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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폭우 쏟아져도 달에 가서도 라운드 본능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폭우 쏟아져도 달에 가서도 라운드 본능

한국에서는 고위 공무원이 자리를 지켜내려면 골프를 해서는 안 되고, 장성이 돼서는 특히 눈치를 봐가며 필드에 나가야 한다. 연예인도 마찬가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열흘 정도 지나 한 매체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애도 중인 가운데 방송인 이경규 씨가 골프 라운드를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내년 10월 6일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골프 이벤트인 프레지던츠컵이 한국에서 열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의장으로 위촉되기까지 했지만,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골프업계에서는 “골프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골프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라도 보이기를 원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대체로 골프를 즐겼다. 그리고 일본 히로시마에 폭우와 산사태가 났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골프 라운드 중이었다. 간혹 타이밍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이 골프를 하는 것 자체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도 골프를 즐겼으나, 실은 그의 외조부인 조지 허버트 워커는 1920년 미국골프협회(USGA) 회장을 지냈고, 영국과의 아마추어팀 골프 대항전인 워커컵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리고 할아버지 프레스콧 부시 전 상원의원 역시 35년 USGA 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부시 집안은 골프 명가다. 영국의 뛰어난 정치인이자 제1차 세계대전이 임박했을 때 해군참모총장을 지내던 윈스턴 처칠은 런던 외곽에 있는 월턴히스골프장의 단골이었고, 총리였던 H. H. 애스퀴스와 자주 라운드를 했다.

아르헨티나 혁명가인 체 게바라는 어렸을 적 캐디를 했으며, 쿠바 혁명의 동지인 피델 카스트로와 골프를 하곤 했다. ‘자본론’을 집필한 공산주의 이론가 칼 마르크스 역시 런던에서 라운드를 했다.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한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 존 D. 록펠러는 60세가 넘어 골프를 시작했지만 이후 33년간 거의 매일 라운드를 했다. 뉴욕시 외곽에 12홀 코스를 만들어 앤드루 카네기나 헨리 포드 같은 재벌 친구들을 불러 라운드를 했고, 노쇠해 코스를 걷기 힘들 때는 캐디가 자전거에 태워 다녔다.

1971년 2월 6일 달 착륙 우주선인 아폴로 14호의 선장 앨런 셰퍼드는 달 위에서 가져간 아이언으로 세 번의 샷을 했다. 두 번은 실패했고, 세 번째는 제대로 맞혔다. 셰퍼드는 달 최초의 골퍼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갱 두목인 알 카포네는 시카고 남부의 버넘우즈에서 일주일에 두 번식 플레이했다. 그는 라운드할 때 습격을 우려해 경호원을 20~30명씩 데리고 다니곤 했다.

어떤 스포츠 스타들은 골프를 즐겼을 뿐 아니라 골프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뉴욕 양키스의 스타 조 디마지오가 은퇴하고 메릴린 먼로와 결혼하면서 골프를 주 종목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역사상 최고 농구스타인 마이클 조던 역시 1997년 여섯 번째 NB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골프선수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도, 도저히 불가능한 공간에서도 명사들은 골프를 즐겼다. 그러니 제발, 우리나라 고위 공무원도, 장성도, 연예인도 골프를 편히 할 수 있어야 골프 산업도 발전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2014.12.15 967호 (p61~61)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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