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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교수의 빅데이터 이야기 ⑩

마트가 먼저 안 ‘엄마의 탄생’

쇼핑 패턴 전환점 노려 신규 고객 유인…세심한 데이터 분석이 관건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마트가 먼저 안 ‘엄마의 탄생’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날마다 많은 선택을 하고, 그중에서 구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구매 결정의 50% 정도를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 습관적으로 한다. 특히 비누, 치약, 화장지 같은 일상용품의 구매는 더욱 그렇다. 또한 사람들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한 가게에서 구매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식료품은 식료품가게에서, 장난감은 장난감가게에서, 고기는 정육점에서, 세제나 양말, 화장지 등은 대형할인점을 선호한다. 소비자의 이런 습관은 거의 모든 물품을 갖추고 있는 대형할인점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사 매장 안에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싶지만 쿠폰이나 인센티브 등의 판매 촉진 수단만으로는 소비자의 몸에 밴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임신 4~6개월에 쿠폰 제공

물론 사람의 습관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있다. 대학 졸업, 취직, 결혼 등과 같이 인생의 중대 사건을 겪을 때 사람의 습관이 갑자기 바뀌고 쇼핑 행태도 변하는 경향이 있다. 소매점 처지에서는 바로 이 시점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Target)도 이런 기회를 포착하고자 했다. 타깃은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큰 대형할인점으로 1800여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타깃이 주목한 인생의 중대한 사건 중 하나는 ‘출산’이다. 이 시기 임신부는 감정적으로 큰 폭의 변화를 겪기 때문에 쇼핑 습관도 그 어떤 시기보다 변하기 쉽다. 이때 신생아 용품을 쿠폰 등을 활용해 타깃 매장에서 구매하도록 유인한다면 이후 자연스럽게 식료품, 수영복, 장난감, 의류 구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려면 임신한 고객을 일찍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임신복이나 태아 비타민 같은 상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임신 4~6개월 무렵부터다. 이 시기에 맞춰 임신부에게 특별쿠폰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쇼핑카트 안에 젖병, 신생아복은 물론 주스, 화장지, 시리얼 등 다양한 물품을 담을 것이다. 일단 쇼핑 습관이 바뀌면 계속 같은 매장을 찾게 된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산모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광고와 인센티브를 받는다. 따라서 타깃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 고객의 임신 여부를 알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어떻게 고객의 임신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을까. 타깃은 ‘베이비 샤워’ 등록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베이비 샤워란 미국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임신부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신생아 관련 선물을 받는 것이다. 타깃은 이 프로그램에 임신부가 등록하면 인센티브와 선물을 제공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의 쇼핑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임신 4개월부터는 향이 없는 로션을 다량 구매했고 5개월부터는 칼슘, 마그네슘, 아연이 함유된 비타민을 구매했다. 갑자기 향이 없는 비누, 대용량의 약솜, 손세정제, 타월을 구매하기 시작하면 출산일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타깃은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임신과 관계있는 25개 제품을 확인했다. 이를 활용해 고객의 임신지수(pregnancy score)를 계산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한 뒤 전국 1800여 매장에서 임신이 거의 확실한 고객 수만 명을 파악했다. 이들에게 산모와 신생아 관련 상품의 쿠폰을 발송했고, 심지어 출산일까지 거의 맞아떨어지게 추정해 임신의 세부적인 단계에 맞춘 쿠폰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깃을 찾는 임신부가 늘기 시작했고, 산모와 신생아 관련 상품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라 타깃의 총매출도 2002년 440억 달러에서 2010년 67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임신지수모델, 10대 딸 임신 알려

타깃의 임신지수모델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빅데이터가 얼마나 극적이며 막강한 능력이 있는지 알려주는 이 사례는 일부러 지어낸 것처럼 보일 정도다. 타깃이 임신 추정 고객에게 쿠폰을 발송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미네소타 주 미니아폴리스 외곽에 있는 타깃 매장에 한 남성이 들어와 매장 책임자에게 따졌다. 그는 타깃이 딸에게 보낸 쿠폰을 들고 매우 화가 난 얼굴로 “내 딸이 우편으로 이 쿠폰들을 받았소! 아직 고등학생인데 당신들이 신생아 옷과 신생아 침대 쿠폰을 보내다니! 아니, 당신들은 그 애에게 임신하라고 부추기는 거요?”라고 말했다. 편지와 쿠폰을 확인한 매장 책임자는 머리 숙여 사과했고 며칠 뒤 다시 사과하려고 그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넘어 그 남성은 겸연쩍어 하면서 말했다고. “딸과 얘기해봤는데 집안에서 내가 완전히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딸아이 출산일이 8월이랍니다. 제가 사과드려야 하네요. 그런데 당신들은 도대체 내 딸이 임신한 것을 어떻게 알았나요?”

사실 대형할인점을 비롯해 은행이나 심지어 우체국 등 거의 모든 대형 소매점들은 좀 더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 오래전부터 고객 정보를 수집해왔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활용해 고객을 여러 집단으로 구분하고 각 집단의 선호와 특성을 분석해왔는데 타깃은 이런 분석을 가장 잘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앞서 언급한 임신지수모델 개발에서 더 나아가 타깃은 쿠폰을 받은 임신부들의 반응에도 신경을 썼다. 쿠폰을 받은 임신부 중에는 자신을 염탐하고 있다며 화를 내는 경우가 있을 테고, 일부는 아직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 품목들까지 미리 쿠폰을 보내는 것에 겁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밀한 데이터 분석에 바탕을 둔 마케팅 정책이 임신부의 예민한 정서에 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나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도 있었다.

이런 위험을 줄이고자 타깃은 산모와 신생아용품 쿠폰을 임신부들이 결코 구매하지 않을 상품의 쿠폰과 섞어서 보낸다. 예를 들어 기저귀 쿠폰에 잔디 깎는 기계 쿠폰을 섞거나, 신생아복 쿠폰에 와인잔 쿠폰을 섞는 식이었는데 이 경우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쿠폰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주간동아 2015.04.06 982호 (p58~59)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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