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위기의 로펌 01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공급 인력 급증, 법률시장 완전 개방 목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법무법인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 1만8708명, 등록 법무법인 848개.’

현재 대한민국 법률시장은 포화 상태다.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등록 변호사는 2만 명에 육박했고, 변호사법에 따라 최소 3명 이상(2011년 5명에서 3명으로 변호사법 개정)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법인(로펌) 수도 급증해 800개를 훌쩍 넘어섰다. 변호사 면허만으로 고수익을 보장받고, 사무실만 열면 의뢰인이 알아서 찾아와 사건을 맡기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개인 변호사가 사무실 임대료를 낼 돈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도 구문이 됐다. 대한민국 법률시장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던 대형 로펌마저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공실 기간 길어진 서초동 법조타운

대한민국 최초의 법조타운이 형성됐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을 찾았다. 소위 말하는 서초동 법조타운은 서울메트로 2호선 교대역에서 서초역 사이 법원 앞 일대를 칭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 서초동 법조타운에 개업해야 변호사 업무를 볼 수 있었고, 활황기에는 의뢰인이 담당 변호사가 있는 사무실을 찾기조차 힘들 정도로 간판이 빽빽했다. 법원 앞 낮은 건물들에는 소형 법무법인과 개인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섰고, 건너편 대로변에 있는 고층빌딩들에는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중소 법무법인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15년 1월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19년 동안 사무실 중개를 해온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5년 동안 이곳 법조타운은 하락세를 겪고 있다”며 “사무실을 냈다가 접고 떠나는 변호사가 늘면서 공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사법연수원을 나오면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어야 의뢰인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송사에 휘말린 사람이 인맥에 따라 소개받은 변호사를 찾아가기 때문에 사무실 위치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서초동 땅값은 꾸준히 올라가고 그에 따라 임대료도 올랐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법무법인과 개인 변호사들이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초동 법조타운 내에서도 사무실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흥망을 가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로변 20층 규모 고층빌딩 사무실에는 주로 중형급 법무법인이 빼곡히 입주해 있는데, 이들 법무법인이 높아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바로 뒷골목 건물로 밀려 내려가고, 그마저도 감당할 수 없으면 한 블록 더 들어갔다 결국 철수한다고. 그래서 임대료가 싼 사무실은 비면 빠르게 메워지는 반면, 임대료가 비싼 사무실은 공실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공실 기간만 봐도 요즘 법률시장이 정말로 어려워졌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법조타운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해 11월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의 이전이 확정된 이후 법조타운 형성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경기 광교신도시를 찾았다. 지난 연말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이곳은 ‘광교 법조타운’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광활한 대지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공인중개사의 말에 따르면 “변호사 사무실 임대를 문의하는 전화가 간간이 오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이는 없다. 법원과 검찰청이 입주한 후에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요즘 변호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워낙 많이 들려 어느 정도 규모로 법조타운이 형성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너도 나도 몸집 키우기, 위기로 돌아와

이처럼 법률시장이 어려워진 원인으로는 변호사 수 급증이 첫손으로 꼽힌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와 법무법인 수를 살펴보면 변호사는 2001년 5136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만8708명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전체 법무법인 수도 급속히 늘어 2001년 209개에서 2014년 848개로 약 4배 늘었다(표 참조).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처음 배출된 2012년부터는 변호사 수가 매년 약 2100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속도로 가면 5년 뒤에는 변호사 3만 명 시대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체 법무법인 수도 2011년까지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2년부터 매년 약 100개 안팎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에는 848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업계 1~6위 대형 로펌은 2012년부터 쏟아지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대거 채용하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특히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수는 2012년 63명, 2013년 70명, 2014년 51명이 늘어 지난해 말 변호사 568명으로 업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그래프 참조). 소속 변호사 수로 2위를 기록한 법무법인 태평양도 신규 채용을 계속해 지난해 말 342명을 기록했고 광장 340명, 세종 273명, 화우 253명, 율촌 23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법무법인 역시 지난해 대비 최소 18명에서 최대 38명을 영입해 몸집을 키웠다. 20위권 로펌들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최소 1명에서 최대 18명까지 채용해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전체 법률시장의 규모는 2조 원대로 파이가 늘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대형 로펌들이 비용은 예전보다 더 많이 나가고, 수익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김앤장은 지난해 사무직 직원의 임금체계와 복리후생을 조정하는 쪽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몇 해 전 차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꾼 데 이어, 전체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 전환을 단행한 것. 창사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근속 휴가와 근속 포상금도 없앴다(14쪽 참조). 김앤장의 한 관계자는 “법률시장 위기는 모든 대형 로펌이 직면한 어려움”이라며 “김앤장 외 다른 대형 로펌들도 성과급을 줄이고, 내부 조정을 하는 등의 체질 개선을 단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에 이어 업계 2위 규모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고위 변호사는 “위기 상황이지만 신입 변호사 고용이나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로펌이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개인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대형 로펌도 별 수 없이 과거에 비해 수익이 줄기는 했지만 로펌은 사람이 재산이기 때문에 인력을 줄여나가는 방법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 어차피 비용 요소는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므로 수익을 창출할 만한 전문성 강화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형 로펌들의 몸집 키우기가 법률시장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문제 제기에 반박했다.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이전이 확정된 경기 광교신도시.

