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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내해화 전략으로 지배권 굳히기…일본까지 끌어들여 맞서는 미국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남중국해의 휴즈 암초(중국명 둥먼자오, 베트남명 다 뚜 응이어)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작은 암초가 1년도 되지 않아 축구 경기장 14배에 해당하는 크기로 변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최신호가 공개한 사진이다.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고자 암초와 산호초를 인공섬으로 건설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만 7곳으로 모두 2016년까지 완공할 계획. 이렇게 되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배권은 한층 공고해질 테고, 영유권을 다투는 다른 국가들은 물론 태평양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과의 대립구도 역시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간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 부르면서 자국 내해(內海)라고 주장해왔다. 면적 350만km2에 달하는 이 해역에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일방적으로 설정해놓기도 했다. 남중국해의 90%에 달하는 해역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기 위해 그려놓은 9개 선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해역이 중국 영역이 된다. 중국 국가측량지리정보국은 지난해 남중국해가 자국 영해로 표시된 4개의 새로운 지도 발행을 인가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새 여권에도 남중국해 전체를 자국 영해로 표기한 지도를 삽입했다.

시진핑이 직접 고른 7개 섬

남중국해에는 750여 개 작은 섬, 산호초, 암초, 모래톱이 산재해 있다.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지역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와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다. 스프래틀리 제도에는 175개 섬, 암초, 산호초, 모래톱이 있는데 이들 섬 가운데 베트남이 24개, 중국이 10개, 필리핀이 7개, 말레이시아가 6개, 대만이 1개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 파라셀 제도의 130여 개 섬, 산호초, 암초, 모래톱은 모두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특히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산호초와 암초들을 집중적으로 인공섬으로 조성해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최신호에 실린 위성사진을 보면 휴즈 암초(중국명 둥먼자오, 베트남명 다 뚜 응이어)에 새로운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 걸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암초가 면적 7만5000㎡의 인공섬으로 변신한 것. 축구 경기장 14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2개의 항구와 헬리콥터 이착륙장 등이 건설되고 있다.



스프래틀리 제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도 거대한 섬이 되고 있다. 휴즈 암초에서 30km 떨어진 이 암초는 만조 때 높이가 수면 위로 60cm 정도만 드러나는 작은 바위섬이었다. 남중국해 중앙에 위치해 중국 하이난성에서 1000km,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480km, 말레이시아에서는 550km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 중국 정부는 이 암초 주변 바다를 매립하는 등 1단계 공사를 끝냈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만든 인공섬의 길이는 3000m에 달하고 폭은 200~300m로 추정된다. 인공섬 동쪽으로는 5000t급 함정과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의 항구 조성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섬의 남서쪽에 인민해방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대공포와 통신시설도 배치했다. 길이로 볼 때 활주로와 비행기 계류장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스프래틀리 제도 북부에 위치한 사우스 존슨 산호초(중국명 츠과자오, 필리핀명 마비니)도 매립해 0.1km2 정도의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곳에도 각종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부두와 비행장 등 군사시설도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사가 50% 넘게 진행된 상황. 이 섬 인근 해역은 1988년 중국과 베트남이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당시 베트남 선박 2척이 침몰하고 베트남 병사 70여 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중국은 이 산호초를 실질적으로 통제해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게이븐(난쉰자오), 쿠아테론(화양자오), 엘다(안다자오) 등 5개 산호초 주변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매립하는 암초와 산호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에는 우성리 중국 해군사령원이 남중국해를 해상 시찰하면서 매립하고 있는 암초와 산호초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미국과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를 인공섬으로 만든 것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 오키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km 떨어진, 태평양에 있는 산호초다. 평소에는 대부분 물에 잠겨 있으며 만조 때 수면 위로 70cm 정도 드러나는 면적 10㎡의 바위 2개로 구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1988년부터

3년간 2억5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방파제를 쌓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산호초를 지름 50m, 높이 3m의 인공섬으로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이곳에 등대까지 설치하고 자국의 최남단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따라 하기, 미국 따라 하기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이 인공섬을 기점으로 40만km2의 해역을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설정했으며, 2013년부터는 항구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오키노토리시마 북쪽 해역(17만7000km2)을 자국의 대륙붕으로 설정했다. 일본의 의도는 해양 영토를 크게 늘리고, 이 섬 인근의 해저자원을 확보하며,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이 섬을 일본 영토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 전략이 진척됨에 따라 중국도 일본처럼 이 해역의 각종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남중국해에는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셈. ‘불타는 얼음(fire ice)’이라 부르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과 가스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상태에서 만나 이룬 얼음 형태의 고체 결정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남중국해에 매장된 양만 중국이 130년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

더욱이 남중국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해상루트다. 매년 4만여 척 선박이 통과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이 수입하는 석유 중 90%가 이곳을 지나간다. 액화천연가스(LNG) 3분의 2도 이 바다를 경유한다.

인공섬을 군사기지로 만드는 전략은 미국을 모방한 것에 가깝다. 미국 정부는 1966년 영국 정부와 협정을 맺고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50년간 임대했다. 이후 미국은 이 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해 해·공군 병참 기지로 활용해왔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에는 B-52 폭격기의 발진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이 섬에 폭격기, 전투기, 공중급유기, 각종 함정, 잠수함 등을 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인도양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듯, 중국 역시 인공섬의 군사기지를 통해 남중국해를 무력으로 실효 지배할 수 있다. 인공섬들이 사실상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구실을 하는 셈이다. 단순히 영유권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 전투기 등을 출격시키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있음은 불문가지.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광저우 군구에 젠(殲)-10A 전투비행여단을 추가로 창설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3년 내에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속이 타는 것은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중국의 인공섬과 군사기지 건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의 행위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중국이 2012년 서명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OC)’ 취지에도 배치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선언에는 특정 국가가 점유한 섬은 현상을 유지하되 미점유 상태인 섬이나 암초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

남중국해에 인공섬 만드는 중국의 꼼수

미국 군사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국제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아세안 10개 회원국도 1월 28일 외무부 장관 회담을 갖고 중국의 인공섬 건설공사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 역시 무시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의 도움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전략 요충지인 남중국해에 대해 중국이 독자적으로 영유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미국으로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일단 자유항행에 심각한 위협이 될뿐더러 군사적으로도 판세가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워싱턴이 베트남과 필리핀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이유다. 미국은 중국 측에 인공섬과 군사기지 건설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 2017년 5월부터 2018년까지 연안전투함(LCS) 4척을 남중국해에 접한 싱가포르에 순환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전진 배치할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 40년간 적용했던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인 1975년 시작된 이 조치는 95년 두 나라가 수교한 이후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 금수 해제에는 베트남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비하도록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최근 베트남에 고속초계함 5척을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필리핀과는 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한다는 게 미국 측 복안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 4월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권과 이용권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일본을 남중국해에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남중국해를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 무대로 만들고 있는 것. 다툼과 경계가 치열해질수록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시선 역시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주간동아 2015.03.02 977호 (p50~52)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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