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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전국 35만, 서울에만 10만 가구…아슬아슬하게 규제 비켜 가 화재 시 속수무책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1월 10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 아파트(오른쪽)와 드림타운아파트.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화재가 빈발하는 가운데 2009년 보급된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월 10일 오전 9시 20분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최초 신고를 받은 지 6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쉬이 잡히지 않았다. 거세진 불길은 옆 건물 드림타운아파트와 해뜨는마을아파트를 일부 태우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올해 첫 대형참사로 기록된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규모가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 수사본부(본부장 이원정 총경)는 1월 13일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사륜오토바이에서 처음 불이 났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계단과 전선트레이가 설치된 피트를 통해 상층부로 확산됐고 드림타운아파트 1층 주차장을 가로질러 해뜨는마을아파트 주차타워에 옮겨 붙었다. 경찰은 화재로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사륜오토바이 운전자 김모 씨에 대한 1차 조사와 사무실 및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개인용 컴퓨터(PC) 본체 등 총 8점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 수사본부 우동석 부본부장은 “인명피해가 큰 사고인 만큼 다각적인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과 경위, 책임 소재를 밝힐 것이다. 화재가 초기에 진화되지 않고 확대된 경위와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가 부른 참사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1월 13, 14일 둘러본 도시형 생활주택 모습. 건물 간 간격이 좁고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에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불에 탄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해뜨는마을은 이름만 아파트일 뿐 2011년 허가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주택법 제2조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300가구 미만의 국민주택 규모(전용 85㎡ 이하)에 해당하는 주택을 말한다. 1~2인 등 소규모 가구의 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부동산정책 중 하나로, 상업지역에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을 지어 주거 공급을 확대하도록 한 조치였다. 아파트라고 이름 붙일 수 있지만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복리시설 등의 설치기준 및 적용을 배제, 완화한 게 특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도입 이후 2014년 11월까지 전국적으로 35만6074개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 중 서울에만 10만 가구에 육박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몰려 있다. 대부분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어졌기에 화재가 나면 제2, 제3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물론 정부에서 완화한 규제를 따랐기에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먼저 현행 건축법 시행령을 살펴보면 30층 이상 고층건물과 상업지역 내 영화관 등 다중이용업소, 공장의 외부 마감재에는 불연·준불연 재료를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도시형 생활주택은 30층을 넘지 않는 저층 건물이라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인 1월 13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북구 번동의 7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 1층 주차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의정부 아파트에서 4명이 죽고 130여 명이 다친 것과 달리 강북구 건물에서는 부상자 6명에 그쳤다. 피해 규모가 달랐던 이유는 건물 자재 때문이었다. 의정부 아파트는 외벽이 불이 쉽게 옮겨 붙는 스티로폼 자재로 지어졌지만, 강북구 건물은 외벽이 벽돌과 콘크리트로 이뤄져 불이 위쪽까지 옮겨 붙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의정부 아파트를 지을 때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은 열관리 효율을 높이고자 시멘트 외벽에 스티로폼과 망사를 덧씌우고 시멘트를 덮는 방식이다. 시공이 간편해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비용도 화강암 마감재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저렴해 건축 현장에서 널리 쓰인다. 단점은 불에 약하고, 불에 타면 스티로폼이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불은 외벽을 타고 1층에서 상층부로 번졌다.

건물 간격도 문제다. 불이 빠르게 번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사이 좁은 간격이다. 건물 간격 역시 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제하고 있는데 건축법 시행령 제80조의2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경우 건물 간 거리는 △아파트 2m 이상 6m 이하 △연립주택 1.5m 이상 5m 이하 △다세대주택 0.5m 이상 4m 이하다. 여기서 상업지역에 건축하는 공동주택은 제외되는데,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등은 상업지역에 위치해 건물 간격이 0.5m만 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또 있다.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16층 이상 아파트와 11층 이상 기타 건물만 스프링클러(살수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사고가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10층짜리로 소방장비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고, 실제로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1월 13일 화재로 2명이 숨진 경기 양주의 아파트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 이 건물은 15층짜리였다. 이런 건물들이 소방법을 1층 차이로 비켜 간 것은 우연일까.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1월 13일 경찰이 최초 발화 장소인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불법으로 ‘방 쪼개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체 면적의 10% 이상을 비주거용으로 설계하게 돼 있다. 2012년 10월 11일 준공 당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각각 주택용 88가구와 오피스텔 4호, 주택용 88가구와 오피스텔 5호로 준공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화재 직후 소방당국이 밝힌 가구 수는 2동 모두 주거용으로만 각각 95가구였다.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한 결과는 참혹했다. 1월 13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숯처럼 새카맣게 타들어간 모습이었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이나 아파트를 바라봤다. 대봉그린아파트까지는 차로 진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멀찍이 아파트는 보였지만 철길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 주차공간이 없어 한참을 돌아야 했다. 현장을 둘러보는 동안 소방차 한 대가 현장을 찾았다. 골목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한 번에 되지 않아 몇 차례 운전대를 고쳐 잡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맞은편에는 요양병원이 있어 불이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화재 발생 당시 건물 옥상으로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켜 여러 생명을 구한 새내기 소방관 진옥진(34) 씨는 대봉그린아파트와 1m 정도 떨어진 드림타운아파트 옥상으로 건너가 주민이 건물을 뛰어넘어 탈출할 수 있게 도왔다. 사람이 건물 사이를 뛰어넘어 대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만큼 불이 옮겨 붙기 쉬운 환경이었다는 이야기다. 연통 구실을 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불에 그슬린 커튼과 타다 만 이불보가 널브러져 있어 당시의 긴박함을 느끼게 했다.

