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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벨기에 브뤼셀 그랑플라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세 건축양식의 박물관…‘스머프’와 ‘땡땡의 모험’이 탄생한 곳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그랑플라스는 벨기에의 상징이자 브뤼셀 여행이 시작되는 곳으로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감탄했던 곳이다 .

중세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나라, 유럽 정치 및 경제의 중심인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나라, 초콜릿과 맥주, 와플의 나라, 만화 ‘스머프’와 ‘땡땡의 모험(틴틴의 모험)’의 본고장, 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배경, 화가 르네 마그리트와 페테르 루벤스,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태어난 나라….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는 관광지 벨기에에 붙은 수식어다.

브뤼셀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

벨기에는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은 플랑드르(영어명 플랜더스) 지역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부 왈롱 지역으로 나뉘며, 도시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중세 건축물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수도 브뤼셀은 ‘유럽의 보석’으로 불린다.

브뤼셀은 유럽 심장부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국제도시다. 실제 영국 런던에서 316km, 프랑스 파리에서 308k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2km, 룩셈부르크에서 213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도시 전체에 활력이 넘쳐흐르지만 이러한 현대 문명과 반대로 중세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도 즐비하다. 이처럼 현재와 과거의 공존이 브뤼셀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2년에 한 번씩 그랑플라스 전체가 하나의 꽃밭이 된다. 15세기에 지은 시청사 종탑에 올라가면 브뤼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유명한 벨기에 와플의 진짜 이름은 리에주 와플이다(위부터).

‘작은 파리(Petit Paris)’라 부르는 브뤼셀에서 여행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그랑플라스다. 일찍이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감탄했던 이곳은 벨기에의 상징적인 장소다. 15세기에 가로 70m, 세로 110m 넓이로 조성된 광장 주변을 시청사와 길드하우스, 왕의 집 등 고딕 양식과 바로크, 르네상스 양식의 중세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광장 그 자체가 건축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이 건축물들과 광장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랑플라스는 넓지만 아늑하다. 광장을 둘러싼 중세 건물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네모난 하늘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또 이곳에선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를 만날 수 있다. 브뤼셀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목적하지 않아도 오다가다 결국 이곳에 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장에 집결한 여행자들은 바닥에 앉거나 눕거나 서서 자유의 냄새를 맡는다. 그랑플라스는 브뤼셀 여행의 출발지이자, 기착지이자, 종착지인 셈이다.

광장 건축물 가운데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시청사다. 고딕 양식의 이 건물은 1695년 프랑스 루이 14세의 침공으로 그랑플라스가 초토화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96m 높이의 탑 정상에는 금빛으로 칠한 브뤼셀의 수호성 미카엘 대천사(St. Michael)상이 있고, 종탑에 올라가면 브뤼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1층에 안내소가 있으며 결혼식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청사와 마주 보고 있는 ‘왕의 집’은 1515년 건축된 고딕 양식의 건물로, 이름대로라면 왕이 살고 있는 곳 같지만 원래 ‘빵 만드는 사람의 집’으로 불리다 샤를 5세 때 브라반트 주청사로 사용하면서 공공건물이 됐다. 현재는 시립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며, 각국에서 기증받은 오줌싸개 동상의 옷 750벌이 전시돼 있는데 한복을 입은 오줌싸개 인형도 볼 수 있다. 또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걸작 ‘결혼식 행렬’도 감상할 수 있다.

만화 벽화 거리와 플라워 카펫을 거닐다

시청사와 왕의 집을 둘러봤다면 이번엔 길드하우스를 볼 차례다. 15~16세기 해외 무역을 왕성하게 벌였던 동업자조합 길드는 동업 성격에 따라 잡화, 빵, 염색, 목공 등 다양하게 형성됐다. 아직도 그랑플라스 주변엔 각 길드 본부로 사용되던 길드하우스가 많이 남아 있는데 제과업자 길드, 가구제조업자 길드, 제화업자와 직물업자 길드, 그리고 정육점주인 길드 등 다양한 길드 건물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물은 9번지와 10번지로 불리는 건물이다.

정육점주인 길드 본부였던 9번지는 백조의 집이라 부르는 건물로,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썼던 곳이자 1885년 벨기에 노동당이 출범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10번지는 황금나무의 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처음엔 제화업자와 직물업자 길드 본부였다가 현재는 맥주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맥주 제조 과정을 충실하게 재현한 전시장이 있으며, 화려하게 치장한 건물로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낮 동안 사람들로 빈틈이 없던 그랑플라스는 오래된 건물들의 조명이 켜지면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소년 기자의 세계 여행 모험담을 그린 ‘땡땡의 모험’ 캐릭터를 볼 수 있는 ‘땡땡의 가게’.

브뤼셀에선 각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만화들도 만날 수 있다. 호기심 많은 소년 기자 땡땡이 애견 밀루와 함께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린 ‘땡땡의 모험’이 그것이다. ‘땡땡의 모험’은 개성 강한 파란색 요정들의 일상을 통해 적잖은 교훈을 줬던 ‘스머프’ 시리즈와 함께 벨기에가 낳은 최고 만화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땡땡의 모험’은 조르주 레미(Georges Remi·필명 에르제)가 1929년부터 신문에 연재한 에피소드를 총 24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랑플라스가 끝나는 골목엔 실제 ‘땡땡의 가게(Tin Tin Shop)’가 자리하고 있다. 마치 책 속에서 뛰쳐나온 양 상점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노라면 50대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벨기에 사람들은 만화를 음악, 춤, 영화, 회화에 버금가는 9번째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끝없는 만화 사랑은 만화를 시대와 언어를 초월한 진정한 의미의 문화유산으로 만들고 있다. 거리를 걷다 쉽게 마주치는 벽화 또한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브뤼셀 거리 곳곳에는 6km에 이르는 만화 벽화 시리즈가 그려져 있는데 전시물을 찾아다니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까지 든다. 만화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만화는 브뤼셀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하는 양념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다.

볼거리 가득한 그랑플라스를 다채롭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꽃이다. 2년에 한 번씩 8월 중순이면 그랑플라스 전체가 꽃으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이때의 그랑플라스를 ‘플라워 카펫’이라 부른다. 이 시기가 되면 광장은 통째로 꽃밭으로 변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꽃향기에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벨기에식 붕어빵 와플을 씹으며

하지만 그랑플라스의 절정은 밤에 시작된다. 어스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의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에서의 멋진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랑플라스에서 즐겨야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와플이다. 우리가 흔히 ‘벨기에 와플’이라 부르는 와플은 정확히 말하면 리에주 와플이다. 벨기에 와플은 찻집이나 식당에 가야 먹을 수 있지만, 리에주 와플은 더 대중적이며 더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붕어빵 같은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그랑플라스 근처에 있는 벨하우프라(Belgaufra·벨기에의 유명한 와플 체인점)에서 와플을 하나 사들고 광장을 걸으며 먹는 맛은 자연스럽게 엄지를 치켜들게 만든다.

밤이 깊어 거리를 메웠던 사람들이 저마다 숙소를 찾아 떠나면 광장은 자기만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외로운 바이올리니스트의 가냘픈 선율만이 광장을 쉬 떠나지 못하는 여행자의 아쉬움을 달랜다. 온기를 잃은 돌길 위에 중세 건물들의 조명이 반사된다. 고딕 양식을 비롯한 아르누보, 아르데코 등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 건물들이 조명빛 아래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처연한 달빛을 받으며 그곳을 몇 분간 바라보면 왜 브뤼셀이 17세기부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불렸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58~60)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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