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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공정행위 종합세트 TV 홈쇼핑사 재승인 전초전

공정위 억대 과징금 부과, 미래부 재승인 심사 반영 여부에 전전긍긍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불공정행위 종합세트 TV 홈쇼핑사 재승인 전초전

불공정행위 종합세트 TV 홈쇼핑사 재승인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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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홈쇼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쇼호스트의 말이다. 할인과 적립이 된다는 말에 들었던 수화기를 놓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접속하게 마련. 그런데 알고 보니 이는 납품업자들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한 TV 홈쇼핑의 ‘꼼수’였다.

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업체는 TV 홈쇼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 공정위)에서 억대 과징금을 물린 데다 재승인 심사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3월 30일 6개 TV 홈쇼핑(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최초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43억6800만 원을 물렸다. 이는 유통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문 업체는 CJ오쇼핑으로 46억2600만 원이었고, 이어 롯데홈쇼핑 37억4200만 원, GS홈쇼핑 29억9000만 원, 현대홈쇼핑 16억8400만 원, 홈앤쇼핑 9억3600만 원, NS홈쇼핑 3억9000만 원 순이었다.

홈쇼핑업체들의 불공정행위 유형은 △방송계약서 미교부 · 지연 교부 △판매촉진비용 부당 전가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수수료 수취 방법 변경 등 불이익 제공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수수료 불이익 제공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상품판매대금 등의 미지급 또는 지연 지급 등이었다. 특히 CJ오쇼핑을 제외한 5개사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를 위반해 적발됐으나 고발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나란히 억대 과징금 폭탄을 맞은 홈쇼핑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검찰 고발을 피한 것 자체는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재승인 문제가 남아 있다. 홈쇼핑업체들은 5년마다 정부의 재승인 심사를 받아 사업권을 연장한다. 홈쇼핑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의 경우 유통 부문은 공정위에서 담당하지만, 승인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맡고 있다. 지난해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TV 홈쇼핑 사업자의 제재 조치 중 하나로 ‘재승인 유효기간 단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 내용을 미래부에 통보해 4월 중 실시 예정인 TV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미래부 방송산업정책과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 가능한 요건이 되는지 심사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다. 심사항목을 공표하지 않았고 심사위원도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 결정 사항이 없다. 4월 중 심사해 재승인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에 따르면 재승인 세부심사 항목은 총 21개, 1000점 만점으로 650점 이상을 얻으면 재승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650점을 넘더라도 ‘방송의 공적 책임 · 공정성 · 공익성 실현 가능성(200점)’ 항목에서 100점 이상을 받지 못하거나 ‘조직 및 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90점)’ 항목에서 45점 이상을 얻지 못하면 재승인을 받지 못한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5월 27일, NS홈쇼핑은 6월 3일 기존 승인이 만료된다. 홈앤쇼핑은 2016년 6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2017년 3월 기존 승인이 만료된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 초미 관심

