나 친박계 청산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친박계도 적잖다. 하지만 완전국민경선제, 특히 100%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내 조직에 의존하는 친박계가 대거 탈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29 재보선도 100% 여론조사로 공천했다. 이미 100% 여론조사가 공천 룰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반면 새정연은 친노계가 당 지도부를 다시 장악한 상태다. 잇따른 재보선에서 다수의 친노계가 공천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새정연은 여전히 친노계 청산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세력화가 더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4·29 재보선 승리라는 훈장까지 받는다면, 문재인 대표와 친노계의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갈 것이다. 안 그래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문 대표의 지지율이 추가 상승하면서 그 독주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 돌입한다면 새정연 내에서는 문재인 마케팅이 분출할 것이다. 공천받으려는 자는 누구나 문 대표와의 연고를 강조해야 할 테고, 이렇게 공천받은 자는 선거 현수막에 문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실으려 할 것이다. 구(舊)노무현계에 이어 신(新)노무현계가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친노 주도 공천=어게인 2012

    당락 가를 4대 변수 공략법

    4·2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왼쪽)과 광주 서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의 당락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분위기가 그랬고,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그랬다. 그렇게 신박계도 대거 등장했다. 문제는 이런 새정연이 참신하냐는 것이다. 도로 친노계 공천을 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모험적으로 보인다.

    넷째, 정책 이슈 선점이다. 내년 총선을 전후해 대권주자들은 정책 이슈 선점에 적극 나설 것이다. 1년 뒤 대통령선거(대선), 그리고 그 직전 당내 경선용 여론몰이다. 이런 점에서 누가 앞서 나가고 있을까. 어느 정당의 대권주자가 더 앞서 나가고 있을까.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이다.

    보수혁신에 이어 개헌, 그리고 최근에는 새줌마 이슈까지 들고 나온 김무성 대표, 무상급식 중단과 선별적 무상급식 전환이라는 대형 이슈를 전격 제기하고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라는 안보 이슈를 전면 제기하고 나선 유승민 원내대표, 이에 질세라 부패와의 전쟁으로 승부수를 던진 이완구 국무총리,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며 서민 행보로 급전환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반면 새정연에서는 단연 문재인 대표가 돋보인다. 유능한 경제정당에 유능한 안보정당까지 아직은 추상적인 수준이지만, 정책 이슈 제기에 적극성을 더해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민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사업이 부재한 가운데 아직은 잠행 중이다. 오히려 28억 관사 전세금 논란만 눈에 띈다. 악재 관리에 급급한 형국이다.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뭘까. 역시 경제와 안보 문제일 것이다. ‘장기 침체 우려 속에 서민경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복지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 급변 사태와 통일이 갑자기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이런 범주에서 누군가 또는 어느 정당이 국민의 시선을 단번에 끌 수 있는 이슈를 제기하고, 국민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바람은 그 방향으로 거세게 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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