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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황금연휴 즐기기

‘영화 친구’를 소개합니다

코미디, 액션, 휴먼스토리…풍성하게 차려진 힐링 한 상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영화 친구’를 소개합니다

올해 설은 예년에 비해 늦은 편이다. 설 일주일 정도 후면 개학, 개강, 입학이니 어느 정도 마음이 설레면서도 급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늦은 설 연휴는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영화시장에서 설과 추석 연휴는 소위 대목으로 손꼽힌다. 특히 설 연휴는 한 해 영화 시장의 ‘가늠점’ 구실을 하기도 한다.

설 연휴 영화란 과연 어떤 영화를 지칭할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 시기가 5월, 여름방학,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구체화한 이후 어떤 점에서 설 연휴 극장가는 한국 영화만의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설 연휴 극장가의 성격은 이때 성공을 거둔 영화들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7번방의 선물’(2012), ‘수상한 그녀’(2014) 등이 최근 설날 연휴쯤 개봉해 흥행한 작품들이다. 모두 전 연령이 함께 보기에 좋은 가족영화라는 게 특징이다. 연휴엔 역시 가족영화가 대세인 셈이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웃고 울면서 볼 수 있는 작품, 그게 바로 설 연휴 영화의 특징이다.

2015년 2월 설 연휴를 노리고 개봉하는 작품들도 이런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먼저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개봉해 5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후속작이다. 프랜차이즈물이기는 하지만 속편은 아니다. 전편과 주·조연은 같지만 내용이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전작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오락영화임을 전면에 표방해 성공을 거뒀다. TV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연출자 출신인 김석윤 PD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했는데, 김 감독은 마치 예능프로그램처럼 카메라를 머리나 몸에 묶고 달리는 촬영법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런 연출은 산만하고 난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딛고 대성공을 거뒀다. 가볍고 유쾌한 개그가 오히려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어낸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 날려줄 가족 코미디



‘영화 친구’를 소개합니다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신작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의 행보도 유사하다. 영화는 시간 차 개그로 관객을 웃기고, 희한한 발명품들을 전시한다. 행글라이더나 라이터 같은 물건을 발명품이라 주장하는 김명민의 유머가 익숙한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이 작품이 전작의 성공을 고스란히 답습한다는 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오달수, 김명민 커플의 코믹 ‘케미’는 여전하고, 전작에서 의외의 반전을 연출했던 한지민, 주진모의 캐릭터를 이번엔 이연희와 조관우가 소화했다. 가수 조관우의 출연은 영화가 무척 공들인 ‘신의 한 수’이긴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익숙한 개그 코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안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점에서 식상함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개그나 액션뿐 아니라 이야기의 전체 얼개도 전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작품은 ‘쎄시봉’이다. 1960년대 말 존재했던 대중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풋풋한 첫사랑의 열병을 그려낸 영화다. 주인공은 정우, 한효주이지만 사실 극장을 나설 때 머리에 남는 주연은 쎄시봉을 가득 채웠던 음악들이다.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 같은 당대 히트곡들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되살아날 때 이게 바로 첫사랑이구나 하는 달콤한 깨달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청년 정우와 중년 김윤석, 청년 한효주와 중년 김희애의 더블 캐스팅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년층에게는 추억이고 청년들에게는 상상 속 과거인 1960년대를 낭만화한 장면들이 매우 아름다운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실재와 허구 사이를 지나치리만큼 촘촘하게 엮고 비튼 바람에 허구적 낭만과 사실적 재현 사이에서 엉거주춤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아쉽다. 그래도 음악과 낭만, 추억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데이트 영화. 특히 중년 이상 부부가 단둘이 심야에 감상하기에 알맞은 작품이다.

호쾌한 액션&따뜻한 휴먼스토리

‘영화 친구’를 소개합니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폭스캐처’‘이미테이션 게임’(위부터).

연휴 기간 극장가를 찾는 젊은이에게 가장 매혹적일 만한 작품은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킹스맨)다. ‘킹스맨’은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킥 애스:영웅의 탄생’ 등을 연출한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파이 액션물이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귀족적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존 스파이물과 차별화를 선언한 이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다. ‘007’의 정통성과 제이슨 본(영화 ‘본’ 시리즈 주인공)의 현대성을 적절히 섞으면서 영국 특유의 신사도를 독자적으로 그려내는 데도 성공했다. 순도 100%의 오락영화를 원하는, 다시 말해 연휴의 지루함을 날릴 작품을 찾는 관객에게 딱 알맞은 선택이 될 듯싶다.

슈트를 빼입은 ‘신사’ 스파이와 스냅백(챙이 일자로 된 힙합 스타일 모자)을 쓴 10대 스파이가 보여주는 ‘케미’는 빤한 스파이 영화에 새로운 표정을 선사한다. 스크린에서 신사 이미지만 고수하던 콜린 퍼스가 점잖고 세련된 스파이를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주목할 만하고, 새뮤얼 L. 잭슨이 펼치는 악역은 ‘엑스맨’의 악당 매그니토를 압도한다.

한편 설 연휴 기간에, 2월 23일이면 결과를 알게 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폭스캐처’ ‘이미테이션 게임’ ‘와일드’ 등이 설날 연휴에 개봉한다. ‘폭스캐처’는 19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훈련하는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와 그들의 멘토가 되고 싶었던 존 듀폰이라는 억만장자 사이의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 서울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영화 속에서 목격하는 것이 흥미롭고, 결국 범죄자가 돼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난 억만장자의 심리적 콤플렉스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와일드’는 서울과 부산 사이 거리의 10배에 이르는 4265km의 트레킹 코스를 종주한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상업적인 힐링과 자기계발이 난무하는 요즘, 자신을 이기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우리에게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잘 알려진 배우 베니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벽한 외골수 천재 튜링을 연기하는 컴버배치의 연기력이 훌륭하며, 무엇보다 너무 황망하게 목숨을 버려야 했던 그의 삶의 모순이 긴 잔상을 남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서사적 완성도도 높다.

다양한 영화 가운데 선택은 늘 관객 몫이다. ‘내 인생의 영화’ 한 편을 챙길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말 그대로 긴 휴일을 견디게 해줄 ‘킬링 타임’ 영화를 만날 수도 있다. 무엇이 됐든, 연휴에 영화만한 벗도 드물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96~97)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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