대형 로펌 소가 제한론도 등장

다른 법무법인의 답변도 비슷했다. 법무법인 광장 측은 “비용 절감은 어떤 회사든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만 광장은 4~5년 사이 규모를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광장은 전관 출신 파트너급 변호사의 비중이 비교적 낮고, 소속 변호사 수의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다. 광장의 경쟁력이 소속 변호사들에게서 나오는 구조라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의 움직임으로 타개책을 마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세종 측도 “인력 충원을 통해 필요한 규모를 계속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회사의 정책 방향”이라며 “세종을 비롯한 대형 로펌들이 위기를 맞았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자 근거 없는 소문을 생산해내는 집단의 음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법무법인 화우 측은 “내부 임금 조정은 전혀 없으며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율촌 측은 “원래부터 율촌은 규모 경쟁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소속 한국인 변호사 수로만 보면 업계 6위지만 매출액은 전년도 3위를 기록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선택적 영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갈 방침”이라고 했다.

로펌 위기의 또 다른 요인은 대기업들이 소송비를 줄이기 시작한 데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고위 변호사는 “최근 경기가 나빠져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자 기업 간 소송 또한 자연스레 줄어 로펌의 일거리도 예전만 못하다. 또 대기업 소속 변호사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웬만한 소송은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외부 로펌에 일감을 맡길 때도 최대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찾는다. 로펌끼리 경쟁 입찰을 붙이는데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로펌들은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고 기업이 선택한 가격에 맞춰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최근 동향을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건당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아끼기 시작하자 대형 로펌들은 더 아래쪽의 먹잇감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소가(訴價) 3000만 원 이하 사건에까지 손을 뻗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소순무 율촌 대표변호사는 ‘상생하는 법률시장 환경조성’을 슬로건으로 “대형 로펌이 소가 5000만 원 이하의 사건 수임을 자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그는 대형 로펌들이 나서서 윤리적 책임을 지고 전체 로펌과 개인 변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독과점 막을 장치 없어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형 로펌의 사건 수임을 규제할 장치는 없다. 현재 대형 로펌은 막강한 인력 공세로 중소 로펌이 담당하던 사건들까지 휩쓸며 수익을 늘여가고 있다.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것과 같이 대형 로펌이 법률시장을 독과점하는 형태로 변모해가는 것. 대다수 법조인이 법률시장 내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상임 집행위원 조순열 변호사는 “대형 로펌 간 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중소형 로펌에서 조율하고 있던 소송 건을 한 대형 로펌이 중간에서 낚아채갔다는 말도 들린다”며 대형 로펌 독과점 현상을 우려했다. 조 변호사는 앞서 제기된 대형 로펌 소가 제한론에 대해서는 “캠페인 성격의 움직임이지 규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오히려 “수임료가 낮아지는 현상은 수요자 측면에서 반길 일”이라며 “대형 로펌이 낮은 소가의 사건을 맡으면서 중소형 로펌이 단가를 낮추고 개인 변호사까지 경쟁적으로 수임료를 낮게 제시해야 돈 없는 사람도 싼값에 법률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임료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대형 로펌의 독과점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올해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에 당선한 하창우 변호사는 “심각한 문제지만 로펌을 규제한다고 법률시장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되레 “대형 로펌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모두가 살 길”이라며 “대형 로펌도 어려운 시대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곳도 상당히 많은 걸로 안다. 대형 로펌이 무너지면 그 여파가 중소형 로펌과 개인 변호사에게까지 연쇄적으로 미칠 것이 빤하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 로펌과 변호사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형 로펌이 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 2017년 법률시장 완전 개방에 대비한 대형 로펌 방어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공룡 로펌들, 먹잇감 싸움 시작됐다




주간동아 2015.02.02 974호 (p10~13)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관련기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40

제 1240호

2020.05.22

“정의연이 할머니들 대변한다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