이날 몇몇 주민은 경찰 인도하에 마스크를 쓰고 불탄 아파트에 들어가 옷가지와 물건을 챙겨 나왔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대봉그린아파트는 너무 많이 타버려서 들어가기 어렵다. 다른 두 아파트에는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관리인이 입주민이 맞는지 얼굴을 확인하고 호수를 파악한 후 마스크를 제공해 들여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형 생활주택은 안전할까. 1월 13~1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희동, 대현동, 대흥동, 종로구 숭인동, 영등포구 당산동 등지에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8곳을 찾아가 봤다. 대부분 공간 활용을 위해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져 있었다.

1층 주차장도 스프링클러 필요

2013~2014년 등 비교적 최근 준공한 건물 중에는 내부와 1층 주차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없고 건물 간격이 좁은 건물도 많았다.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요사이 입주를 고민하며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지, 건물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화재 사건 발생 이후 늘어난 것 같다. 최근 지은 건물들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고 안전한 공법으로 시공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1월 12일 아파트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도 담당 소방서, 건축·방재·안전·가스 분야 민간 전문가를 투입해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까지 준공된 도시형 생활주택 물량은 20만3494가구였다. 따라서 단순 계산해도 앞으로 15만 가구 이상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공급을 앞둔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축업계에서 비용과 시공 기간 단축이라는 이점 때문에 널리 쓰였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니더라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은 건물이 상당하다. 다 지은 건물 자체를 완전히 뒤집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프링클러도 새로 설치하려면 큰 비용이 발생하고, 화장실을 새로 설치할 정도의 시공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자기 돈을 들여 건물을 보수하려는 건물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유사시 소방도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공용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법 개정 시 이미 지어진 건물에도 소급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축법 개정과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 교수는 “스프링클러를 건물에 설치하려면 100㎡당 약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이 든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1층 주차장 천장만이라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최고 대피로는 지상 다음이 옥상인데 필로티 구조에서는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지상으로 대피할 길이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오토바이는 안전점검이 의무가 아니지만, 최소한 도시형 생활주택 거주자의 오토바이만이라도 정기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건물 1층에 호스릴 소화설비를 구비하는 것도 중요한데, 소화기가 있어도 사용법을 몰라 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수시로 전체 방송으로 소화기 사용법을 알리고, 고지서 여백에 소방기기 사용법 등을 인쇄해 보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법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도 30층 이상 건물은 외벽재 규제를 둔다고 하니 사람들이 29층까지만 짓잖아요. 법을 또 바꿔도 허점을 뚫고 나올 겁니다. 그러니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중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안전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이지만 국내에서는 1년에 4시간 정도 겉핥기로만 가르치거든요. 건물 내 완강기,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고, 핀을 뽑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가정용 소화기와 생활방독면을 구비해두면 위급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이재민 지원 기준 없어 보상 난항

제2, 제3의 ‘의정부 참사’? 시한폭탄 도시형 생활주택

1월 13일 경기 의정부시 경의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대피소인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경의초등학교에서는 병원 치료를 받는 주민과 고향이나 친척 집, 주변 모텔로 거처를 옮긴 주민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겨울에 집까지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시에서 제공한 텐트 안에 누워 애써 눈을 붙였다. 생계를 미룰 수 없어 출근한 사람이 많아 1월 13일 오후에 찾은 대피소는 한산했다. 주민들은 지친 모습으로 눕거나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해뜨는마을아파트 입주민 박모(58) 씨는 “사위와 딸, 4개월 된 손녀가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누워 있는데, 퇴원하려고 하니 병원비를 내라고 해서 퇴원을 못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시장이 직접 나서 도움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야기를 번복해 많은 주민이 퇴원하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뜨는마을아파트 입주민 이모 씨도 “주민 대부분이 화재보험에 들지 않았다. 가뜩이나 힘든데 병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없다고 하니 입원한 환자들이 많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를 개별 분양한 드림타운아파트는 건물 자체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전세 입주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선 1월 10일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치료비 보증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 주장에 대해 “의정부시가 전액 보증을 서겠다”고 밝히면서 “이재민이 지낼 곳을 마련하기 위해 대피소 인근에 보온 텐트와 이불 등을 마련하고 의정부시내 찜질방 입장권을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안 시장은 긴급복지지원법과 경기도 무한돌봄사업 조례를 근거로 지원할 생각이었으나 담당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상당수 주민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지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긴급복지지원법은 월소득 74만 원, 총재산 8500만 원, 금융재산 500만 원 이하일 때 의료비를 지원하게 하고 있다. 부상자가 치료비를 받으려면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경기도 무한돌봄사업 조례에 따르면 월소득 125만 원, 총재산 1억5000만 원, 금융재산 500만 원 이하여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 있던 의정부 종합상황실 관계자도 “안타까운 상황에 치료비를 지원하고 싶어도 지원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며 난색을 표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사회재난으로 인한 임시 주거지 마련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그는 “의정부시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상태가 아니라서 지원할 수 없다. 의정부 시민이면 지원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입주자가 타지에서 온 경우가 많아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시적인 구호 활동을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희생자 4가구에 장례비로 각 300만 원을 우선 지원하고, 이재민에게는 시 자체 예산으로 긴급생계지원비를 88가구에 6500여만 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의정부시는 시내에 주민등록이 된 부상자에 한해서는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의정부시는 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주간동아 2015.01.19 972호 (p26~29)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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