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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흔드는 IoT<사물인터넷> 주도권 쟁탈전

국·유럽 손잡고 미국 견제…구글과 애플, 플랫폼으로 영토 무한 확장 중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대륙을 흔드는 IoT<사물인터넷> 주도권 쟁탈전

대륙을 흔드는 IoT 주도권 쟁탈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세빗(CeBIT) 2015’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근거리무선통신(NFC) 컬러 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를 살펴보고 있다.

‘IT(정보기술) 미래를 선점하는 국가가 향후 세계시장을 좌우한다.’

IT업계에 광풍이 불고 있다. 세계 2대 강국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하면서 미래 IT시대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IT 부문의 경쟁력을 도구로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모양새다.

1990년대 인터넷은 첫 IT붐을 일으켰다. 당시 IT업계는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닷컴버블’ 붕괴 후 IT는 각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에 불과했다.

지금 IT업계는 또 한 번 변혁기를 맞았다. IT가 각종 산업에 깊숙이 진입하면서 업계 간 장벽이 허물어진 뒤 재건되고 있다. 한창 열풍인 핀테크(FinTech)가 대표적이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I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다. 은행 등 전통 금융서비스 업체들과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IT기업들이 경쟁 구도에 놓였고, 유럽과중국에선 이미 주도권이 IT기업에게 넘어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제조업과 사물인터넷의 결합



이번 변화의 또 다른 핵심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연결성)’다. 업계는 사람과 사람 간 연결을 넘어 기기와 기기(M2M)가 IT로 이어져 결국은 모든 게 서로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업계는 물론 미·중·EU가 앞다퉈 선점하려는 게 이 IoT다. 정확히는 제조업과 IoT의 결합이다. 이들 국가는 제조업 기술력과 내수시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IoT를 더해 과거 영광을 다시 재현하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애플, 구글 등 대형 IT기업의 활약으로 세계 IT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다소 부진한 제조업을 회복하고자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업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리쇼링(reshoring) 정책에 혈안이 돼 있다. 그와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이어지는 자국 IT기업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해소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과 EU가 해외 IT기업을 규제할 때마다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미국이다.

전통 제조업 강국들이 모인 EU는 IT기술에서 뒤처졌다는 인식 아래 하나로 뭉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유럽’ 정책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EU 소속 28개국의 디지털시장을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광대역 통신망과 무료 와이파이(WiF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IoT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제조업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으로 경영·관리, 에너지 자원, 물류 등 제반 경제활동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EU 소속 국가들의 디지털 법체계와 정보망, 정보사용료, 지적재산권료 등의 통합 및 재정비 작업도 5월부터 시작한다.

뒤늦게 세계시장에 진입한 중국은 초기 막대한 내수시장과 값싼 인건비를 내세웠다. 자국 IT기업을 보호하고 적극 지원해 급성장하게 했고, 그 결과 세계 IT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최근 IT업계를 뒤흔든 것도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대부분이다. 외국, 특히 미국 IT기업들은 중국에선 ‘찬밥’ 신세다.

중국은 신흥국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IoT 플랫폼을 구축해 전 인류의 40%가량인 27억 명을 단일 디지털시장으로 묶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상하이에서부터 영국 아이리시 해까지 유럽-아시아를 하이테크벨트로 묶는 신실크로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EU와 중국은 서로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할 계획이다. 중국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조업과 IT산업 간 질적 차이가 생겼다.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지 신흥국가들보다 노동력에서도 밀렸다. EU는 앞서 말했듯 IT 기술력이 본격 개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뒤처져 있다. 중국은 IT를, EU는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을 강점으로 하니 양 지역의 접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각국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IT기업들은 독자적인 운영체계(OS)를 기반으로 미래 IoT 플랫폼을 선점하고자 한다. MP3, 휴대전화 등에 이어 TV, 심지어 자동차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시장 선도권을 놓친 IT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식으로 IT를 도입하는 추세다.

세계 플랫폼시장의 강자는 미국 구글과 애플이다. 보급률이 높은 모바일 OS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구글은 지난해 2분기 모바일 OS 시장의 56.2%, 애플은 32.1%를 각각 점유했다.

독자 운영체계로 IoT 플랫폼 선점 노려

구글은 다른 제조사가 활용해 쓸 수 있게 자사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OS를 오픈 소스로 제공하며 영토를 무한 확장 중이다. 무인자동차나 구글글래스 등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북-애플TV-애플워치 라인업을 갖췄고, 여기에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애플카’까지 출시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독보적인 디자인과 소프트웨어(SW) 기술력으로 iOS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목적이다.

중국 IT기업들도 가세했다. 샤오미는 온라인에 기반을 둔 입소문 마케팅과 선판매 후생산 전략으로 품질 좋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자사 제품을 싼값에 팔기로 유명하다. 자사의 독자적인 플랫폼 ‘미유아이(MIUI)’를 구축했고 최근 35만 원짜리 40인치 스마트TV까지 내놨다. 그뿐 아니라 2달러에 불과한 스마트 모듈을 다른 전자기기 제조사들에게 팔면서 이 모듈을 넣으면 자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텐센트는 대만 폭스콘과 스마트카를 개발하기로 했고, 바이두는 연내 자체 개발한 무인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으로 협력할 자동차업체를 찾고 있다. 알리바바도 지난해 7월 상하이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제조업계에선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는 사람 목숨이 달려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완성차 업체는 부품업체와 협력해 자율주행기술 확보에 나섰고 부족한 부분은 IT업체와 전략적 제휴로 보완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선 산업자동화와 연관된 제조설비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센서 등을 넣어 IoT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시장 구도는 1 대 1 대 1 각개전투에서 1 대 2 전쟁으로 변했다. 하지만 향후 IoT 시대를 어느 국가가 주도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IT업계가 가진 기술력이나 파급력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반면 EU와 중국이 서로 손잡으면서 인근 신흥국들의 엄청난 내수시장을 흡수하게 될 확률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둘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에 주목할 때다.



주간동아 2015.04.06 982호 (p60~61)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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