불공정행위 종합세트 TV 홈쇼핑사 재승인 전초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5월 심사를 앞둔 롯데홈쇼핑이다. 최근 있었던 공정위의 TV 홈쇼핑사에 대한 행정처분 중 가장 많은 위반행위가 드러난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워낙 직원이 많은 데다 콜센터나 택배사, 거래하는 중소기업까지 하면 딸린 식구가 많은 거대기업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승인 취소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칼을 뽑은 이상 본보기 차원에서 한 군데 이상을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롯데홈쇼핑은 앞서 신헌 전 대표까지 연루된 불공정 거래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신 전 대표는 납품업체로부터 2억 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과 추징금 8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리스너(Listener) 제도를 도입해 의견 수렴, 비리 제보 등을 강화 중이다. 올해는 경영투명성위원회를 설치해 강철규 전 공정위장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회사 차원에서의 이권 개입을 막아 독립된 기관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부분들이 롯데홈쇼핑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밖에도 협력사와 미팅이나 국내외 출장 시 업무 비용 일체를 본사가 부담하는 내부 규정 등을 만들어 겉과 속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납품업체 197곳에 방송계약서를 지연 교부하고, 32곳에는 상품판매대금 5400만 원을 미지급했다. 납품업체 70곳에 판촉비 1억200만 원을 부당 전가했으며, 3곳에는 경영정보를 요구했다. 또한 모바일 주문을 유도해 납품업체 111곳이 손해를 입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추징금 이전 발생한 오류 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 보완하고 있다. 납품업체에게는 2~3일 앞서 방송계약서를 교부할 수 있게 했고, 결제대금 지연 이자는 기준일에 지급하게 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 교육을 강화하고, 감사실과 준법지원팀에서 수시로 필터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불공정 거래를 제보한 협력사에게는 기본 6개월 편성 혜택을 주는 윤리 제보 제도와 고객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상품을 평가 및 선정하는 상품선정위원회 등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NS홈쇼핑은 3월부터 외부 임직원의 비리나 부패 행위를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 ‘헬프라인(Help Line)’을 도입했다. 제보 문화 활성화를 위한 ‘클린명함’과 ‘클린스티커’도 배포했다. 한숙경 NS홈쇼핑 감사실장은 “헬프라인을 통한 제보자 신원과 제보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 처리된다. 앞으로도 윤리경영을 위한 제도를 제정 및 정비하고 보강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승인까지 시간이 남은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재승인 심사에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으나, 공정위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시정해나가겠다”고 답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시정 조치를 내린 부분을 살펴보고 개선할 부분은 고쳐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공정위의 결정문을 받아본 이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지적한 사항은 개선됐거나 개선 중이다. 그 밖에도 업계가 가진 숙제들을 알았기에 장기적으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마저 갑질

불공정행위 종합세트 TV 홈쇼핑사 재승인 전초전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에 연루돼 검찰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2014년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심문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정위의 제재 이후 실제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을까. TV 홈쇼핑 납품업체 20여 곳을 취재한 결과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라 홍보팀이나 홍보담당자가 따로 없고, 애프터서비스(AS)나 디자인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TV 홈쇼핑의 불공정행위가 공정위 제재 이후 개선됐는지 묻자 “답변하기 어렵다” “거래량이 많은 편이 아니니 다른 곳에 문의하라”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담당 업무가 아니지만 담당자 연결도 어렵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정부에서 TF(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어 납품업체의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이 중 두 업체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불공정행위 개선이나 신설된 제도 등에 대한 공지는 올려놨던데, 아직 대금 기일이 돌아오지 않아 당일에 제때 돈이 들어오는 걸 봐야 정말로 개선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가장 최근의 상품 판매 대금은 예전보다 일찍 지급됐다. 그런데 아직 업체들이 재승인을 받기 전이라, 받고 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TV 홈쇼핑사 중에는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위해 2011년 5월 출범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도 포함됐다. 홈앤쇼핑은 납품업체 132곳에 대해 방송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늦게 줬고,

6곳에는 상품대금 지연 이자 1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납품업체 8곳에 대해서는 판촉행사를 하면서 약정서를 주지 않거나 비용 3200만 원을 부당 전가했다. 납품업체 4곳에게는 경영정보를 요구했고, 모바일 주문을 유도해 납품업체 153곳에 불이익을 줬다. 홈앤쇼핑은 이번에 적발된 6개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모바일 주문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문을 아직 받지 못해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 와중에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목적으로 ‘공영홈쇼핑’(제7 TV 홈쇼핑)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공영홈쇼핑은 800억 원 주금 납부와 함께 법인설립 등기를 마쳤다. 회사별 출자액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400억 원, 농협경제지주가 360억 원, 수협중앙회가 40억 원이다. 6월 시험방송을 시작으로 7월 정식 개국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품만으로 100% 편성하고 판매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 수수료가 20%대를 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기존 업체들의 ‘갑질’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홈쇼핑을 개국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 조치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올해 안으로 TV 홈쇼핑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TV홈쇼핑사업자의 불공정행위 심사지침’(가칭)을 제정해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기준을 정확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부당성 심사지침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2월 출범한 ‘홈쇼핑 정상화 추진 정부합동 특별 전담팀’을 본격 가동해 “홈쇼핑사의 납품업체 대상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비정상적 거래 관행의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5.04.06 982호 (p46~48)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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