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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들 다음 격전지는 전기차

애플 2020년 자율주행차 생산 목표…구글, 우버, 바이두, 소니까지 개발 나서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IT 기업들 다음 격전지는 전기차

IT 기업들 다음 격전지는 전기차

IT 기업들의 다음 격전지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자동차.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며 혁신 신화를 쓴 애플의 새로운 도전에 세계 이목이 쏠렸다. 애플은 2020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나 무인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IT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앞서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선언했고, 실제 도로에서 시험주행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유경제를 기치로 급성장한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우버,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 일본 전자업체 소니도 무인차 개발에 나섰다. 자동차 시장이 스마트폰 이후 글로벌 IT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애플이 2020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타이탄’이란 프로젝트를 1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개발팀이 200여 명으로 구성됐고, 자동차 회사 포드 출신 스티브 자데스키 부사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소개됐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애플의 전기차 개발과 관련한 추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달 초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지붕에 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장착한 정체불명의 밴이 주행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차량은 애플이 시험하는 자율주행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애플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인력을 빼간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소장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6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스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빼갔고, 이들을 통해 비슷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A123시스템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도시바, 존슨컨트롤스 등으로부터도 배터리 엔지니어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 북미 연구개발(R·D) 센터장, 배터리 관련 17개 특허를 출원한 포드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영입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 배터리 경쟁



애플이 개발하는 전기차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애플의 강점 중 하나인 운영체계 iOS와 연계해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출 것으로 점쳐진다. 개발 기간이 짧은 것은 자동차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엔진을 모터가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전기차는 빠른 충전과 큰 저장용량을 갖추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배터리 개발이 핵심이다. 애플이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를 영입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먼저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의 전기차 개발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사업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1780억 달러(약 195조5300억 원)에 달한다. 연구개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필요할 경우 관련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여력도 충분하다. 애플의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세계 각국에 구축한 탄탄한 판매망도 강점이다.

전기차가 처음 개발됐을 때는 비싼 기름 대신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 때문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이 낮아 주행거리와 속도에 한계가 있었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유가가 하락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이 유가와 무관하게 성장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기술 향상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한몫했다. 시장조사업체 ID테크Ex는 2025년 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차 시장 규모가 53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이 미래 유망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 많은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 우버, 소니, 바이두 등 대형 IT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해 2인용 자율주행차 시제품을 공개하고, 실제 도로를 운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핸들이나 페달 없이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주행하는 자동차 모습에 세계인은 놀라움을 표했다. 구글은 올해 시제품 차량을 제작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실제 도로에서 시험주행을 할 예정이다.

IT 기업들 다음 격전지는 전기차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선 애플.

진입장벽 낮은 미래 유망시장

택시 사업으로 유명한 우버도 미국 카네기멜론대(CMU), 미국 국립로봇기술센터(NREC) 등과 협력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무인차 연구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두는 올해부터 인공지능 보조 프로그램이 적용된 무인차 개발을 시작했으며, 이르면 올해 연말 시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1억 엔(약 9억2000만 원)을 투자해 로봇자동차 관련 벤처기업 ‘ZMP’의 지분 2%를 사들이고, 자사의 이미지센서 기술과 ZMP의 인공지능기술을 융합한 자동운전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국내 IT 기업 중에는 전기차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다. 다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팩 분야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시스템스(MSBS)’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삼성SDI는 셀, 모듈에 이어 팩까지 배터리 관련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MSBS의 전문인력 260여 명과 생산시설, 기존 수주 물량까지 그대로 확보한 것도 성과다.

LG화학 역시 셀, 모듈, 팩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아우디, 르노, 포드, 다임러 등 다양한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국 난징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올해 완공되면 생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직접 전기차 생산에 나설 개연성도 높다. 자동차 부품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LG전자는 전기차용 핵심 부품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룹 차원의 결정이 내려지면 분산된 전기차 관련 기술을 모아 직접 전기차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수년 후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IT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에서 핵심인 내연기관을 모터가 대신해주는 데다, 전기차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은 IT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구글에서 무인차 개발을 맡고 있는 크리스 엄슨은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뉴스 월드 콩그레스(ANWC)’에서 “구글의 자율주행차들이 도로에서 1126km를 시험운행했지만 한 번도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2∼5년 안에 일반인이 실제 도로에서 무인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48~49)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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