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7

2014.12.15

‘엑소더스’ 왜 주인공은 백인만 맡나

배역 놓고 흑백 논란 가열, 영화 거부 움직임도

  • 케빈 경 ECG에듀케이션 대표 kevinkyung@yahoo.com

    입력2014-12-15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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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소더스’ 왜 주인공은 백인만 맡나
    어린 시절 극장에서 ‘The Ten Commandments(십계)’를 봤다. 당시에도 20년 가까이 된 1950년대 영화였지만 scale이 크고 배경이며 의상, cast(출연진)까지 모두 멋지고 화려하기만 했다. 길고 흰 수염을 단 Moses(모세) 역을 맡은 Charlton Heston(찰턴 헤스턴)과 깔끔한 대머리를 빛내는 Rameses II(람세스 2세) 역의 Yul Brynner(율 브리너)를 보면서 그땐 정말 이집트인이나 유대인이 다 백인인 줄 알았다. ‘십계’가 나온 지 반세기나 지난 지금,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다시 다룬 영화 ‘Exodus: Gods and Kings(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도 그 ‘환상’을 깨려 애쓰지 않는다.

    성서 인물들을 ‘백인화’하다

    성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나올 때마다 어떤 형식으로든 controversy(논란)가 따르기 마련인데, 북미에서 12월 12일(현지시간) 개봉을 앞둔 ‘Exodus’는 이른바 ‘white washing’ 논란에 휘말렸다. 원래 ‘희게 회칠하다’로 풀이되는 whitewash가 여기선 ‘백인화’라는 뜻으로 변형됐다. 이런 식의 ‘백인화’를 못마땅해하는 user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Twitter에서 열심히 하소연하는 tweet를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exodus: gods and kings did u mean whitewashing: the movie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백인화 : 더 무비’를 말하는 건가요



    “Exodus: Gods, Kings, ... and lots and lots of White Folks”.

    “엑소더스 : 신들, 왕들,…그리고 많고도 많은 백인들”.


    어떤 user들은 영화 속 흑인들 배역에 혀를 차면서 애초 영화에서 흑인들을 빼는 쪽이 더 바람직했을 거라고 썼다.

    It’s not only that the main cast of Exodus is white, its that the only black actors were casted as slaves and thieves.

    그저 주요 출연진이 백인일 뿐 아니라, 겨우 나오는 흑인 배우들은 노예와 도둑으로 캐스팅됐습니다.(여기서 casted 대신 cast가 맞음)


    Exodus looks nice but Ill pass. If you are going to whitewash a movie, whitewash everything! Dont cast black people as servants and thieves!

    ‘엑소더스’가 괜찮아 보이긴 한데 안 볼래요. 영화를 ‘백인화’하려면 모든 걸 ‘백인화’해야죠! 흑인들을 종과 도둑으로 캐스팅하지 마세요!(Ill는 I’ll, Dont는 Don’t로, 아포스트로피를 생략함)


    일부 user는 하소연을 넘어 아예 영화 boycott(보이콧)을 주장했다.

    Urging people not to see Exodus. The blatant white-washing by the casting · directors is unacceptable.

    ‘엑소더스’ 보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중. 캐스팅과 감독들로 인한 노골적인 ‘백인화’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한편 ‘Exodus’ 메가폰을 잡은 Ridley Scott(리들리 스콧)은 ‘Variety’지와의 11월 interview에서 백인 배우들이 주요 역을 맡지 않으면 자금 조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I can’t mount a film of this budget, where I have to rely on tax rebates in Spain, and say that my lead actor is Muhammad so-and-so from such-and-such. I’m just not going to get it financed.

    스페인에서 세금 환불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이런 규모의 예산이 드는 영화를 시작할 수 없죠. 저희 주연 배우가 이러이러한 곳에서 온 모하메드 아무개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자금 조달이 될 수가 없습니다.


    보이콧 움직임에 대한 그의 응답은 매우 간단했다. AP Video에서 한 말이다.

    I say, “Get a life.”

    이렇게 말할래요. “철 좀 들어요.”


    이집트인은 다 백인이다?

    ‘엑소더스’ 왜 주인공은 백인만 맡나

    백인화 논란에 휩싸인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의 한 장면.

    21st Century Fox(21세기 폭스)사 회장 Rupert Murdoch(루퍼트 머독)은 한술 더 떴다. 주요 캐릭터를 백인이 도맡은 데 대해 social media(소셜미디어)가 떠들썩한 것을 성격상 차마 조용히 지켜보지 못했는지, 짧지만 결국 controversial(논란이 많은) tweet를 날리고 말았다. 누가 봐도 다소 곤혹스러운 글귀였다.

    Moses film attacked on Twitter for all white cast. Since when are Egyptians not white? All I know are.

    올 백인 출연진 때문에 트위터에서 공격당함. 언제부터 이집트인들이 백인이 아니었는지요? 내가 아는 이들은 다 백인인데요.


    Murdoch이 급기야 ‘아차’ 했지만, 제아무리 media mogul(언론계의 거물)이라 해도 이미 social media 세상에 내보낸 글을 삭제할 수는 없기에 15분 후 말을 살짝 바꿔버렸다.

    Everybody-attacks last tweet. Of course Egyptians are Middle Eastern, but far from black. They treated blacks as slaves.

    지난 트위트 모든 이가-공격함. 당연히 이집트인이 중동 사람이지만, 흑인과는 거리가 멀죠. 흑인은 노예로 취급했어요.


    그러곤 더욱 강도 높게 쏟아지는 protests (항의) 앞에 손을 들고 말았다.

    Okay, there are many shades of color. Nothing racist about that, so calm down!

    알았어요, 여러 색조가 존재합니다. 그건 인종차별과 전혀 상관없으니, 진정합시다!


    사실 성서나 역사 인물에 대한 영화 ‘백인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컨대 1956년 ‘십계’와 같은 해 개봉한 ‘The Conqueror(칭기즈칸)’에서 놀랍게도 백인 배우 John Wayne(존 웨인)이 칭기즈칸 역을 맡았고, 63년 영화 ‘Cleopatra(클레오파트라)’에서 주연은 Elizabeth Taylor(엘리자베스 테일러)였다. 또 영화에서 Jesus(예수)가 한결같이 백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어쩔 수 없나 보다. 역시 Hollywood가 선호하는 색은 단연 white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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