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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교수의 빅데이터 이야기 ⑧

모으니 돈 되는 위치정보

상업위성 띄워 정보 수집, 창업 6년 만에 5400억 대박 터뜨린 스카이박스이미징

  •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모으니 돈 되는 위치정보

모으니 돈 되는 위치정보

서울시에서 도입한 심야버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선과 배차 간격을 결정했다.

빅데이터 시대를 이끈 데이터 폭증의 주범은 주로 모바일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센서, 그리고 소셜미디어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예로 들어보자. 책을 읽는 것은 과거에는 데이터와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 이제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으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책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빨리 읽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생산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등으로 음악을 들으면 어떤 곡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순서로 듣는지 기록된다.

특히 대다수가 휴대하는 스마트폰은 사람의 위치, 이동 속도, 통화나 문자메시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검색 과정, 구매 상품 등 일상의 흔적들을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남긴다. 빅데이터 시대의 화두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에 유용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잦은 불만 사항 중 하나가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심야시간대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 택시가 거의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목적지에 따라 승차 거부를 하는 등 그동안 택시의 횡포에 대한 원성이 높았다.

휴대전화 콜 정보로 심야버스 노선 선정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서울시에서는 심야버스를 도입했다. 회식, 야근 등으로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은 물론 대리기사, 수험생, 청소원 등 심야에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안성맞춤 서비스였다. 이제 심야버스는 택시를 대신해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의 심야버스가 성공한 데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노선 선정이 큰 몫을 했다. 사실 심야버스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노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금방 파악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KT와 협조해 심야시간대인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시민이 사용한 휴대전화 콜 데이터 30억 건과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 500만 건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를 반지름 1km의 육각형 셀 1250개로 구분하고, 각 셀에서 심야시간에 전화를 건 위치와 받은 위치를 분석해 통화 강도를 색깔로 표시한 뒤 진한 색깔을 연결해 최적의 심야버스 노선과 배차 간격을 결정했다.

빅데이터 시대 마케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에 맞춰 필요한 위치정보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서 실내위치추적시스템(IPS)으로 진화하고 있다. GPS는 야외에서 2차원의 위치만 제공하는 한계가 있지만 IPS는 실내에서 3차원의 위치도 탐지 가능하다. 따라서 IPS를 활용하면 쇼핑몰, 백화점, 할인점에서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각각의 고객에 대한 정보와 과거 구매 행위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개개인에게 유용한 쿠폰, 할인, 세일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쇼핑정보와 할인정보를 받으려고 기꺼이 자신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위치정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아예 값싸고 작은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상의 모든 지점에 대한 실시간 이미지와 동영상, 그리고 그 변화를 자동적으로 추적하는, 예를 들어 주차장의 차량 대수나 항구의 선박 이동 등에 관한 데이터를 만들어낸 뒤 이 정보를 시장에 팔면 어떨까. 이런 공상 같은 생각을 ‘스카이박스이미징(Skybox Imaging)’이란 기업이 실제로 현실화하면서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벤처회사는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항공우주공학과 대학원생 4명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과목에 제출한 과제에서 출발했다. 이런 사업이 성공하려면 위공위성 비용을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스카이박스이미징은 평균 수명 15년가량의 크고 매우 신뢰도가 높은 첨단 상업위성이 아니라, 간단하고 작으며 4년 동안 실용적으로 쓰고 버릴 수 있는 위성을 제작함으로써 기존 상업위성 제작에 드는 수천억 원의 비용을 500억 원 미만으로 낮췄다.

지금까지 약 950억의 투자를 유치한 스카이박스이미징은 2013년 11월 첫 위성(SkySat-1)을 발사해 호주 서부와 중동 일부 지역의 이미지를 수신하기 시작했는데, 해상도는 차량 색깔과 도로 위 표식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했다. 스카이박스이미징은 지난해 8월 두 번째 위성을 발사했으며, 앞으로 매년 6~8개 위성을 발사해 24개의 위성 군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14년 미국 월간지 ‘잉크(Inc.)’가 선정한 가장 대담한(audacious) 25개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모으니 돈 되는 위치정보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데이터 판매

스카이박스이미징은 지구 곳곳의 이미지와 변화를 추적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제공함으로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큰 시장이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작물 작황, 해충 피해, 예상 수확량, 관개시설 계획 등 △보험 분야에서는 고가 자산 모니터링과 위험 노출 감시 및 경보 등 △유전 분야에서는 기존 유전 시설과 파이프라인의 모니터링, 잠재적 유전 탐사 등 △광산 분야에서는 기존 광산의 모니터링, 지질학적 구조와 암석 형태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광산 개발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구에서 선적 대기 중인 천연자원의 규모나 자동차, 유조선, 컨테이너의 이동 등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투자 결정을 하거나 세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또한 위성 이미지는 인도주의적 목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데, 최근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바다에서 실종됐을 때 그 흔적을 수색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인공위성에 의한 원격탐사 정보, 즉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서 상품화하려는 스카이박스이미징의 비전은 지난해 여름 큰 추진력을 얻었다. 구글이 이 회사를 5억 달러(약 54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창립한 지 6년밖에 안 됐고 직원도 125명뿐인 데다 아직 매출도 없는 기업을 왜 구글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인수했을까. 그동안 구글어스와 구글맵의 이미지를 디지털글로브에서 구매해온 구글로서는 이보다 빠른 스카이박스이미징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성지도 데이터를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구글의 사업은 스카이박스 이미징의 사업모델과도 근본적으로 같다.

더욱이 드론이나 풍선을 이용해 지구 외딴곳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글의 야심은 스카이박스이미징의 상대적으로 값싼 위성으로 실현될 수 있다. 이제 많은 사람이 구글과 스카이박스이미징의 결합이 아직 미완의 영역인 이미지 데이터 처리와 분석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46~47)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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