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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증시 귀환 개인투자자들

‘꿀 증시’로 몰려드는 개미들

코스닥 신용융자액만 3조6000억 원…빚내서 테마주 쫓다간 ‘자살폭탄’ 될 수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꿀 증시’로 몰려드는 개미들

‘꿀 증시’로 몰려드는 개미들
평소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던 회사원 박모 씨.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너스를 모은 돈으로 투자했지만 최근 들어 그는 증권사 신용융자계좌를 개설해 주식투자 금액을 늘렸다. 그동안 직장 상사의 가까운 지인이 증권사에서 일하며 유망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줬는데, 좋은 기회를 목전에 두고 발만 구르던 박씨에게 기준금리 인하라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개인 신용융자금액 4년 만에 최고치

자금 유용이 수월해지자 박씨는 투자금액을 10배가량 올렸다. 다행히 증권업 관련 종사자가 주는 정보대로 투자한 덕에 보유 주식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고, 지금까지 평균 10%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씨는 “물론 손실 위험도 크다. 그러나 과거 200% 수익을 올렸을 때 투자금액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금리가 낮아진 덕에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신용융자 이자율이 많이 낮아졌고 현재까지 투자수익률이 받쳐주기 때문에 손해는 보지 않고 있다. 분산투자를 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쯤은 고수익을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투자 대박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최근 증권가에 박씨 같은 개미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3월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면서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투자 기관별 코스닥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개월 사이 개인의 거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1월 개인의 코스닥 거래는 순매수율 약 -876억1725만 원으로, 매수에 비해 매도가 많았다. 그러나 3월 개인의 코스닥 거래는 순매수율 약 4875억4106만 원으로 매수가 매도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표1 참조). 특히 매수에 나섰던 금융투자, 은행, 국가의 순매수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 개인의 순매수 거래대금이 7.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외국인은 매도물량을 쏟아낸 반면 개인은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수치상 드러났다.

또 투자자가 증권사에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주식거래를 결제하기 위해 빌리는 매매대금인 신용융자금액은 최근 3개월 사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6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전체 신용융자금액은 약



6조6607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5월 신용융자금액이 7조 원까지 치솟았던 이후로 줄어들었다 최근 또다시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도 파악할 수 있듯 지난 연말에 비해 올해 들어 개인 신용융자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할 수 없지만 투자심리 회복과 금리인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신용융자금액이 코스닥시장에 몰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에 신용융자금액이 몰리면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2013년 들어 2조 원대에 머물던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금액은 4월 6일 약 3조546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3개월간 신용융자금액의 수치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여서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다.

‘꿀 증시’로 몰려드는 개미들
수수료 인하와 보증금 폐지로 ‘빚 투자’ 부추겨

이에 대해 KDB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금이 유입돼 증시에 활기가 도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개인 신용융자금액 유입이 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개인이 이를 갚기 위해 보유 주식 매도에 나서게 된다. 이 경우 주식 가치는 또다시 떨어지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 대비 코스닥시장에 유입된 신용융자금액이 평균 2000억~5000억 원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 규모로 보면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보다 8배 정도 크기 때문에 전체 주식시장에 미칠 타격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수수료를 인하하고 보증금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용융자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1일 삼성증권은 60일 이내 및 이상의 신용거래 이자율을 각각 0.1%p, 0.2%p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30일 이내 신용거래 고객에게 연 6.4%, 31~60일은 연 7.4%, 61~90일은 연 8.5%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KDB대우증권도 이날부터 신용융자 이자율을 평균 0.55% 내렸다. 심지어 IBK투자증권은 4월 1일 은행제휴 계좌 고객에 한해 일주일간 무이자로 신용융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잇따라 이자율을 낮추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신용거래계좌를 만들 때 내야 하는 보증금도 사라져 주식투자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졌다. 금융투자협회는 신용거래계좌 설정 시 보증금으로 100만 원을 내야 하는 규정을 3월 3일 폐지했다. 이는 금융감독 당국이 투자자 편의와 권익을 강화하고자 올해부터 신용거래 설정 보증금의 예치 규정을 없애기로 한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각 증권사는 자율적으로 보증금을 폐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은 3월 3일, 동부증권은 12일, 메리츠종금증권은 27일부터 신용거래 보증금을 없앴다.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증가하자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도 급증했다. 주요 5개 증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KDB대우증권의 경우 약 571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5.8배가량 증가했고, 삼성증권의 경우 약 59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6배가량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표2 참조). 이외 다른 증권사들도 1.3~5배가량 1분기 당기순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증권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8일 국내 35개 증권주의 등락을 살펴보면 6개 증권사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SK증권은 12.67% 올랐고, 한화투자증권 7.35%, KTB투자증권 6.88%, 유안타증권(옛 동양종합증권) 5.83% 등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외 증권사들도 평균 1~5% 상승률을 보였다. 증권주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신고가 행진도 이어졌다. 동부증권과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장중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권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증권주 실적 개선과 더불어 향후 증권사들의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됐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비해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오른 상태”라고 평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은행 예 · 적금 등 안전자산이 매력을 잃었고, 자연히 그 수요가 증시 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반색하는 것. 김용구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시장을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보자면 최근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펀드 열풍, 적립식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버팀목이 됐는데, 최근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그러한 주식시장의 수급 안정에 어느 정도 제구실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꿀 증시’로 몰려드는 개미들
증권사 웃어도 ‘개미’들은 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김 위원은 “최근 개인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이나 기관의 투자와 달리 매매 방향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주도적인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식으로 투자하다 보니 지수견인력이 미미하다. 즉 개인투자자가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영향력은 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해 높은 수익을 얻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사실 개미투자자는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지고 인기 종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여러 불리한 요인과 종잡을 수 없는 투자 성향 때문에 주식투자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의미의 ‘개미 필패론’이 기정사실화돼 있을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대박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중소형주가 밀집한 코스닥시장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 위원은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금액이 3조 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신용융자금액을 살펴보면 코스닥에 3조6000억 원가량 투입돼 있다. 빚으로 깔려 있는 게 전체 이상인 셈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주가가 흔들릴 경우 담보 가치가 낮아지고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연쇄 하락을 부채질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또 이는 깡통계좌로 연결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최근의 과열 현상을 마냥 좋게 볼 수만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초저금리 시대라 할지라도 주식투자를 외면하는 것이 최선책일까. 김 위원은 “투자에서 개인의 경우 정보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식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투자자가 쉽게 범하는 테마주 투자나 이슈에 민감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 또 투자 대상의 실적이라든지 향후 전략 등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무분별하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업계에서 하반기 글로벌 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시장 주도권은 대형주가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소형주에 집중하기보다 적절한 시각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5.04.13 983호 (p38~40)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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